첨단 수술로봇 `다빈치 Si'…손 닿기힘든 신체부위도 능수능란
■ 스타트C 코리아
1부-과학ㆍICT 융합빅뱅
(5) 의료현장 융합혁신 가져온 로봇
과학기술과 ICT를 핵심으로 한 기술과 산업융합은 미래 먹거리뿐만 아니라 의료, 에너지, 복지 등 국가적 이슈의 해결책을 줄 수 있다. 본지는 `융합으로 새 길 여는 과학기술ㆍICT` 기획 시리즈를 통해 과학기술과 ICT 융합 현장을 소개한다. 기초과학 SW업체 모비스(9월5일자 13면), 조선산업에 ICT를 융합한 현대중공업(12일자 11면),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지차 연구현장(26일자 11면), 원자현미경 업체 파크시스템스(10월10일자 11면)에 이어 로봇을 이용한 수술 현장을 찾았다.
지난 11일 첨단 수술로봇 `다빈치 Si'가 설치된 서울아산병원 수술실. 대장항문외과 분야 로봇수술의 대가로 통하는 김진천 교수가 수술실 안으로 들어섰다. 이날 환자는 암세포가 대장에 전이된 경우로, 대장 일부를 절제하고 남은 대장과 항문 부위를 연결하는 작업이 로봇수술로 이뤄졌다.
수술실 한가운데에 환자 몸에 들어가는 로봇 팔 4개가 달린 `페이션트 카트'(Patient Cart)가 서 있었다. 로봇 팔 끝에는 집게, 갈고리 등의 모양을 한 작은 기구가 달려 있었다. 팔 3개는 의사의 조종대로 움직이는 손 역할을 하고, 나머지 한 개에는 카메라가 달려 의사의 눈을 대신한다.
로봇 팔이 환자 몸에 뚫린 작은 구멍 4개 속으로 들어가자 집도의는 환자가 누워있는 수술 침대 대신 원격으로 로봇을 움직이는 `서전 콘솔(surgeon console)'에 앉았다. 마치 커다란 게임기같이 생긴 기기 안에서 김 교수는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10배로 확대된 고화질 입체 영상을 보며 가위 손잡이 모양으로 생긴 `핑거 트립'에 손가락을 넣고 로봇 팔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맨손보다 더 섬세한 수술 가능케 해=김 교수가 손을 움직이자 환자 몸 속을 보여주는 대형 스크린 안에서 로봇 팔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대장과 연결된 조직들을 잡고 자르기 시작했다.
두 시간 여의 수술 끝에 암세포가 전이된 대장 50Cm 가량이 절제돼 나왔다. 이후 접합과 수술 마무리 작업이 이뤄지자 김 교수는 다빈치를 이용해 수술 부위를 꼼꼼히 살폈다. 조영제를 투입하면 종양과 정상 부위를 형광과 흑백으로 구분해 줘 의사가 실시간으로 판단하게 해준다.
수술을 마친 김 교수는 "로봇수술은 시야가 좋고 섬세하게 수술할 수 있다"며 "특히 굉장히 좁아 사람 손이나 복강경으로 힘든 골반 수술 같은 경우 장점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약 380번 로봇수술을 했다. 깊은 곳까지 정교하고 섬세하게 조직을 절제할 수 있어 항문 보존에도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다빈치를 개발한 인튜이티브서지컬 한국지사에서 기자가 수술로봇을 직접 움직여본 느낌은 매우 `직관적'이라는 것이었다. 별다른 조종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 손을 움직이는 자체가 조작의 전부다. 로봇 팔은 충분한 일체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손가락과 손목의 움직임을 매끄럽게 재현하고, 눈에 보이는 3차원 영상은 마치 눈앞의 실물 같은 느낌이었다. 20분 정도 연습한 결과 로봇으로 직경 1㎝ 가량의 작은 링을 잡아 고리에 끼울 정도로 조작할 수 있었다.
