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헬스케어 생태계 원천… 주도적 역할 요구
보건ㆍ의료부문 R&D 총괄할 `컨트롤 타워`절실
보건ㆍ의료부문 R&D 총괄할 `컨트롤 타워`절실
■ '헬스케어 3.0'에 기회가 있다
(1)융합헬스케어 법ㆍ제도ㆍR&D 새 틀 필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발 스마트 혁명이 전 세계 산업과 사회에 변화와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본지는 새 정부의 의료산업 육성 정책을 진단하고 ICT와 첨단기술, 의료분야간 융합 흐름을 조명하는 `헬스케어 3.0에 기회가 있다' 시리즈를 싣는다.
헬스케어 산업의 고성장이 기대되는 것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지는 데다 생명기술(BT)과 정보기술(IT) 등 첨단기술 발달로 과거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서비스와 산업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IT, BT, NT(나노기술)을 결합한 융합 헬스케어 분야가 창의성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과학기술과 접목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조경제'의 핵심산업으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기대감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새정부마다 헬스케어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해왔지만 그동안 법ㆍ제도 개선 미비와 연구개발(R&D) 체계 미흡, 의료계의 보수적인 태도 등으로 인해 빛을 보지 못했다.
아직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국내 보건의료 분야는 환자와 의료인, 의료기관, 제약ㆍ의료기기 업체, 국민건강보험공단, 정부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다른 요구와 기대치를 갖고 참여하고 있어 새로운 기술과 법ㆍ제도 도입에 대한 합의에 계속 실패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정부부터 추진된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과 건강관리서비스법도 아직 이해관계 대립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의료기술은 ICT 기술 등과 융복합을 통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 법ㆍ제도적 장치 마련이 늦어지면서 새로운 융합 헬스케어 산업들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김대중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건의료 분야는 산업간 또는 기술과 산업간 융합에서 제약조건이 타 산업보다 크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하며 무엇보다 이해 당사자들간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며 "개별 유망분야에 대한 R&D 집중 지원도 중요하나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서는 상호 연결돼 있는 생태계의 비즈니스 환경을 발전시키고 이를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헬스케어 분야 연구개발(R&D) 투자도 미국과 유럽에 비해 저조하다. 2012년 한국 보건의료 R&D 절대투자 규모는 약 1조1000억원으로 전체 국가 R&D 규모 대비 6.8%에 불과해 절대 금액은 물론 투자 비중 역시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 국가 R&D대비 보건의료 R&D 비중은 미국이 23%, EU가 19%, 일본 12.5% 정도다. 이와 함께 현재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수 부처가 특정 기술이나 과제 중심으로 각기 R&D를 지원하다보니 원천연구부터 중개연구, 산업화까지의 과정이 제대로 연계되지 못한 것도 그동안 성과가 취약했던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같은 의료분야 연구개발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우리나라와 같이 헬스케어 산업을 국가 핵심 성장전략으로 지목한 일본은 혁신 의료기술 개발 사령탑 역할을 할 `일본판 NIH'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박노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진흥본부장은 "보건복지부가 정부 내 보건의료 R&D 주관 부처로서 제대로 역할하려면 내부 R&D 관리체계 정비와 전담국 신설이 시급하며 중장기적으로는 보건차관의 신설이 필요하다"며 "미국이나 일본처럼 정부의 보건의료 R&D 총괄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동안 혁신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로 병상 수 늘리기와 진료 수익 확대에만 몰두하던 대형병원 등이 적극적인 의료기술 연구개발과 산업화를 통해 헬스케어 산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폭넓은 환자 임상자료와 우수한 의료진, 연구 인프라 등 풍부한 자원을 모두 갖추고 있는 병원이 의료산업 활성화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같은 의료계 발전 방향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4월 10곳의 `연구중심병원'을 선정했으며, 이들에게 각종 제도와 R&D 투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최은경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병원은 바이오 의료기술 개발의 원천이자 개발품의 최종 수요처로 헬스케어 산업 가치사슬의 중심"이라며 "병원을 중심으로 한 중개연구와 임상연구를 통해 실용화까지 연계된 `메디클러스터' 구축이 헬스케어 산업 선진화를 위한 필수 전략이며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남도영기자 namdo0@
(1)융합헬스케어 법ㆍ제도ㆍR&D 새 틀 필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발 스마트 혁명이 전 세계 산업과 사회에 변화와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본지는 새 정부의 의료산업 육성 정책을 진단하고 ICT와 첨단기술, 의료분야간 융합 흐름을 조명하는 `헬스케어 3.0에 기회가 있다' 시리즈를 싣는다.
