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ㆍ산업 경계 허물고 산업생태계 SW중심 융합으로
■ 스타트C 코리아
(1) 프롤로그
새 정부에서 과학기술과 ICT가 한 부처에서 만났지만 아직 생태계는 서로 다르다. 산업과 연구현장에서 과학기술과 ICT를 중심으로 융합이 이뤄지고 있지만 분야별로 편차가 크다.
디지털타임스는 과학기술과 ICT가 우리 경제 성장과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려면 두 영역간의 융합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하에 이를 주제로 `스타트 C코리아' 캠페인을 미래창조과학부와 공동 기획했다. 스타트 C코리아는 과학기술과 혁신을 키워드로 하는 디지털타임스의 새 캠페인 명칭이다. C는 `융합ㆍ창의ㆍ협력'(ConvergenceㆍCreativityㆍCooperation)을 의미한다.
캠페인에서는 이미 융합을 통해 새 길을 연 성공사례를 소개하고, 과학기술ㆍICT 융합이 가져올 미래 변화를 조망한다. 또 융합을 통해 꼭 풀어야 할 사회현안과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융합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한 생태계 조성방안을 제안한다.
캠페인과 관련된 의견과 아이디어는 본지 기획팀(science@dt.co.kr)으로 보내면 된다.
수원 광교테크노밸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 입주해 있는 신약 R&D 조직인 서울대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 연구실에 들어서자 비이커 등 실험 도구 대신 방을 꽉 채운 서버가 눈에 들어왔다. 나란히 붙은 연구실에서는 컴퓨터를 앞에 두고 시스템 개발자와 엔지니어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연구단은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이 드는 신약 개발에 IT기술을 접목, 복잡한 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미 밝혀진 단백질, 신약, 질환, 화합물 관련 정보가 쌓인 빅데이터를 파헤쳐 신약 개발의 금맥을 캐고 있는 것.
연구단 인용호 박사가 연구단이 직접 개발한 `팜DB'에서 폐암 신약을 발굴하기 위해 명령어를 입력하자 판매 중인 약 성분과 밝혀진 단백질 정보, 질환 정보가 검색돼 15개의 후보물질이 도출됐다. 이미 안전성이 입증된 약 중 폐암에도 효과가 있는 물질을 IT기술로 찾아낸 것. 연구단은 이 결과를 토대로 세포실험을 거친 후 `TBZT'라는 물질을 발굴, 제약사로의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시스템에 특정 단백질이나 질병 명칭을 입력하면 관련된 데이터가 쏟아져 나온다. 연구단을 이끄는 김성훈 서울대 교수는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살고 있지만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일란성 쌍둥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찾아주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며 "2019년까지 한국형 고효율 초고속 신약개발 하이웨이를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원자로 `하나로'. 우라늄 핵연료를 이용하지만 전기를 생산하는 대신 각종 중성자 연구에 쓰이는 연구시설이다.
여러 겹의 보안관문을 통과해 내부로 들어서자 현대자동차 연구진이 수소연료전지차에 들어가는 연료전지를 테스트하고 있었다. 연료전지내 흐르는 물을 보는 도구는 중성자가 유일하기 때문. 원자력연구원과 현대차는 2008년부터 6년째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안병기 현대차 연료전지개발실장은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를 양산하는 데 거대과학시설의 힘이 컸다"며 "남들이 해보지 않은 길을 가는 데 기초과학이 중요한 도구가 됐다"고 말했다.
