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살아있다] 황조롱이의 도시살이

도시 적응력 뛰어난 맹금류… 베란다 화분에도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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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들의 번식시기가 되면서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가 도심의 빌딩 난간 등에서 번식했다는 소식이 TV뉴스뿐 아니라 인터넷 블로그, 개인 홈페이지 등에서 전해지고 있다. 도시라는 삭막한 지역에 맹금류인 황조롱이가 살고 있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자연을 동경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도시 사람들의 시선과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황조롱이는 천연기념물 제323-8호로 지정된 텃새로, 몸길이 수컷 33㎝, 암컷 38.5㎝의 소형 맹금류다. 설치류, 작은 새, 곤충류 등을 잡아먹으며, 전국의 산림, 도시 숲, 빌딩, 아파트 등에서 번식한다. 알은 4∼6개를 낳는다.

비교적 도시환경에 적응력이 뛰어나 다른 맹금류에 비해 관찰빈도가 매우 높다. 이는 아마도 이들의 번식습성 때문인 것 같다. 황조롱이는 둥지를 스스로 짓는 것보다 다른 둥지를 주로 이용한다. 특히 까치 둥지는 황조롱이에게 최고의 둥지다. 까치에게 밀려 둥지를 차지하지 못하면 선택하는 것이 아파트나 빌딩 베란다의 화분이다. 흙을 담아 놓은 화분은 황조롱이가 번식하기 좋은 둥지 모양으로 되어 있어 더욱 그러하다.

번식장소는 먹이 생물이 서식할 만한 적당한 녹지면적이 있는 건물을 선호하기 때문에 도시 외곽에 많이 분포한다.

어렵게 보금자리를 마련해도 황조롱이의 역경은 시작일 뿐이다. 거대한 빌딩 숲을 헤쳐나가며 자식들 먹여 살리기 위해 부지런히 먹이를 찾아야 한다. 빌딩의 창문은 빠른 속도로 나는 황조롱이에게 잘 보이지 않아 창문에 부딪히는 일이 비일비재해서 먹이를 물어오는 것마저 힘들어 보인다. 황조롱이는 기회주의적 포식자(Opportunistic hunter)로, 번식 초기인 3∼5월에는 설치류를 많이 포식하지만 6월부터는 여름철 우리 귀를 시끄럽게 하는 매미가 가장 좋은 먹이이다. 매미를 잡아 부리로 정성스레 날개를 때고 새끼들에게 주면 서로 먹겠다고 목을 쭉 빼는 모습에 쉴 틈도 없이 다시 목숨 걸고 빌딩 숲으로 뛰어든다.

황조롱이는 비교적 흔한 맹금류다. 혹자는 개체수도 많은 이들을 법적ㆍ제도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최상위 포식자인 이들은 조그마한 환경변화에도 먹이 부족현상이 일어나는 만큼 법적 보호종으로 지정한 것이 다행이다. 실제로 굶주려 야생동물보호센터 등에서 보호되고 있는 새들은 보호장이 모자랄 정도로 많다.

아무리 도시에서 적응한 황조롱이일지라도 갑작스러운 생태계 변화는 어렵게 더부살이하는 삶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다. 앞으로 빌딩 난간이나 아파트 화분에서의 황조롱이 번식 소식이 기억 속에만 남지 않기를 바란다.

백운기 박사(국립중앙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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