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409) `MSG` 오해와 진실

`해롭지 않은 천연 조미료` 적당한 섭취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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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4-2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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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409) `MSG` 오해와 진실
어느 종편의 MSG 유해성 논란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제는 전문성이 의심되는 교양서와 구글을 새로운 정보원으로 들고 나왔다. 어설픈 교양서적 몇 권과 정체불명의 인터넷 정보로 과학적 진실이 바뀔 수는 없다. 마지못해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공식 입장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시청률에 집착하는 종편의 모습이 안쓰러운 형편이다. 황당한 편견을 앞세워 세계적 전문기구의 권위를 무시하고,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일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

종편에서 소개한 `고약한 맛 속에 감춰진 MSG 증후군'과 `흥분독성: 죽음을 부르는 맛'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메스꺼움, 복통, 더부룩함, 근육 경직, 가슴 압박감 정도는 약과다. 식도역류, 비만, 설사, 위경련, 우울증, 시각 이상, 불면증, 주의력 결핍, 관절염, 발진도 들먹인다. 호르몬 이상, 내분비계 이상, 간질, 발작, 경련, 고혈압, 저혈압, 뇌졸중, 암, AIDS도 모자라서 심장 승모판 이탈 증후군,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루게릭병, 헌팅턴 무도병, 근위축증이 모두 인공 MSG 때문에 발생하는 병이라고 한다. MSG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주장이다.

낯선 과학 용어로 가득 채워진 교양서가 상당한 설득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종편이 소개한 교양서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두 저자 모두 미국 중소도시의 은퇴한 임상의사다. MSG 증후군의 조지 슈바르츠는 학술연구 경력이 전혀 없는 응급의학 전문의였고, 흥분독성의 러셀 블레이록은 고작 9편의 논문을 발표한 경력의 신경외과 의사였다. 두 사람 모두 인공 MSG 전문가라고 보기는 어렵다. 인공 MSG 사용이 흔치 않은 미국 중소도시에서 그런 환자를 만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고, 충분한 연구 경력도 없다.

두 저자의 진정성도 의심스럽다. 슈바르츠는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에서 MSG 거부운동을 펼치고 있는 `NoMSG'라는 시민단체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책에는 NoMSG 대표인 캐스린 슈바르츠가 쓴 서문이, 블레이록의 책에는 슈바르츠가 직접 쓴 서문이 있다. 블레이록은 유사(類似)과학적 주장을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인공 MSG의 흥분독성도 학술적으로는 인정을 받지 못한 그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결국 종편이 새로운 근거로 제시한 교양서는 MSG에 거부감을 가진 시민단체의 홍보용 책자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시판되는 MSG가 사탕수수를 미생물로 발효시켜 분리한 천연 발효 조미료라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 그런 MSG가 화학조미료라고 알려진 것은 1993년 노이즈마케팅을 시도했던 `맛그린'의 엉터리 광고 때문이었다. 미국의 저자들이 MSG를 인공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MSG가 단백질 산(酸)분해 공법으로 생산되는 것이라는 오해 때문이다. 단백질을 강산으로 분해하는 산분해 공법은 이미 1960년대에 폐기된 낡은 공법이다.

전 세계의 생리학자와 식품영양학자들이 엄격한 학술연구를 통해 발표한 우마미 맛을 내는 MSG의 생리효과에 대한 학술논문은 2000편이 넘는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우리나라,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의 식품안전 관리기관들이 모두 MSG를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인정하는 것은 학술연구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UN과 여러 국가의 전문기관들이 책임지고 내놓은 공식입장 대신 어설픈 주장에 속아넘어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MSG가 천연 발효 조미료라고 무작정 많이 먹어도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생리적으로 MSG에 과민증상(알레르기)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한꺼번에 지나치게 많은 양의 MSG를 먹으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화(禍)가 되는 법이다.

이덕환(서강대 교수, 탄소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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