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네트워크가 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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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7-2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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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전망] 네트워크가 재산이다
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여성수학자가 아주 드물던 시절인 1950년대 이전에 성공한 여성수학자들을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그들에게 네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의 재능을 일찍 발견하고 지지한 부모나 멘토가 있었고, 교육을 잘 받을 기회와 직장이, 좋은 연구 네트워크, 마지막으로 차세대 육성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1950년 이전에 수학연구에 이미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특기할 만하다.

이러한 특성은 오늘날 연구기관에 대입해도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 프린스턴에 있는 고등과학연구원 수학과는 수학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곳이다. 박사후연구원 연수기관으로 가장 인기 있는 곳이며, 교수들이 연구년을 보내길 원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원한다고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고 초청자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다. 누군가 큰 문제를 해결했다는 소문이 돌면 프린스턴 고등과학원이 그 사람을 초청하여 검증하고 연구자의 업적을 널리 알려서 그들을 스타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수학자들은 고등과학원에 초청되는 것을 매우 영예롭게 여기며, 이곳에서 연구 년을 보낸 교수들 중엔 좋은 멘토를 만나서 연구경력에 큰 도약을 하는 경우도 많다.

프린스턴 고등과학연구원이 어떻게 가장 성공적으로 세계의 수학을 선도하는 곳이 되었을까? 수학과 전임교원은 달랑 8명뿐이고 방문자와 박사후연구원이 훨씬 많은데 말이다.그 첫 번째 비밀은 전임교수 모두가 해당분야에서 최고라는 사실이다. 교원 채용을 할 때는 항상 최고 전문가를 모시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차선으로 가지만, 이도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해당분야의 채용을 아예 보류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단 채용된 교수는 최고의 대우를 받고 정년이 보장되며 모든 것에 자율성을 부여받는다. 그 흔한 평가도 받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최고의 연구자로서 수학 발전을 선도한다.

둘째, 프린스턴 고등과학원은 최고의 연구네트워크를 가질 수 있는 기관이다. 소수지만 최고의 수학자들은 훌륭한 멘토가 되어 그들을 보고 몰려오는 수많은 유망한 젊은 수학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이들을 지도하여 세계적인 수학자로 키워낸다. 프린스턴 고등과학원 교수들은 원하는 경우엔 어떠한 추가 보수도 받지 않고 인근에 있는 또 다른 독립기관인 프린스턴대학교 박사과정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차세대 인재 육성에 앞장선다. 이처럼 가장 창의적인 소수 정예로 최우수인재들이 계속 우수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게 되어 그곳은 오랫동안 세계 제일의 수학연구기관이란 평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프린스턴 고등과학원이 기초과학 연구기관의 모범적 사례라면, 민간 기업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를 들 수 있다. 이 연구소는 창립이래 필드상 수상자인 프리드먼을 비롯하여 세계적인 수학자와 과학자를 유치한 후 그들에게 연구의 자율권을 최대로 보장하고 있다. 그들은 장기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연구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으며 과학의 발전과 진보의 기여도에 따라서만 평가받기 때문에 이 연구소도 계속해서 훌륭한 기초과학자들을 유치할 수 있다. 실제로 프리드만의 양자계산 연구와 물리학자들의 기초연구가 양자컴퓨터 발명과 정보통신에 기반한 기술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는 지원인력을 포함하여 1100여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대학과의 연구네트워크를 매우 중시하여 전 세계 유수 대학들과의 공동 연구가 매우 활발하다. 실제로 정보통신분야에서 차세대 기술을 주도할 많은 융합연구 결과가 대학들과 공동 연구를 통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일찍이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는 2000년부터 매 해 연구커넥션의 일환으로 `교수 정상회의'(Faculty Summit)를 열고 있다. 이 회의는 교수만을 대상으로 하며, 교수간의 연구 교류뿐만 아니라 차세대에 연구의 진보와 아이디어를 확산하는 것도 중요한 아젠다로 설정한 것 같다.

올해의 `교수 정상회의'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있는 레드몽드에서 개최되었는데, 29개국, 200개 기관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400여 명이 참여했다. 올해는 계산 분야에서 사회가 직면한 도전과제들을 논하고 최신의 연구결과들을 탐색하며 새로운 연구주제를 정립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경험을 나누고, 영감을 얻고, 기술발전에 더 큰 진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주로 마이크로소프트사 연구소 연구원들과의 교류와 연계를 통해서 정보통신 기반 산업 발전에 있어서 기초연구 및 연구개발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부각되었다.

연구기관의 경쟁력은 창의적인 최고의 인재들, 자율적으로 장기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지원과 평가제도 그리고 우수한 연구자들을 통해서 만들어내는 네트워크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7대 강국이 된 우리나라도 이 위상에 걸맞게 세계의 최우수 인재들이 모여 자율적으로 연구하고 세계적인 연구자들이 몰려오고 싶은 연구소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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