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가 진단하는 `유럽경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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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가 진단하는 `유럽경제 위기`
경제위기의 정치학/울리히 벡 지음/돌베개 펴냄/182쪽/1만2000원

지난 3월 미국의 비영리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는 유럽연합(EU)내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그리스 등 8개국 국민 7646명을 대상으로 인식 조사를 한 결과 "독일의 차별성이 EU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냐`는 질문에 독일인의 75%가 `그렇다`고 대답한 반면, 다른 국가에서는 이같은 응답 비율이 평균 9%에 지나지 않았다.

또 독일인 응답자의 54%가 `유럽의 경제 통합이 국가 경제를 더욱 강하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외의 국가에서는 이같은 대답이 절반 이하였다.

이밖에 EU 가운데 부국으로 꼽히는 독일과 재정위기를 겪는 그리스 간의 편견과 갈등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스인들은 독일인을 `가장 못 믿을 국민`으로 꼽았다. 또 7개 국가 가운데 6개 국가가 독일인을 `가장 인정머리 없는 국민`으로 지적했다.

독일의 세계적 사회사상가 울리비 벡 또한 EU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같은 문제를 간파하고 EU의 경제위기를 `적대적인 행동논리` 대신 국경을 넘어서는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신간 `경제위기의 정치학`을 통해 그리스의 재정 위기 당시 독일 내에서 "그리스는 섬이라도 팔아서 빚을 갚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던 세태를 비판한다. 벡은 "유로화의 위기를 적대관계에 바탕을 두고 각 국가의 책임 문제로 돌리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면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유로존 탈퇴는 자국의 주권적 선택이며, 그리스의 드라크마 복귀는 유로화 채무 면제로 이어져 유럽 기업과 기업들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그리스가 EU탈퇴로 유럽의 견제를 받지 않게 될 경우 민주주의의 후퇴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모든 악영향은 결국 유럽의 외연을 줄이게 된다는 것이 벡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EU가 그리스 등 채무국에게 구제금융을 시행하면서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주문한 것은 각국의 자율적 주권을 무시한 행동이었다고 비판한다. EU의 이같은 행동은 악명 높은 신자유주의의 정책에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이러한 위기는 경제적인 관점으로 접근 할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다스려야 할 범주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벡은 이 책을 통해 유로화의 위기가 유럽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결론내린다. EU가 평화와 연대 정신을 토대로 하나의 정치 통합체를 지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경제 위기로 인해 유럽 국가들이 수직적 위계 질서로 재편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유럽의 민주주의가 민족국가라는 차원에서 전개됐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하나의 유럽`이라는 목표는 유럽 공동체와 민족구가의 이중구조 사이에서 서로 어긋나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 책에서 벡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명백하다. 지금의 유럽 경제 위기를 경제적인 시각에서 접근하지 말고, 민주주의를 유럽 차원에서 확장시켜나가자는 것이다.

벡은 이를 위해 `유럽을 위한 사회계약` 카드를 제시한다. 유럽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방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독자적인 기금을 마련하자고 주장한다. 그는 은행에 부과하는 세금과 기업의 수익 일부에서 이 기금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송은 기자 ru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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