◇공학ㆍ의학ㆍIT 융합으로 탄생=다빈치의 핵심기술인 인공손목 `엔도리스트(EndoWrist)'는 MIT와 IBM, 미 항공우주국(NASA) 기술자들이 모여 함께 개발했다. 의사의 손 움직임을 로봇이 그대로 재현하도록 전선줄로 로봇 팔과 손 방향을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MIT의 기술과, 각종 기구 조작을 원격에서 통합 제어하는 IBM의 컴퓨터 프로그램, 로봇 손이 사람 손목처럼 꺾이도록 하는 NASA 기술이 결합해 탄생했다.
공학ㆍ의학ㆍIT 등 기술융합을 통해 만들어진 수술로봇은 의사의 손이 미처 닿기 힘든 신체 부위에도 수술을 가능하게 한다. 환자들은 빠른 회복과 부작용 감소, 최소한의 수술 흔적 등의 혜택을 준다.
◇한국 의료진, 로봇수술 돌풍=미국은 전립선암 수술의 80%, 산부인과 수술의 70% 가량을 로봇수술로 하고 있다. 하지만 유효성과 안전성 검증, 더 많은 수술법 개발은 아직 과제로 남아있다.
이 과제를 연이어 풀어가며 세계 의학계의 주목을 받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국내 의료진들은 다양한 로봇수술법을 개발하며 세계적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에서 비뇨기과, 산부인과 로봇수술법이 개발됐다면, 위암과 직장암, 갑상선암 등의 외과 로봇수술법은 국내 의료진이 최초로 개발해 역으로 해외 의료진에 전파하고 있다.
김선한 고려대 안암병원 외과 교수는 직장암 로봇수술의 세계적 기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여규 서울대병원 교수(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는 유두 부위를 8㎜ 정도 절개해 갑상선 수술을 하는 `로봇 바바(BABA) 수술법'을, 정웅윤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겨드랑이를 절개하는 로봇 갑상선 수술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들 수술법은 현재 국제표준으로 등록돼있다.
◇`제2 다빈치' 개발 비지땀=다빈치 하나로 세계 의료로봇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인튜이티브서지컬의 지난해 매출은 21억8000만달러, 순이익만 6억6000만달러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설리반에 따르면 세계 의료로봇 시장 규모는 내년 66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한 이 시장에서 국내 연구진과 기업들도 `제2의 다빈치'를 꿈꾸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2012년 로봇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의료로봇 생산액은 2009년 1억원에서 2010년 35억원, 2011년 64억원으로 아직 초기단계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6축 다관절 로봇을 이용한 자동 정형외과 수술로봇을 개발하고 있고, 서울아산병원과 공동으로 정형외과 분야 인대재건 수술로봇과 영상의학 분야 중재시술로봇 등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인공관절 수술 로봇 `로보닥'을 보유한 큐렉소는 2015년 미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정확성과 편의성을 개선한 차기 버전을 개발 중이다. 이밖에 권동수 KAIST 교수의 메디컬로봇팀이 개발 중인 흉터 없는 내시경 수술로봇인 `노츠(NOTES)'와 단일 통로 복강경 수술인 `싱글포트'용 수술로봇도 기대를 모은다.
◇보다 인간친화적으로=미래 수술로봇은 로봇이 작동할 때 가해지는 힘이 의사가 잡은 손잡이에 반영되도록 해 실제감을 높이도록 진화할 전망이다. 마치 의사가 직접 환부를 만지는 것처럼 수술할 수 있는 다양한 `햅틱(촉각과 힘, 운동감 등을 느끼게 하는 기술)' 시스템이 다각도로 접목될 것으로 보인다.
공간 배치 편의성과 안정성을 높이도록 로봇의 소형화와 정밀화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수술실 내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이용이 증가하면서 자기장 내에서도 작동하는 로봇도 개발되고 있다.
나아가 내시경을 대신하는 캡슐형 로봇, 이보다 더 소형화해 혈관을 타고 질병 부위로 스스로 이동해 활동하는 마이크로 로봇도 현실화될 전망이다.
