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인재양성`이 성공 좌우… 지속적 투자 중요
과학벨트, 정치논리 아닌 국가미래 관점서 접근 필요
미래부, R&D 예산 배분 핵심 역할… DB구축 힘써야
과학벨트, 정치논리 아닌 국가미래 관점서 접근 필요
미래부, R&D 예산 배분 핵심 역할… DB구축 힘써야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듦으로써 단기적 성과를 내는 것도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기초과학의 인프라를 깔아 30∼50년 후를 위한 성장동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조경제가 성공적으로 실현되도록 정책 틀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특유의 조근조근한 말투로 인터뷰 내내 `과학기술'과 `기초과학'을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개념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민 의원은 단기적 성과보다 미래 대한민국을 위한 `터'를 닦는 일에 헌신하고 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계를 대표해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그는 대선과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창조경제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딸을 대전에 두고 여의도가 바라보이는 서울 마포에서 혼자 살고 있는 그는 새벽공기를 가르며 여의도로, 밤 공기를 마시며 마포로 향하는 생활을 1년 넘게 하며 30여년간 가슴에 담아뒀던 생각들을 정책과 법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대담=장윤옥 생활과학부장
- 국회 진출한 지 1년2개월이 넘었는데,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훌쩍 지났네요. 지난해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같이 치러진 해여서 국회의원의 역할에 차분히 익숙해질 시간 여유가 없었어요.
과기계를 대표해 국회의원이 된 만큼 우선 과기계의 현안과 문제점들을 푸는 일을 많이 했습니다. 대선 때는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창의산업단장을 맡아 과학기술 공약 작성에 힘썼고, 새누리당 조직총괄본부 인재영입본부장과 새누리당 인재영입위원회 과학기술본부장을 맡아 대선 승리와 당 외연 확대를 위해 노력했지요. 미래창조과학부 출범 이후에는 과학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요. 말 그대로 시간이 쏜살같다는 것을 실감한 한 해였습니다."
- 비례대표 1번 배정 소식을 들은 후 어떤 각오를 하셨나요.
"지난 해 3월 비례대표 1번으로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후 `과학자가 정치를 하니까 신뢰가 간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공천 소감을 밝혔습니다. 국회 등원 후 1년여 동안 초심을 잃지 않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어요.
스스로 100점짜리 의정활동이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국정감사 우수위원, 과학분야 의정활동 우수위원, 국회의원 헌정대상 등을 수상해 낙제점은 면한 게 아닌가 안도하고 있어요.(웃음) 하지만 선배 정치인들을 보면 여전히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음을 느낍니다."
- 정부 정책의 핵심과 거리가 있었던 과기 분야가 현 정부 들어 정책의 중심으로 옮겨왔는데, 이런 변화를 어떻게 보시는지.
"과학기술은 우리나라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지만 지금까지 과학기술인들의 정치 참여가 상대적으로 부족했고, 그 결과 정책 결정이나 예산편성 과정에서 과기계 현장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난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과학기술 중심의 창조경제론을 첫 번째 공약으로 발표했고, 국민행복 새 시대를 열기 위한 5대 국정목표 중에도 창조경제를 첫 번째로 제시했습니다. 대통령께서 이공계 출신인 만큼 과학기술에 대한 애정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요.
결국 과학기술이 국정운영의 중심이 된 것은 우리나라가 재도약하려면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과학기술이 기초가 된다는 인식 전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과기계도 이런 인식전환에 발맞춰 국가에 기여한다는 자긍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스스로 개혁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대사회는 생활 속에 과학기술이 녹아 있어 우리 삶의 질이 과학기술 발전과 연결돼 있지만 과학기술이 어렵고 일상생활과 거리가 있다는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인 만큼 국민에게 친근한 과학기술, 국민의 안전과 행복에 기여하는 과학기술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 현 정부 들어 가장 중요하게 들여다보는 정책분야는 무엇인가요.