헬스케어 산업의 고성장이 기대되는 것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지는 데다 생명기술(BT)과 정보기술(IT) 등 첨단기술 발달로 과거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서비스와 산업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IT, BT, NT(나노기술)을 결합한 융합 헬스케어 분야가 창의성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과학기술과 접목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조경제'의 핵심산업으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기대감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새정부마다 헬스케어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해왔지만 그동안 법ㆍ제도 개선 미비와 연구개발(R&D) 체계 미흡, 의료계의 보수적인 태도 등으로 인해 빛을 보지 못했다.
아직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국내 보건의료 분야는 환자와 의료인, 의료기관, 제약ㆍ의료기기 업체, 국민건강보험공단, 정부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다른 요구와 기대치를 갖고 참여하고 있어 새로운 기술과 법ㆍ제도 도입에 대한 합의에 계속 실패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정부부터 추진된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과 건강관리서비스법도 아직 이해관계 대립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의료기술은 ICT 기술 등과 융복합을 통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 법ㆍ제도적 장치 마련이 늦어지면서 새로운 융합 헬스케어 산업들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김대중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건의료 분야는 산업간 또는 기술과 산업간 융합에서 제약조건이 타 산업보다 크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하며 무엇보다 이해 당사자들간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며 "개별 유망분야에 대한 R&D 집중 지원도 중요하나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서는 상호 연결돼 있는 생태계의 비즈니스 환경을 발전시키고 이를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헬스케어 분야 연구개발(R&D) 투자도 미국과 유럽에 비해 저조하다. 2012년 한국 보건의료 R&D 절대투자 규모는 약 1조1000억원으로 전체 국가 R&D 규모 대비 6.8%에 불과해 절대 금액은 물론 투자 비중 역시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 국가 R&D대비 보건의료 R&D 비중은 미국이 23%, EU가 19%, 일본 12.5% 정도다. 이와 함께 현재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수 부처가 특정 기술이나 과제 중심으로 각기 R&D를 지원하다보니 원천연구부터 중개연구, 산업화까지의 과정이 제대로 연계되지 못한 것도 그동안 성과가 취약했던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같은 의료분야 연구개발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우리나라와 같이 헬스케어 산업을 국가 핵심 성장전략으로 지목한 일본은 혁신 의료기술 개발 사령탑 역할을 할 `일본판 NIH'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박노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진흥본부장은 "보건복지부가 정부 내 보건의료 R&D 주관 부처로서 제대로 역할하려면 내부 R&D 관리체계 정비와 전담국 신설이 시급하며 중장기적으로는 보건차관의 신설이 필요하다"며 "미국이나 일본처럼 정부의 보건의료 R&D 총괄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동안 혁신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로 병상 수 늘리기와 진료 수익 확대에만 몰두하던 대형병원 등이 적극적인 의료기술 연구개발과 산업화를 통해 헬스케어 산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폭넓은 환자 임상자료와 우수한 의료진, 연구 인프라 등 풍부한 자원을 모두 갖추고 있는 병원이 의료산업 활성화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같은 의료계 발전 방향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4월 10곳의 `연구중심병원'을 선정했으며, 이들에게 각종 제도와 R&D 투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최은경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병원은 바이오 의료기술 개발의 원천이자 개발품의 최종 수요처로 헬스케어 산업 가치사슬의 중심"이라며 "병원을 중심으로 한 중개연구와 임상연구를 통해 실용화까지 연계된 `메디클러스터' 구축이 헬스케어 산업 선진화를 위한 필수 전략이며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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