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형 칼럼] SW, `해` 바라기를 버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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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7-2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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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형 칼럼] SW, `해` 바라기를 버릴 때
이근형 IT정보화부장
장맛비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에는 지난 7일부터 18일까지 비가 내려 2000년 이후 두번째로 길게 이어졌다. 하순에도 계속된다고 한다.

지루한 장맛비가 걷히면 곧 해바라기의 계절이 돌아온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도 몸을 곧게 편 모습이 당당하다. 해바라기 꽃은 항상 태양을 쫓아간다. 어머니를 놓치지 않으려고 치맛자락을 잡고 종종 걸음을 걷는 아이처럼.

해바라기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을 연상시킨다. 겉으로는 곧게 뻗은 소나무인 채 하지만, 내심 하늘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같은 업체들이 적지 않다. 홀로서기 보다는 기대어서기에 익숙하다.

최근 SW 업계에서는 `혹시나'했는데, `역시나'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엔 복지에 밀렸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지난 정권 4대강 사업에 IT와 SW가 뒷전으로 밀리더니, 현 정권에서도 다른 현안에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SW 업계의 기대는 컸다. IT 업계 입장에서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지난 정부 보다 못할 것은 없다는 생각이었다. 또 정부와 정치권에서 IT와 SW의 중요성이 잇달아 강조하다보니 기대감은 풍선처럼 커져만 갔다. 하지만 정권 출범 6개월이 채 안된 시점에서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지난달 정부가 SW 업계의 오랜 숙원인 SW유지보수요율을 현재 평균 7%에서 올해 10%로 높이고, 2017년까지 15%로 상향한다는 정책을 내놨다. 이 방안에 일제히 업계는 환영했지만 곧바로 실행방안에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실망하고 있다. 이전처럼 정부 예산이라는 장벽에 막혀 엉킨 실타래를 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한다던 `SW혁신전략'도 몇개월째 지지부진해 업계의 속을 태우고 있다. 내용은 둘째치고 현안 과제에 밀려 세상의 빛조차 보기 힘들어지면서 현 정부 역시 다를 게 없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3.20과 6.25 등 잇단 사이버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정부가 내놓은 정보보안 대책들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공허한 메아리의 반복이어서 보안업계를 실망시켰다.

여기에 내년 IT와 SW 예산이 올해에 비해 10% 정도 삭감될 수도 있다는 얘기는 결정타가 되고 있다. 개념도 사용처도 명확하지 않은 창조경제 예산에 SW 업계의 `생명줄'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래성장동력'으로 포장한 정책 입안자들의 미사어구에 또다시 속았다는 것이다.

국내 SW 시장, 특히 국산 SW의 경우 정부와 공공기관의 매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정부의 정책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정책 변경에 회사의 존립이 달려 있어 SW 업계는 스스로 `해'바라기를 하게 된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를 이용해 자신의 미래를 보장받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기업의 공공정보화 시장 참여제한을 골자로 하는 개정 SW산업진흥법이다.

지금의 이상한 SW 시장구조는 정부와 업계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생성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고착된다면 한국 SW산업의 발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SW 업계 스스로 정부만 바라보는 `해'바라기의 틀을 깨야 한다.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SW 업계가 자생력을 키워야만 한다. 기술경쟁력과 글로벌 마케팅 능력을 갖추는 것뿐만 아니라 현실에 안주하는 마인드부터 바꿔야 한다.

정부에 기대할 것은 많지 않다. 정부 스스로 족쇄를 차고 있기 때문이다. SW혁신전략도 `그 나물의 그 밥'일 수밖에 없다.

해바라기는 사실 해를 쫓아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SW 업계 스스로 우리는 `을'이라는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할 수 없는 지 고민해야 할 때다.

이근형 IT정보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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