특별취재팀=안경애 차장ㆍ이준기 기자ㆍ허우영 기자ㆍ남도영 기자 namdo0@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1부-과학ㆍICT 융합빅뱅
(5) 의료현장 융합혁신 가져온 로봇
과학기술과 ICT를 핵심으로 한 기술과 산업융합은 미래 먹거리뿐만 아니라 의료, 에너지, 복지 등 국가적 이슈의 해결책을 줄 수 있다. 본지는 `융합으로 새 길 여는 과학기술ㆍICT` 기획 시리즈를 통해 과학기술과 ICT 융합 현장을 소개한다. 기초과학 SW업체 모비스(9월5일자 13면), 조선산업에 ICT를 융합한 현대중공업(12일자 11면),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지차 연구현장(26일자 11면), 원자현미경 업체 파크시스템스(10월10일자 11면)에 이어 로봇을 이용한 수술 현장을 찾았다.
지난 11일 첨단 수술로봇 `다빈치 Si'가 설치된 서울아산병원 수술실. 대장항문외과 분야 로봇수술의 대가로 통하는 김진천 교수가 수술실 안으로 들어섰다. 이날 환자는 암세포가 대장에 전이된 경우로, 대장 일부를 절제하고 남은 대장과 항문 부위를 연결하는 작업이 로봇수술로 이뤄졌다.
수술실 한가운데에 환자 몸에 들어가는 로봇 팔 4개가 달린 `페이션트 카트'(Patient Cart)가 서 있었다. 로봇 팔 끝에는 집게, 갈고리 등의 모양을 한 작은 기구가 달려 있었다. 팔 3개는 의사의 조종대로 움직이는 손 역할을 하고, 나머지 한 개에는 카메라가 달려 의사의 눈을 대신한다.
로봇 팔이 환자 몸에 뚫린 작은 구멍 4개 속으로 들어가자 집도의는 환자가 누워있는 수술 침대 대신 원격으로 로봇을 움직이는 `서전 콘솔(surgeon console)'에 앉았다. 마치 커다란 게임기같이 생긴 기기 안에서 김 교수는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10배로 확대된 고화질 입체 영상을 보며 가위 손잡이 모양으로 생긴 `핑거 트립'에 손가락을 넣고 로봇 팔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맨손보다 더 섬세한 수술 가능케 해=김 교수가 손을 움직이자 환자 몸 속을 보여주는 대형 스크린 안에서 로봇 팔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대장과 연결된 조직들을 잡고 자르기 시작했다.
두 시간 여의 수술 끝에 암세포가 전이된 대장 50Cm 가량이 절제돼 나왔다. 이후 접합과 수술 마무리 작업이 이뤄지자 김 교수는 다빈치를 이용해 수술 부위를 꼼꼼히 살폈다. 조영제를 투입하면 종양과 정상 부위를 형광과 흑백으로 구분해 줘 의사가 실시간으로 판단하게 해준다.
수술을 마친 김 교수는 "로봇수술은 시야가 좋고 섬세하게 수술할 수 있다"며 "특히 굉장히 좁아 사람 손이나 복강경으로 힘든 골반 수술 같은 경우 장점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약 380번 로봇수술을 했다. 깊은 곳까지 정교하고 섬세하게 조직을 절제할 수 있어 항문 보존에도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다빈치를 개발한 인튜이티브서지컬 한국지사에서 기자가 수술로봇을 직접 움직여본 느낌은 매우 `직관적'이라는 것이었다. 별다른 조종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 손을 움직이는 자체가 조작의 전부다. 로봇 팔은 충분한 일체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손가락과 손목의 움직임을 매끄럽게 재현하고, 눈에 보이는 3차원 영상은 마치 눈앞의 실물 같은 느낌이었다. 20분 정도 연습한 결과 로봇으로 직경 1㎝ 가량의 작은 링을 잡아 고리에 끼울 정도로 조작할 수 있었다.