"제가 과기계와 여성을 대표해서 비례대표로 뽑힌 만큼 과학기술인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 없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훌륭한 연구성과를 거둬 우리나라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데 가장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이공계 인력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여성 과학기술인력의 활용은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데요. 실험과 출장이 많은 연구 업무의 특성을 반영해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출산 후 경력단절을 막을 수 있도록 직장보육시설을 확대하는 등 현실적인 정책을 입안하고자 합니다."
- 현 정부의 아이콘 부처라 할 수 있는 미래부의 성과에 대한 지적이 있는데.
"미래부에 대해 `존재감이 없다'는 얘기부터 `미래가 없다'는 가혹한 비판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미래부가 출범 초기인 만큼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내ㆍ외부의 비판으로 인해 미래부가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하게 될까 우려될 정도입니다.
미래부는 창조경제 선도부처로서 국민 지지와 이해를 구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추상적 정책 제시를 넘어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내놔야 할 겁니다. 또 과학기술과 ICT가 창조경제의 인프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R&D 예산 배분ㆍ조정에 핵심 역할을 해야 하며, 기본적인 DB 구축에 힘써 이를 기초로 정책결정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과학수사를 위해 모든 회사 모든 모델 자동차의 시트 헝겊 성분에 대해 DB가 구축돼 있다고 해요. 사건 현장의 실오라기 하나가 수사의 단서로 쓰일 수 있게 환경이 갖춰져 있는 거죠. 우리도 사회 전 분야에서 기본적인 DB 구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조급함에 쫓겨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시행착오를 반복해서는 안 되고, 기초기술과 창의적 인재 육성 분야가 상대적으로 경시되지 않도록 충분한 여유를 갖고 투자를 늘려가야 합니다.
현재 창조경제 관련 예산은 기획재정부, 창조경제 관련 조직은 안전행정부 소관이기 때문에 미래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이 힘을 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인 만큼 조직과 예산에 관한 논의도 필요해 보입니다."
- 의원님이 생각하는 창조경제의 정의와 방식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에서 불과 반세기만에 눈부신 경제적 성장을 이뤄냈지만 최근 저출산ㆍ고령화ㆍ저성장ㆍ고실업 등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상상력과 창의적 생각을 현실화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드는 게 창조경제입니다. 이를 실현하려면 인프라가 되는 과학기술과 ICT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합니다. 요즘 소프트웨어나 IT인재 양성이 화두로 떠올랐는데, 사실 수학, 물리학 같은 기초과학 인재 양성이 더욱 중요합니다. 일본의 경우 물리학과 출신들이 도시바, 히타치 등 기업 중앙연구소에 많이 취업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물리학과 출신들이 취업하기 쉽지 않고 폐과 논의까지 있는 상황이죠.
기초과학의 든든한 토대 없이는 응용과학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만큼, 창조경제를 성공시키려면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 투자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창조경제 관련 활동계획은 무엇인가요.
"우선 미래부가 창조경제 추진 핵심부처인 만큼 상임위 활동과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정부가 제대로 정책을 추진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겁니다. 또 국민들에게 창조경제의 내용과 추진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정부와 국민간의 가교역할도 해나갈 생각입니다. 활발한 입법활동을 통해 정책의 기본틀을 만들어 가는 일도 하겠습니다. 새누리당 창조경제ㆍ일자리 창출 특위에서 활동하면서 과학기술ㆍICT육성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불필요한 규제 개선과 예산ㆍ입법적 지원책 마련을 통해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창조경제를 꽃피울 수 있게 해나가겠습니다."
- 과기생태계 개선을 위한 입법활동 계획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법안 몇 가지가 있는데, 먼저 출연연을 기타공공기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현재 과기 출연연들이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다른 공공기관들과 일률적인 평가나 규제 위주 관리를 받고 있는데 이를 고쳐 연구자들이 안정적인 연구환경에서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중인데 기재위원과 기재부를 계속 설득하고 있어요. 과학기술기본법개정안도 있는데, 정부 총지출 예산의 5% 이상을 정부R&D에 투자하도록 법제화하는 게 골자입니다. 세 번째로 출연연법 개정안은 지금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로 나눠진 과기 출연연 연구회를 통합하는 내용입니다. 출연연간 융합연구와 지원관리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밖에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위해 연구비 관리 및 성과평가 제도개선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요."
