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성엔 공감… 각론선 딴소리
법적 권한 가진 제3 전문기관 필요
법적 권한 가진 제3 전문기관 필요
■ 구멍난 사이버안보 `컨트롤 타워` 시급하다
(중) 지지부진 사이버사령탑 `난파선`
3.20과 6.25, 올해만 벌써 두번째다. 금품 취득이 목적이 아닌, 사회 혼란과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위협을 목적으로 행해진 사이버공격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나 기업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국가의 안위를 위해 총체적 관리 감독이 가능한 컨트롤타워, `사이버정보보호사령탑' 설치 요구가 높아가는 이유다.
그러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필요성에 대해선 이구동성이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제각각 이해관계에 따라 딴소리를 한다. `누가' 정보보호 사령탑의 주체가 될 것인지 서론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벌써 수년째다.
◇국정원, 사이버사령탑 최선인가=정보보호 컨트롤타워 설립에 대한 요구는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보통신부가 해체된 이후 정보보호 정책이 (옛)방송통신위원회와 (옛)행정안전부로 이원화되면서 관련 규제법령, 업무처리 과정 등이 분산돼 불편함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조직개편 논의가 오갈 때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보보호 정책 일원화를 요구했지만 `방송'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 속에 정보보호 요구는 묵살됐다.
이후 보란 듯 3.20 사이버공격이 발생했다. 언론사와 금융기관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정부는 사이버공격에 대한 어떤 사전정보도 주지 못했고,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져갔다.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 등이 공동발의한 `국가사이버테러방지에관한법률안'은 이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서 의원은 법률 제안 당시 "우리나라는 아직 국가차원에서 사이버테러 방지 및 위기관리업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제도와 구체적 방법, 절차가 정립되지 않아 사이버위기 발생 시 국가안보와 국익에 중대한 위험과 막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면서 "법률에 의거 국가차원의 종합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업계와 전문가들도 넓은 의미에서 찬성의 뜻을 표했다.
문제는 `누가' 사이버안보를 총괄할 것인가에 대한 시각이다. 서 의원은 현 대통령 훈령에 의한 대응 방법 대신 국가정보원장 직속으로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설치하고 사이버위기대응 업무를 총괄하자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음ㆍ양으로 국내 정보를 총괄하고 있는 것이 현실. 현재 정부의 모든 보안 기준 및 기술표준도 대부분 국정원을 통해 마련됐고 보안 솔루션, 인프라, 관제 등 기술과 운영에 관한 국내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기관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서 의원 역시 가장 빠른 시간안에 사이버안보를 관리ㆍ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지위를 가진 최적의 기관이라는 판단아래 국정원을 사령탑으로 내세울 것을 주장한 셈이다.
야당은 명백한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변재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보안영역에 대한 총체적 관리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그야말로 `빅브라더'를 양산하는 최악의 수"라면서 "국가안보를 이유로 국민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등 사이버판 `국가안보법'의 부활이 될 수 있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제3 전문기관 설립, 국정원 배제할 수 있나=국정원을 사이버사령탑 주체로 하자는 논의 자체가 `정쟁'으로 확대되면서 정작 시급한 `사이버사령탑' 설치 자체는 지지부진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서 의원의 법률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는 만큼 국정원이 아닌 제3의 전문기관을 사이버사령탑으로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컨트롤타워)기관이 권한과 책임을 질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 이에 근거한 행정집행을 하면 된다"면서 "아직 법률조차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누가' (사이버사령탑) 주체가 될 것인가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시급한 현 국가안보 상황을 묵과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를 비롯한 몇몇 전문가들은 민ㆍ관 협동체제의 전문기관을 설립하자고 강조한다. 범부처를 관할하고 유사시 강력한 통제를 발휘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한편 전문성을 크게 강화해 국가 안보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
이같은 주장에도 반대가 적지 않다. 정부 기관을 새롭게 설립하고 조직을 마련한다는 것은 곧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일인만큼 비효율적이라는 시각이다. 과연 `전문기관'이 생긴다 한들 현실적으로 국정원의 협조없이 사이버사령탑의 기능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조차 받고 있다.
한 업계전문가는 "국정원에 가장 많은 정보가 있지만, 전혀 공유되질 않는다. 국정원도 이를 타 기관이나 부처와 공유할 이유가 없다. 별도 기관을 설립한다 하더라도 국정원을 배제한 채 제 기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진흥원이 해답? 권한-전문성 강화는 필요=일단 중도 방안으로 현 보안전문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기능과 권한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이라는 `스텝' 역할을 할 것이 아니라 보안 전문기관으로 독립적인 역할을 담당하자는 것이다.
이 역시 전문성 강화라는 전제가 뒤따른다. 현재 인터넷진흥원의 역량으로는 부처를 관할하기는커녕 여기저기 끌려다니기 십상이다.