하나로에서 나온 중성자는 IT산업의 한 축을 이루는 이차전지와 대표적인 굴뚝산업인 철강에도 도움을 준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이차전지 개발에, 포스코는 선박이나 자동차에 쓰이는 철강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성자를 활용한다. 하이브리드차나 태양광발전소, 고속철 등에 들어가는 대전력반도체는 아예 하나로 내에서 생산된다. 거대연구장치가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세상에 없던 재료를 만들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가상실험실을 구축했다. 연구원의 다원물질융합연구소에는 슈퍼컴을 이용해 소재를 이루는 전자, 원자, 분자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계산하는 20여명의 전문인력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가상실험실'에서 각종 물리ㆍ화학 지식과 수학을 동원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한다. 여기에서 나온 결과를 실제 실험실에서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자가 이어 받아 구체적인 성과를 내게 된다. 연구소를 이끄는 이광렬 소장은 "컴퓨터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연구현장에 엄청난 변화가 오고 있다"며 "실험실에서 웨이퍼를 들고 소자를 만들고 실험을 하듯이 전 과정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하는 사이버실험실이 우리의 핵심 연구자산"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과 ICT간 융합에서 가장 앞선 곳은 자동차와 전자산업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11년 오는 2030년께는 자동차 총 제조비용의 80%를 IT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미 고급차인 에쿠스와 K9의 IT기술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에쿠스 속에는 일종의 컴퓨터라고 할 수 있는 전자제어장치가 50개 가까이 들어간다. 에쿠스를 구동시키는 소프트웨어 코드는 약 1300만줄로, 윈도2000의 2900만줄에 육박한다. 2015년께에는 1억줄의 코드가 자동차에 담길 전망이다.
융합은 산업간 경계와 구도도 바꾸고 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빅데이터를 전담할 글로벌 SW센터를 지난해 6월 실리콘밸리 인근에 설립, SW인재 400여명을 채용했다. GE는 이를 토대로 SW분야 매출을 2015년 50억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다.
프랑스 중장비 기업인 슈나이더는 수익성 악화로 고민하다 1999년 회사명을 슈나이더일렉트릭으로 바꾸고 스마트 전력관리SW 회사로 변신했다. SW업체인 텔벤트, 버리디티, 솔브IT 등을 연이어 인수, 현재 종업원 12만명 규모의 전력부품 및 스마트 전력관리SW업체로 입지를 굳혔다.
홍성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 부원장은 "자동차, 중공업, 발전 등 업종을 가릴 것 없이 SW가 핵심이 되고 있다"며 "SW 중심 융합 산업생태계와 정책 마련에 산업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안경애, 이준기, 허우영, 남도영 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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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서 과학기술과 ICT가 한 부처에서 만났지만 아직 생태계는 서로 다르다. 산업과 연구현장에서 과학기술과 ICT를 중심으로 융합이 이뤄지고 있지만 분야별로 편차가 크다.
디지털타임스는 과학기술과 ICT가 우리 경제 성장과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려면 두 영역간의 융합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하에 이를 주제로 `스타트 C코리아' 캠페인을 미래창조과학부와 공동 기획했다. 스타트 C코리아는 과학기술과 혁신을 키워드로 하는 디지털타임스의 새 캠페인 명칭이다. C는 `융합ㆍ창의ㆍ협력'(ConvergenceㆍCreativityㆍCooperation)을 의미한다.
캠페인에서는 이미 융합을 통해 새 길을 연 성공사례를 소개하고, 과학기술ㆍICT 융합이 가져올 미래 변화를 조망한다. 또 융합을 통해 꼭 풀어야 할 사회현안과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융합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한 생태계 조성방안을 제안한다.
캠페인과 관련된 의견과 아이디어는 본지 기획팀(science@dt.co.kr)으로 보내면 된다.
수원 광교테크노밸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 입주해 있는 신약 R&D 조직인 서울대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 연구실에 들어서자 비이커 등 실험 도구 대신 방을 꽉 채운 서버가 눈에 들어왔다. 나란히 붙은 연구실에서는 컴퓨터를 앞에 두고 시스템 개발자와 엔지니어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연구단은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이 드는 신약 개발에 IT기술을 접목, 복잡한 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미 밝혀진 단백질, 신약, 질환, 화합물 관련 정보가 쌓인 빅데이터를 파헤쳐 신약 개발의 금맥을 캐고 있는 것.