- 한동안 시끄러웠던 과학벨트 사업에 대한 소신을 들려주세요.
"과학벨트는 정치적 의미가 개입되다 보니 의견조정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연구자 입장에서 얘기하고 싶어요. 연구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의 조속한 정상추진과, 대전시와 정부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과학벨트 수정안이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데, 단순한 다수결의 문제가 아니라 분열과 갈등 없이 문제를 풀려면 정부가 나서 수정안이 거점지구는 물론 기능지구를 포함한 과학벨트 전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정치권은 과학벨트 조성이 `과학백년지대계'를 위한 것임을 인식하고 정치논리가 아닌 국가의 미래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조심하는 부분과 중요시하는 원칙이 있다면.
"우리사회에서 법을 가장 지키지 않는 직종 1위가 정치인이라는 씁쓸한 언론보도를 접한 적이 있어요. 예산처리 과정에서 해마다 반복해온 국회 내 폭력, 법과 원칙을 지키고 국민과의 약속을 준수하려는 노력 부족 등이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줬고, 이것이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게 아닌가 해요
저는 국회로 오면서 지인들께 사심을 버리고 법ㆍ제도를 준수하고 부정과 비리가 없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이 약속을 의정활동 기간 내내 마음 깊이 간직할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 한 사람의 입장에서 국회를 바라보던 마음을 잊지 않고, 군림하기보다 국민을 섬기는 정치인이 되자고 항상 다짐하고 있습니다."
- 그동안 연구자로서의 삶과 현재 생활의 의미를 평가하신다면.
"오랜 기간 연구자로서 생활해오는 동안 저를 지탱해 준 것은 제 연구가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명감이었어요. 국회의원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회의원은 국민과 국가에 봉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어려운 과제에 맞닥뜨렸을 때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준비하고 조사하던 연구자로서의 마음가짐을 갖고, 다양한 사회 문제를 풀기 위해 힘쓸 것입니다. 그리고 과학기술계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삶이 안전하고 행복해지는데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여름휴가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보좌진들이 휴가를 보내줄 것 같지 않네요. 농담이고요.(웃음) 지금 창조경제ㆍ일자리창출특위에도 소속돼 있지만, 새누리당 에너지특위에서 활동하면서 에너지믹스분과와 원자력 안전분과에 소속돼 일하고 있어요. 창조경제ㆍ일자리창출특위에서는 이달말까지 입법과제와 정책과제를 마련해야 하고, 에너지특위도 여름철 전력난과 원자력 안전대책 마련을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한 상태여서 마음 편히 쉬기는 힘들 것 같아요.
게다가 개인적으로는 딸이 고3이라 가능한 한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할 듯하고, 휴가는 아마 상임위 차원에서의 현장탐방 기회를 활용해야 할 것 같아요."
-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젊은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으면 해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일화를 인용해볼까요. 에디슨은 1200번이 넘는 실패를 거듭한 끝에 백열전구를 발명했지요. 그리고 백열전구를 처음 대중 앞에 선보이면서 그는 `나는 1200번 실패한 것이 아니다. 전구가 켜지지 않는 방법을 1200가지나 알아낸 것이다'라고 말했어요.
인생에서 실패는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열정을 갖고 노력한다면 실패는 성공을 위한 과정임이 분명하지요. 요즘 경제상황도 어렵고 사회 분위기도 침체돼 있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도 여기가 끝이라고 포기하고 좌절하면 정말로 거기가 끝이 되는 만큼 좀더 희망을 가지고 도전해줬으면 합니다."
- 개인적인 미래 소망과 계획을 들려주세요.
"과학기술인이면서 성공한 정치가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과학기술인들의 정치 참여가 부족했고 상대적으로 중요성을 저평가 받은 점이 있지만, 이제 과학기술 발전이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가 온 만큼 더 많은 과학기술인들에게 정치 참여의 길이 열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먼저 정치권에 입문한 과학기술인으로서 앞으로 정치에 참여하게 될 후배 과학기술인의 귀감이 되고 싶습？다."