◇공학ㆍ의학ㆍIT 융합으로 탄생=다빈치의 핵심기술인 인공손목 `엔도리스트(EndoWrist)'는 MIT와 IBM, 미 항공우주국(NASA) 기술자들이 모여 함께 개발했다. 의사의 손 움직임을 로봇이 그대로 재현하도록 전선줄로 로봇 팔과 손 방향을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MIT의 기술과, 각종 기구 조작을 원격에서 통합 제어하는 IBM의 컴퓨터 프로그램, 로봇 손이 사람 손목처럼 꺾이도록 하는 NASA 기술이 결합해 탄생했다.
공학ㆍ의학ㆍIT 등 기술융합을 통해 만들어진 수술로봇은 의사의 손이 미처 닿기 힘든 신체 부위에도 수술을 가능하게 한다. 환자들은 빠른 회복과 부작용 감소, 최소한의 수술 흔적 등의 혜택을 준다.
◇한국 의료진, 로봇수술 돌풍=미국은 전립선암 수술의 80%, 산부인과 수술의 70% 가량을 로봇수술로 하고 있다. 하지만 유효성과 안전성 검증, 더 많은 수술법 개발은 아직 과제로 남아있다.
이 과제를 연이어 풀어가며 세계 의학계의 주목을 받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국내 의료진들은 다양한 로봇수술법을 개발하며 세계적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에서 비뇨기과, 산부인과 로봇수술법이 개발됐다면, 위암과 직장암, 갑상선암 등의 외과 로봇수술법은 국내 의료진이 최초로 개발해 역으로 해외 의료진에 전파하고 있다.
김선한 고려대 안암병원 외과 교수는 직장암 로봇수술의 세계적 기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여규 서울대병원 교수(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는 유두 부위를 8㎜ 정도 절개해 갑상선 수술을 하는 `로봇 바바(BABA) 수술법'을, 정웅윤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겨드랑이를 절개하는 로봇 갑상선 수술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들 수술법은 현재 국제표준으로 등록돼있다.
◇`제2 다빈치' 개발 비지땀=다빈치 하나로 세계 의료로봇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인튜이티브서지컬의 지난해 매출은 21억8000만달러, 순이익만 6억6000만달러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설리반에 따르면 세계 의료로봇 시장 규모는 내년 66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한 이 시장에서 국내 연구진과 기업들도 `제2의 다빈치'를 꿈꾸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2012년 로봇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의료로봇 생산액은 2009년 1억원에서 2010년 35억원, 2011년 64억원으로 아직 초기단계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6축 다관절 로봇을 이용한 자동 정형외과 수술로봇을 개발하고 있고, 서울아산병원과 공동으로 정형외과 분야 인대재건 수술로봇과 영상의학 분야 중재시술로봇 등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인공관절 수술 로봇 `로보닥'을 보유한 큐렉소는 2015년 미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정확성과 편의성을 개선한 차기 버전을 개발 중이다. 이밖에 권동수 KAIST 교수의 메디컬로봇팀이 개발 중인 흉터 없는 내시경 수술로봇인 `노츠(NOTES)'와 단일 통로 복강경 수술인 `싱글포트'용 수술로봇도 기대를 모은다.
◇보다 인간친화적으로=미래 수술로봇은 로봇이 작동할 때 가해지는 힘이 의사가 잡은 손잡이에 반영되도록 해 실제감을 높이도록 진화할 전망이다. 마치 의사가 직접 환부를 만지는 것처럼 수술할 수 있는 다양한 `햅틱(촉각과 힘, 운동감 등을 느끼게 하는 기술)' 시스템이 다각도로 접목될 것으로 보인다.
공간 배치 편의성과 안정성을 높이도록 로봇의 소형화와 정밀화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수술실 내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이용이 증가하면서 자기장 내에서도 작동하는 로봇도 개발되고 있다.
나아가 내시경을 대신하는 캡슐형 로봇, 이보다 더 소형화해 혈관을 타고 질병 부위로 스스로 이동해 활동하는 마이크로 로봇도 현실화될 전망이다.
특별취재팀=안경애 차장ㆍ이준기 기자ㆍ허우영 기자ㆍ남도영 기자 namdo0@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