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체육관, 우리 자금과 손으로 만든 `100% 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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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실내경기장인 장충체육관이 오는 10월 재개장을 앞두고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1960년 3월 착공, 1962년 12월 완공된(개장 1963년 2월) 장충체육관은 프로레슬링, 복싱 등 과거 인기 스포츠의 개최는 물론 박정희, 전두환, 최규하 대통령의 취임식장으로 사용됐다. 서울올림픽 기간에는 유도, 태권도 경기장으로 쓰였고 리모델링 전까지 씨름, 배구, 농구, 공연장 등 복합공간으로 애용된 역사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을 통해 장충체육관이 필리핀에 의해 설계 및 시공됐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2011년말 이명박 대통령이 필리핀 방문시 교민들 앞에서 "우리 건설회사가 지을 수 없어서 필리핀 회사가 미국대사관, 문화관광부, 장충체육관을 설계하고 만들었다"는 발언이 다시 확대ㆍ재생산된 것이다. 또 일부 사회인사들이 언론을 통해 이같은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어 이제 장충체육관은 필리핀의 자금과 설계, 시공으로 지었다는 게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필리핀이 당시 우리보다 훨씬 경제사정이 나았다는 점도 장충체육관의 국적불명을 부채질했다.

장충체육관의 소유권자인 서울시의 소극적인 대응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필리핀이 지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는데 자세한 것은 모른다"며 "50년이 넘은 건물이라 누가 건물을 설계하고 지었는지 자료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장충체육관은 당시 서울시의 예산 5억6000여만환(5600만원)을 투입, 건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는 당시 국내 최고의 건축가 고 김정수씨가 맡았고, 설계한 건물이 제대로 됐는지 계산하는 구조설계는 고 최종완 건축사가 담당했다. 고 김정수씨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명동성모병원, 연세대 학생회관 등을 설계했고 고 최종완 건축사는 16대 건설부장관과 3대 과학기술처장관을 역임했다. 시공은 필리핀 건설사가 아닌 삼부토건이 담당했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장충체육관은 지름 80미터에 달하는 돔 형태의 철골구조물로 당시 국내 기술이 미약했던 건축사에서 대공간(외부하중에 대한 저항능력을 극대화한 건설구조)의 효시가 된 기념비적인 건축"이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비슷한 시기 미국의 원조로 광화문 경제기획원청사(현 문화관광부)와 미국대사관이 미국기업 PA&E(설계)와 빈넬(시공)에 의해 만들어졌다"며 "당시 미국기업들이 의사소통 때문에 필리핀 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추정돼 장충체육관의 국적도 잘못 알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허우영기자 ye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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