정리=안경애기자 naturean@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듦으로써 단기적 성과를 내는 것도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기초과학의 인프라를 깔아 30∼50년 후를 위한 성장동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조경제가 성공적으로 실현되도록 정책 틀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특유의 조근조근한 말투로 인터뷰 내내 `과학기술'과 `기초과학'을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개념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민 의원은 단기적 성과보다 미래 대한민국을 위한 `터'를 닦는 일에 헌신하고 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계를 대표해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그는 대선과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창조경제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딸을 대전에 두고 여의도가 바라보이는 서울 마포에서 혼자 살고 있는 그는 새벽공기를 가르며 여의도로, 밤 공기를 마시며 마포로 향하는 생활을 1년 넘게 하며 30여년간 가슴에 담아뒀던 생각들을 정책과 법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대담=장윤옥 생활과학부장
- 국회 진출한 지 1년2개월이 넘었는데,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훌쩍 지났네요. 지난해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같이 치러진 해여서 국회의원의 역할에 차분히 익숙해질 시간 여유가 없었어요.
과기계를 대표해 국회의원이 된 만큼 우선 과기계의 현안과 문제점들을 푸는 일을 많이 했습니다. 대선 때는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창의산업단장을 맡아 과학기술 공약 작성에 힘썼고, 새누리당 조직총괄본부 인재영입본부장과 새누리당 인재영입위원회 과학기술본부장을 맡아 대선 승리와 당 외연 확대를 위해 노력했지요. 미래창조과학부 출범 이후에는 과학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요. 말 그대로 시간이 쏜살같다는 것을 실감한 한 해였습니다."
- 비례대표 1번 배정 소식을 들은 후 어떤 각오를 하셨나요.
"지난 해 3월 비례대표 1번으로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후 `과학자가 정치를 하니까 신뢰가 간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공천 소감을 밝혔습니다. 국회 등원 후 1년여 동안 초심을 잃지 않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어요.
스스로 100점짜리 의정활동이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국정감사 우수위원, 과학분야 의정활동 우수위원, 국회의원 헌정대상 등을 수상해 낙제점은 면한 게 아닌가 안도하고 있어요.(웃음) 하지만 선배 정치인들을 보면 여전히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음을 느낍니다."
- 정부 정책의 핵심과 거리가 있었던 과기 분야가 현 정부 들어 정책의 중심으로 옮겨왔는데, 이런 변화를 어떻게 보시는지.
"과학기술은 우리나라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지만 지금까지 과학기술인들의 정치 참여가 상대적으로 부족했고, 그 결과 정책 결정이나 예산편성 과정에서 과기계 현장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난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과학기술 중심의 창조경제론을 첫 번째 공약으로 발표했고, 국민행복 새 시대를 열기 위한 5대 국정목표 중에도 창조경제를 첫 번째로 제시했습니다. 대통령께서 이공계 출신인 만큼 과학기술에 대한 애정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요.
결국 과학기술이 국정운영의 중심이 된 것은 우리나라가 재도약하려면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과학기술이 기초가 된다는 인식 전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과기계도 이런 인식전환에 발맞춰 국가에 기여한다는 자긍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스스로 개혁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대사회는 생활 속에 과학기술이 녹아 있어 우리 삶의 질이 과학기술 발전과 연결돼 있지만 과학기술이 어렵고 일상생활과 거리가 있다는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인 만큼 국민에게 친근한 과학기술, 국민의 안전과 행복에 기여하는 과학기술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 현 정부 들어 가장 중요하게 들여다보는 정책분야는 무엇인가요.
"제가 과기계와 여성을 대표해서 비례대표로 뽑힌 만큼 과학기술인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 없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훌륭한 연구성과를 거둬 우리나라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데 가장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이공계 인력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여성 과학기술인력의 활용은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데요. 실험과 출장이 많은 연구 업무의 특성을 반영해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출산 후 경력단절을 막을 수 있도록 직장보육시설을 확대하는 등 현실적인 정책을 입안하고자 합니다."