이와 관련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국가 사이버안보의 핵심은 정보의 공유와 신속한 위기대응"이라며 "정보의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징후가 필연적으로 현실이 될 수 있기에, 징후 단계부터 예방하는 게 필수이고 따라서 사이버사령탑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컨트롤타워를 정보기관에게 맡기는 것은 통치체계적으로도 맞지 않고, 국민도 불편해 할 것"이라면서 "민ㆍ관ㆍ군을 총괄하려면 각 부처보다 체계적으로 상위이거나 또는 동급이면서 필요한 권한을 법률상 부여받게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강은성ㆍ유정현기자 esther@
(중) 지지부진 사이버사령탑 `난파선`
3.20과 6.25, 올해만 벌써 두번째다. 금품 취득이 목적이 아닌, 사회 혼란과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위협을 목적으로 행해진 사이버공격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나 기업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국가의 안위를 위해 총체적 관리 감독이 가능한 컨트롤타워, `사이버정보보호사령탑' 설치 요구가 높아가는 이유다.
그러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필요성에 대해선 이구동성이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제각각 이해관계에 따라 딴소리를 한다. `누가' 정보보호 사령탑의 주체가 될 것인지 서론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벌써 수년째다.
◇국정원, 사이버사령탑 최선인가=정보보호 컨트롤타워 설립에 대한 요구는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보통신부가 해체된 이후 정보보호 정책이 (옛)방송통신위원회와 (옛)행정안전부로 이원화되면서 관련 규제법령, 업무처리 과정 등이 분산돼 불편함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조직개편 논의가 오갈 때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보보호 정책 일원화를 요구했지만 `방송'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 속에 정보보호 요구는 묵살됐다.
이후 보란 듯 3.20 사이버공격이 발생했다. 언론사와 금융기관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정부는 사이버공격에 대한 어떤 사전정보도 주지 못했고,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져갔다.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 등이 공동발의한 `국가사이버테러방지에관한법률안'은 이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서 의원은 법률 제안 당시 "우리나라는 아직 국가차원에서 사이버테러 방지 및 위기관리업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제도와 구체적 방법, 절차가 정립되지 않아 사이버위기 발생 시 국가안보와 국익에 중대한 위험과 막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면서 "법률에 의거 국가차원의 종합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업계와 전문가들도 넓은 의미에서 찬성의 뜻을 표했다.
문제는 `누가' 사이버안보를 총괄할 것인가에 대한 시각이다. 서 의원은 현 대통령 훈령에 의한 대응 방법 대신 국가정보원장 직속으로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설치하고 사이버위기대응 업무를 총괄하자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음ㆍ양으로 국내 정보를 총괄하고 있는 것이 현실. 현재 정부의 모든 보안 기준 및 기술표준도 대부분 국정원을 통해 마련됐고 보안 솔루션, 인프라, 관제 등 기술과 운영에 관한 국내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기관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서 의원 역시 가장 빠른 시간안에 사이버안보를 관리ㆍ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지위를 가진 최적의 기관이라는 판단아래 국정원을 사령탑으로 내세울 것을 주장한 셈이다.
야당은 명백한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변재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보안영역에 대한 총체적 관리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그야말로 `빅브라더'를 양산하는 최악의 수"라면서 "국가안보를 이유로 국민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등 사이버판 `국가안보법'의 부활이 될 수 있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제3 전문기관 설립, 국정원 배제할 수 있나=국정원을 사이버사령탑 주체로 하자는 논의 자체가 `정쟁'으로 확대되면서 정작 시급한 `사이버사령탑' 설치 자체는 지지부진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서 의원의 법률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는 만큼 국정원이 아닌 제3의 전문기관을 사이버사령탑으로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컨트롤타워)기관이 권한과 책임을 질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 이에 근거한 행정집행을 하면 된다"면서 "아직 법률조차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누가' (사이버사령탑) 주체가 될 것인가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시급한 현 국가안보 상황을 묵과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를 비롯한 몇몇 전문가들은 민ㆍ관 협동체제의 전문기관을 설립하자고 강조한다. 범부처를 관할하고 유사시 강력한 통제를 발휘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한편 전문성을 크게 강화해 국가 안보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
이같은 주장에도 반대가 적지 않다. 정부 기관을 새롭게 설립하고 조직을 마련한다는 것은 곧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일인만큼 비효율적이라는 시각이다. 과연 `전문기관'이 생긴다 한들 현실적으로 국정원의 협조없이 사이버사령탑의 기능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조차 받고 있다.
한 업계전문가는 "국정원에 가장 많은 정보가 있지만, 전혀 공유되질 않는다. 국정원도 이를 타 기관이나 부처와 공유할 이유가 없다. 별도 기관을 설립한다 하더라도 국정원을 배제한 채 제 기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진흥원이 해답? 권한-전문성 강화는 필요=일단 중도 방안으로 현 보안전문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기능과 권한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이라는 `스텝' 역할을 할 것이 아니라 보안 전문기관으로 독립적인 역할을 담당하자는 것이다.
이 역시 전문성 강화라는 전제가 뒤따른다. 현재 인터넷진흥원의 역량으로는 부처를 관할하기는커녕 여기저기 끌려다니기 십상이다.
이와 관련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국가 사이버안보의 핵심은 정보의 공유와 신속한 위기대응"이라며 "정보의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징후가 필연적으로 현실이 될 수 있기에, 징후 단계부터 예방하는 게 필수이고 따라서 사이버사령탑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컨트롤타워를 정보기관에게 맡기는 것은 통치체계적으로도 맞지 않고, 국민도 불편해 할 것"이라면서 "민ㆍ관ㆍ군을 총괄하려면 각 부처보다 체계적으로 상위이거나 또는 동급이면서 필요한 권한을 법률상 부여받게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강은성ㆍ유정현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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