연구단 인용호 박사가 연구단이 직접 개발한 `팜DB'에서 폐암 신약을 발굴하기 위해 명령어를 입력하자 판매 중인 약 성분과 밝혀진 단백질 정보, 질환 정보가 검색돼 15개의 후보물질이 도출됐다. 이미 안전성이 입증된 약 중 폐암에도 효과가 있는 물질을 IT기술로 찾아낸 것. 연구단은 이 결과를 토대로 세포실험을 거친 후 `TBZT'라는 물질을 발굴, 제약사로의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시스템에 특정 단백질이나 질병 명칭을 입력하면 관련된 데이터가 쏟아져 나온다. 연구단을 이끄는 김성훈 서울대 교수는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살고 있지만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일란성 쌍둥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찾아주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며 "2019년까지 한국형 고효율 초고속 신약개발 하이웨이를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원자로 `하나로'. 우라늄 핵연료를 이용하지만 전기를 생산하는 대신 각종 중성자 연구에 쓰이는 연구시설이다.
여러 겹의 보안관문을 통과해 내부로 들어서자 현대자동차 연구진이 수소연료전지차에 들어가는 연료전지를 테스트하고 있었다. 연료전지내 흐르는 물을 보는 도구는 중성자가 유일하기 때문. 원자력연구원과 현대차는 2008년부터 6년째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안병기 현대차 연료전지개발실장은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를 양산하는 데 거대과학시설의 힘이 컸다"며 "남들이 해보지 않은 길을 가는 데 기초과학이 중요한 도구가 됐다"고 말했다.
하나로에서 나온 중성자는 IT산업의 한 축을 이루는 이차전지와 대표적인 굴뚝산업인 철강에도 도움을 준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이차전지 개발에, 포스코는 선박이나 자동차에 쓰이는 철강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성자를 활용한다. 하이브리드차나 태양광발전소, 고속철 등에 들어가는 대전력반도체는 아예 하나로 내에서 생산된다. 거대연구장치가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세상에 없던 재료를 만들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가상실험실을 구축했다. 연구원의 다원물질융합연구소에는 슈퍼컴을 이용해 소재를 이루는 전자, 원자, 분자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계산하는 20여명의 전문인력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가상실험실'에서 각종 물리ㆍ화학 지식과 수학을 동원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한다. 여기에서 나온 결과를 실제 실험실에서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자가 이어 받아 구체적인 성과를 내게 된다. 연구소를 이끄는 이광렬 소장은 "컴퓨터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연구현장에 엄청난 변화가 오고 있다"며 "실험실에서 웨이퍼를 들고 소자를 만들고 실험을 하듯이 전 과정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하는 사이버실험실이 우리의 핵심 연구자산"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과 ICT간 융합에서 가장 앞선 곳은 자동차와 전자산업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11년 오는 2030년께는 자동차 총 제조비용의 80%를 IT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미 고급차인 에쿠스와 K9의 IT기술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에쿠스 속에는 일종의 컴퓨터라고 할 수 있는 전자제어장치가 50개 가까이 들어간다. 에쿠스를 구동시키는 소프트웨어 코드는 약 1300만줄로, 윈도2000의 2900만줄에 육박한다. 2015년께에는 1억줄의 코드가 자동차에 담길 전망이다.
융합은 산업간 경계와 구도도 바꾸고 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빅데이터를 전담할 글로벌 SW센터를 지난해 6월 실리콘밸리 인근에 설립, SW인재 400여명을 채용했다. GE는 이를 토대로 SW분야 매출을 2015년 50억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다.
프랑스 중장비 기업인 슈나이더는 수익성 악화로 고민하다 1999년 회사명을 슈나이더일렉트릭으로 바꾸고 스마트 전력관리SW 회사로 변신했다. SW업체인 텔벤트, 버리디티, 솔브IT 등을 연이어 인수, 현재 종업원 12만명 규모의 전력부품 및 스마트 전력관리SW업체로 입지를 굳혔다.
홍성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 부원장은 "자동차, 중공업, 발전 등 업종을 가릴 것 없이 SW가 핵심이 되고 있다"며 "SW 중심 융합 산업생태계와 정책 마련에 산업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안경애, 이준기, 허우영, 남도영 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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