- 현 정부의 아이콘 부처라 할 수 있는 미래부의 성과에 대한 지적이 있는데.
"미래부에 대해 `존재감이 없다'는 얘기부터 `미래가 없다'는 가혹한 비판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미래부가 출범 초기인 만큼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내ㆍ외부의 비판으로 인해 미래부가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하게 될까 우려될 정도입니다.
미래부는 창조경제 선도부처로서 국민 지지와 이해를 구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추상적 정책 제시를 넘어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내놔야 할 겁니다. 또 과학기술과 ICT가 창조경제의 인프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R&D 예산 배분ㆍ조정에 핵심 역할을 해야 하며, 기본적인 DB 구축에 힘써 이를 기초로 정책결정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과학수사를 위해 모든 회사 모든 모델 자동차의 시트 헝겊 성분에 대해 DB가 구축돼 있다고 해요. 사건 현장의 실오라기 하나가 수사의 단서로 쓰일 수 있게 환경이 갖춰져 있는 거죠. 우리도 사회 전 분야에서 기본적인 DB 구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조급함에 쫓겨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시행착오를 반복해서는 안 되고, 기초기술과 창의적 인재 육성 분야가 상대적으로 경시되지 않도록 충분한 여유를 갖고 투자를 늘려가야 합니다.
현재 창조경제 관련 예산은 기획재정부, 창조경제 관련 조직은 안전행정부 소관이기 때문에 미래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이 힘을 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인 만큼 조직과 예산에 관한 논의도 필요해 보입니다."
- 의원님이 생각하는 창조경제의 정의와 방식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에서 불과 반세기만에 눈부신 경제적 성장을 이뤄냈지만 최근 저출산ㆍ고령화ㆍ저성장ㆍ고실업 등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상상력과 창의적 생각을 현실화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드는 게 창조경제입니다. 이를 실현하려면 인프라가 되는 과학기술과 ICT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합니다. 요즘 소프트웨어나 IT인재 양성이 화두로 떠올랐는데, 사실 수학, 물리학 같은 기초과학 인재 양성이 더욱 중요합니다. 일본의 경우 물리학과 출신들이 도시바, 히타치 등 기업 중앙연구소에 많이 취업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물리학과 출신들이 취업하기 쉽지 않고 폐과 논의까지 있는 상황이죠.
기초과학의 든든한 토대 없이는 응용과학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만큼, 창조경제를 성공시키려면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 투자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창조경제 관련 활동계획은 무엇인가요.
"우선 미래부가 창조경제 추진 핵심부처인 만큼 상임위 활동과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정부가 제대로 정책을 추진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겁니다. 또 국민들에게 창조경제의 내용과 추진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정부와 국민간의 가교역할도 해나갈 생각입니다. 활발한 입법활동을 통해 정책의 기본틀을 만들어 가는 일도 하겠습니다. 새누리당 창조경제ㆍ일자리 창출 특위에서 활동하면서 과학기술ㆍICT육성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불필요한 규제 개선과 예산ㆍ입법적 지원책 마련을 통해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창조경제를 꽃피울 수 있게 해나가겠습니다."
- 과기생태계 개선을 위한 입법활동 계획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법안 몇 가지가 있는데, 먼저 출연연을 기타공공기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현재 과기 출연연들이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다른 공공기관들과 일률적인 평가나 규제 위주 관리를 받고 있는데 이를 고쳐 연구자들이 안정적인 연구환경에서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중인데 기재위원과 기재부를 계속 설득하고 있어요. 과학기술기본법개정안도 있는데, 정부 총지출 예산의 5% 이상을 정부R&D에 투자하도록 법제화하는 게 골자입니다. 세 번째로 출연연법 개정안은 지금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로 나눠진 과기 출연연 연구회를 통합하는 내용입니다. 출연연간 융합연구와 지원관리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밖에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위해 연구비 관리 및 성과평가 제도개선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요."
