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듯하던 더위가 확연히 한풀 꺾였다.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이 가을이 머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더위와 전력위기 사이에 비지땀을 흘린 2013년의 여름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혹시 일어날지 모를 블랙아웃과 사투를 벌여야 했고, 인위적으로 전기 사용을 줄이기 위해 안 써도 될 국민세금을 퍼부어야 했다.
가까스로 어려움을 넘긴 지금,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최근 정부가 공급 중심의 에너지 정책과 대형건물 실내온도 제한 등 단순 수요관리 정책에서 벗어나 스마트플러그, 에너지저장장치, 전력거래시장 활성화 등 ICT 기술 기반 전기 수요관리 정책을 펴겠다고 밝힌 내용은 환영할 만하다. LED 조명 보급을 늘리고,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대해 에너지관리시스템 설치를 유도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공급과 수요간 엇박자가 훨씬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전기뿐만 아니라 전체 에너지를 들여다보면서 원천적 수요 절감, 이산화탄소 감소, 신재생에너지 시장 형성을 꾀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수십만원대의 전기요금을 걱정하면서 에어컨을 틀고 있을 때 전북 고창 제로에너지주택단지 입주민 상당수는 자체 생산한 에너지로 냉방을 하고도 오히려 에너지가 남는 여유로운 여름을 보냈다. 30평 주택을 분양받으면서 가구당 2000만원을 더 낸 덕분에 사계절 내내 전기요금 걱정을 하지 않고 살고 있는 것.
이 단지는 초기 건축비용을 20% 정도 더 들이고 주택 전체 에너지소비량을 80% 이상 절감하는 제로에너지주택으로 조성됐다. 지열과 태양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주로 사용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열을 잘 하고 햇빛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지어서 에너지 쓰임 자체를 크게 줄인 점이다. 29개 주택이 이런 방식으로 지어졌는데, 주변에 같이 지어진 70개 일반주택도 내년엔 이렇게 고칠 계획이라고 한다.
제로에너지주택이나 패시브하우스의 강점은 주택건설 당시 투자를 약간 더 하면 사용하는 내내 에너지 소비가 제로 수준이 된다는 점이다. 국내 주택의 에너지 사용 중 난방에너지가 약 65%를 차지하는데, 패시브하우스는 아무런 기계장치 없이도 난방에너지 사용을 96% 줄일 수 있다. 자연스럽게 외부 전기공급으로부터 독립이 가능하고, 온실가스 배출도 거의 없다. 주택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16%를 차지한다. 일반 주택뿐만 아니라 공공건물, 산업시설 등에 이 기술이 적용되면 훨씬 효과가 커진다.
우리 정부도 오는 2017년부터 신축주택에 대해 패시브하우스 기준을 적용하고, 2025년까지 주택 에너지를 100% 절감한다는 로드맵을 내놨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책은 많지 않다.
일부 지자체나 건설업체 차원에서 단지나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고, 기술을 잘 아는 사람들끼리 동호인주택 형태로 짓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어떤 인센티브도 없는 게 사실이다. 유럽에서는 저에너지 건축물에 무이자나 저리 융자,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공공건물에 기술을 먼저 적용하는 등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시청이나 구청 건물을 에너지 효율 고려 없이 덩치만 크게 지을 게 아니라 패시브하우스 기술을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마땅하다. LH나 SH 같은 공공주택공급업체 역시 요즘 같은 전세난에 건설업체와 분양시장에서 경쟁할 게 아니라 패시브하우스 기술로 무장한 전세형 임대주택을 통해 국민 행복과 건설시장 활성화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정부 역시 모호한 정책목표만 내놓을 게 아니라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세밀한 유도정책을 펴야 할 시점이다.
생활과학부 안경애 차장
가까스로 어려움을 넘긴 지금,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최근 정부가 공급 중심의 에너지 정책과 대형건물 실내온도 제한 등 단순 수요관리 정책에서 벗어나 스마트플러그, 에너지저장장치, 전력거래시장 활성화 등 ICT 기술 기반 전기 수요관리 정책을 펴겠다고 밝힌 내용은 환영할 만하다. LED 조명 보급을 늘리고,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대해 에너지관리시스템 설치를 유도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공급과 수요간 엇박자가 훨씬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전기뿐만 아니라 전체 에너지를 들여다보면서 원천적 수요 절감, 이산화탄소 감소, 신재생에너지 시장 형성을 꾀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수십만원대의 전기요금을 걱정하면서 에어컨을 틀고 있을 때 전북 고창 제로에너지주택단지 입주민 상당수는 자체 생산한 에너지로 냉방을 하고도 오히려 에너지가 남는 여유로운 여름을 보냈다. 30평 주택을 분양받으면서 가구당 2000만원을 더 낸 덕분에 사계절 내내 전기요금 걱정을 하지 않고 살고 있는 것.
이 단지는 초기 건축비용을 20% 정도 더 들이고 주택 전체 에너지소비량을 80% 이상 절감하는 제로에너지주택으로 조성됐다. 지열과 태양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주로 사용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열을 잘 하고 햇빛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지어서 에너지 쓰임 자체를 크게 줄인 점이다. 29개 주택이 이런 방식으로 지어졌는데, 주변에 같이 지어진 70개 일반주택도 내년엔 이렇게 고칠 계획이라고 한다.
제로에너지주택이나 패시브하우스의 강점은 주택건설 당시 투자를 약간 더 하면 사용하는 내내 에너지 소비가 제로 수준이 된다는 점이다. 국내 주택의 에너지 사용 중 난방에너지가 약 65%를 차지하는데, 패시브하우스는 아무런 기계장치 없이도 난방에너지 사용을 96% 줄일 수 있다. 자연스럽게 외부 전기공급으로부터 독립이 가능하고, 온실가스 배출도 거의 없다. 주택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16%를 차지한다. 일반 주택뿐만 아니라 공공건물, 산업시설 등에 이 기술이 적용되면 훨씬 효과가 커진다.
우리 정부도 오는 2017년부터 신축주택에 대해 패시브하우스 기준을 적용하고, 2025년까지 주택 에너지를 100% 절감한다는 로드맵을 내놨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책은 많지 않다.
일부 지자체나 건설업체 차원에서 단지나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고, 기술을 잘 아는 사람들끼리 동호인주택 형태로 짓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어떤 인센티브도 없는 게 사실이다. 유럽에서는 저에너지 건축물에 무이자나 저리 융자,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공공건물에 기술을 먼저 적용하는 등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시청이나 구청 건물을 에너지 효율 고려 없이 덩치만 크게 지을 게 아니라 패시브하우스 기술을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마땅하다. LH나 SH 같은 공공주택공급업체 역시 요즘 같은 전세난에 건설업체와 분양시장에서 경쟁할 게 아니라 패시브하우스 기술로 무장한 전세형 임대주택을 통해 국민 행복과 건설시장 활성화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정부 역시 모호한 정책목표만 내놓을 게 아니라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세밀한 유도정책을 펴야 할 시점이다.
생활과학부 안경애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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