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포스코의 `불꽃남`…극한 직업 뭔가보니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신영환 품질마스터, 용광로 쇳물에 산소 불어넣는 취련작업 수행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25년째 취련사로 근무하며 `불꽃남'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포항제철소 2제강공장 신영환 품질 마스터다. 직업명부터 생소한 취련사는 용광로에서 나온 쇳물에 산소를 불어넣어 불순물을 태우고, 온도를 유지시키며 각종 합금철을 투입해 강(鋼)의 성질을 결정짓는 기술자다.

이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취련 작업 중 한 가지라도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해당 쇳물은 불순물이 섞인 저급 용강이 되거나 고객의 주문사항과 달라 사용하지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전로(轉爐)라고 하는 거대한 용기 내에서 이뤄지는 취련 작업을 거치면 용광로에서 나온 선철(銑鐵)은 강으로 거듭난다.

2제강공장에는 4기의 전로가 있으며 1기가 통상 한 번에 처리하는 양은 300톤 가량이다. 포항제철소 철강제품의 78%는 2제강공장을 거쳐서 후공정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취련 작업을 거쳐 결정되는 강의 성질이 회사제품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 취련 작업은 이틀에 한번씩 번갈아 가면서 수행한다.

1988년 포스코에 입사한 후 취련 작업에 매달려온 신 마스터는 이미 쇳물의 색깔과 불꽃의 모양만으로도 탄소 함유량을 알아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 기술자다. 그는 "불꽃만 봐도 전로 안 쇳물이 제대로 익어가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며 "1600~1700℃의 불꽃을 바라보면 이 불꽃으로 완성될 제품이 곳곳에 쓰이는 것이 생각나 성취감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에 답에 연륜과 노하우가 묻어난다. 신 마스터는 "최신 장비보다 때로는 베테랑 취련사의 직감과 순간의 판단이 더 정확하게 맞아떨어질 때가 있다"며 "취련 작업은 순식간에 이뤄지며, 그 순간 품질 또한 결정되기 때문에 고도로 집중해야 하고,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신 마스터는 승부사로도 불린다. 전로에 산소를 불어넣는 작업은 20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이뤄진다. 특히 산소 취입량 등을 결정하는 시간은 산소를 취입하기 전 단 5분이다. 이 짧은 순간, 취련사는 높은 긴장감 속에 전로에 들어온 쇳물의 색깔과 소리, 온도, 불꽃의 모양을 보고 강의 성분을 결정짓는 정확한 산소 취입량을 계산해내야 한다. 강의 품질력을 높이는 승부시간이 매우 짧아 조그만 실수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8월 폭염 아래 용광로 앞은 더욱 더 뜨겁다. 하지만 그는 용광로 앞에서 일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전로 상부 설비에 올라가면 60℃에 육박하는 고온으로 숨이 턱턱 막히지만 더위를 즐겨야 하는 게 취련사들의 숙명이라는 게 그의 답이다.

하지만 그가 더위도 이겨 낼 수 있는 것은 그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제품 때문이다. 신 마스터는 "내 손길이 닿은 제품이 세계로 뻗어간다고 생각하면 땀을 흘린 만큼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남들보다 30분 빠른 출근을 한다. 취련 작업 전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서다. 신 마스터는 "작업 전에는 취련 과정이 제품품질, 나아가 회사경쟁력에 미치는 중요함을 생각하고 초심을 되새기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자기계발에도 남다른 열정을 가진 신 마스터는 열처리기능사와 제강기능장 등 업무와 관련된 다수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최근에는 크랙(갈라지는 것)에 민감한 후판 제품의 품질을 강화한 점을 인정받아 선강 부소장 포상을 받기도 했다.

정유진기자 yjin@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