- 한동안 시끄러웠던 과학벨트 사업에 대한 소신을 들려주세요.
"과학벨트는 정치적 의미가 개입되다 보니 의견조정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연구자 입장에서 얘기하고 싶어요. 연구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의 조속한 정상추진과, 대전시와 정부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과학벨트 수정안이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데, 단순한 다수결의 문제가 아니라 분열과 갈등 없이 문제를 풀려면 정부가 나서 수정안이 거점지구는 물론 기능지구를 포함한 과학벨트 전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정치권은 과학벨트 조성이 `과학백년지대계'를 위한 것임을 인식하고 정치논리가 아닌 국가의 미래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조심하는 부분과 중요시하는 원칙이 있다면.
"우리사회에서 법을 가장 지키지 않는 직종 1위가 정치인이라는 씁쓸한 언론보도를 접한 적이 있어요. 예산처리 과정에서 해마다 반복해온 국회 내 폭력, 법과 원칙을 지키고 국민과의 약속을 준수하려는 노력 부족 등이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줬고, 이것이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게 아닌가 해요
저는 국회로 오면서 지인들께 사심을 버리고 법ㆍ제도를 준수하고 부정과 비리가 없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이 약속을 의정활동 기간 내내 마음 깊이 간직할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 한 사람의 입장에서 국회를 바라보던 마음을 잊지 않고, 군림하기보다 국민을 섬기는 정치인이 되자고 항상 다짐하고 있습니다."
- 그동안 연구자로서의 삶과 현재 생활의 의미를 평가하신다면.
"오랜 기간 연구자로서 생활해오는 동안 저를 지탱해 준 것은 제 연구가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명감이었어요. 국회의원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회의원은 국민과 국가에 봉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어려운 과제에 맞닥뜨렸을 때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준비하고 조사하던 연구자로서의 마음가짐을 갖고, 다양한 사회 문제를 풀기 위해 힘쓸 것입니다. 그리고 과학기술계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삶이 안전하고 행복해지는데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여름휴가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보좌진들이 휴가를 보내줄 것 같지 않네요. 농담이고요.(웃음) 지금 창조경제ㆍ일자리창출특위에도 소속돼 있지만, 새누리당 에너지특위에서 활동하면서 에너지믹스분과와 원자력 안전분과에 소속돼 일하고 있어요. 창조경제ㆍ일자리창출특위에서는 이달말까지 입법과제와 정책과제를 마련해야 하고, 에너지특위도 여름철 전력난과 원자력 안전대책 마련을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한 상태여서 마음 편히 쉬기는 힘들 것 같아요.
게다가 개인적으로는 딸이 고3이라 가능한 한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할 듯하고, 휴가는 아마 상임위 차원에서의 현장탐방 기회를 활용해야 할 것 같아요."
-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젊은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으면 해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일화를 인용해볼까요. 에디슨은 1200번이 넘는 실패를 거듭한 끝에 백열전구를 발명했지요. 그리고 백열전구를 처음 대중 앞에 선보이면서 그는 `나는 1200번 실패한 것이 아니다. 전구가 켜지지 않는 방법을 1200가지나 알아낸 것이다'라고 말했어요.
인생에서 실패는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열정을 갖고 노력한다면 실패는 성공을 위한 과정임이 분명하지요. 요즘 경제상황도 어렵고 사회 분위기도 침체돼 있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도 여기가 끝이라고 포기하고 좌절하면 정말로 거기가 끝이 되는 만큼 좀더 희망을 가지고 도전해줬으면 합니다."
- 개인적인 미래 소망과 계획을 들려주세요.
"과학기술인이면서 성공한 정치가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과학기술인들의 정치 참여가 부족했고 상대적으로 중요성을 저평가 받은 점이 있지만, 이제 과학기술 발전이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가 온 만큼 더 많은 과학기술인들에게 정치 참여의 길이 열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먼저 정치권에 입문한 과학기술인으로서 앞으로 정치에 참여하게 될 후배 과학기술인의 귀감이 되고 싶습？다."
정리=안경애기자 naturean@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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