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수산물 조달 장점… 첨단기술력 요구
인구가 늘어나고 삶의 질이 개선되면서 수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통적인 농축산의 생산성이 한계에 이르고, 농축산에 의한 환경 문제도 심각하다. 육상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농축산물에 대한 거부감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 어패류해조류 등의 수산물이 건강식품으로 인식되면서 내수면이나 바다에서의 양식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어패류와 해조류는 우리에게 낯선 식품이 아니다. 수렵채취 생활을 하던 원시인들도 강, 호수,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를 먹었다. 구석기 초기였던 10만 년 전에도 물고기를 잡아먹었던 흔적이 남아있다. 물고기가 그려진 동굴 벽화도 세계 모든 곳에서 발견된다. 신석기 말기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등장하는 짐승의 절반이 바다에 사는 고래다.
육류에 버금갈 정도로 훌륭한 고단백 식량이었던 수산물을 마음껏 즐기던 사람들은 귀족들뿐이었다. 동서양이 모두 수산물을 이용하는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했다. 쉽게 부패하는 수산물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건조, 훈제, 염장(鹽藏) 기술도 개발됐다. 중세 이후 항해술이 발달하면서 해산물의 공급도 늘어났다. 금식 기간 중에도 수산물의 섭취를 허용했던 중세 기독교의 전통 덕분에 해산물 소비가 급증했다는 주장도 있다. 20세기에 들어서 원양어업이 활성화되면서 수산물이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민물이나 바다에는 서식하는 어류는 2만 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이 식용 가능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식용으로 사용하는 어종은 40여 종에 지나지 않는다. 제한된 어종만을 집중적으로 소비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남획으로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청어, 대구, 정어리, 고등어, 고래 등이 그런 경우다. 최근에는 참치와 고래의 숫자도 위험한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 멸종 가능성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결국 농경이나 목축처럼 우리가 소비할 수산물을 우리 스스로 키워서 공급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되었다. 전국에 양어장과 양식장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이제 수산업도 단순한 수렵채취의 수준을 넘어 농업이나 축산업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한 첨단 산업으로 발전했다. 오늘날 시판되는 복어, 넙치(광어), 돔은 대부분 양식한 것이다. 장어, 메기, 미꾸라지, 잉어, 쏘가리, 송어도 양식한다. 굴, 전복, 김, 멍게, 새우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물고기를 기르는 일은 오래 전에 시작된 전통이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2,500년 전부터 연못에서 잉어를 길렀다. 화려한 색깔의 금붕어는 양식 잉어의 변종이다. 유럽의 전통도 동양에 뒤지지 않는다. 중세의 기독교 수도원들이 대규모 양어장을 운영했다. 강이나 호수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주민들도 신선한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었다.
물론 양식에도 문제가 있다. 생산하는 물고기의 양보다 더 많은 양의 사료가 소비된다. 식용으로 쓰지 않는 잡어(雜魚)를 사료로 쓰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한꺼번에 많은 물고기를 기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도 무시하기 어렵다. 양식 어종의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드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전염병이나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인식도 문제가 된다. 우리처럼 자연산에 집착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넙치의 양식이 시작되기 전에는 천덕꾸러기였던 도다리의 몸값이 훌쩍 뛰어버렸다. 그러나 양식한 모든 수산물의 품질이 자연산보다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양식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깨끗한 민물에서 양식한 복어는 자연산 복어의 치명적 독(毒)인 테트로도톡신이 없다. 양식 복어에서는 복어 독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농경과 목축으로 육지의 환경을 망가뜨린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덕환(서강대 교수, 탄소문화원 원장)
어패류와 해조류는 우리에게 낯선 식품이 아니다. 수렵채취 생활을 하던 원시인들도 강, 호수,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를 먹었다. 구석기 초기였던 10만 년 전에도 물고기를 잡아먹었던 흔적이 남아있다. 물고기가 그려진 동굴 벽화도 세계 모든 곳에서 발견된다. 신석기 말기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등장하는 짐승의 절반이 바다에 사는 고래다.
육류에 버금갈 정도로 훌륭한 고단백 식량이었던 수산물을 마음껏 즐기던 사람들은 귀족들뿐이었다. 동서양이 모두 수산물을 이용하는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했다. 쉽게 부패하는 수산물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건조, 훈제, 염장(鹽藏) 기술도 개발됐다. 중세 이후 항해술이 발달하면서 해산물의 공급도 늘어났다. 금식 기간 중에도 수산물의 섭취를 허용했던 중세 기독교의 전통 덕분에 해산물 소비가 급증했다는 주장도 있다. 20세기에 들어서 원양어업이 활성화되면서 수산물이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민물이나 바다에는 서식하는 어류는 2만 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이 식용 가능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식용으로 사용하는 어종은 40여 종에 지나지 않는다. 제한된 어종만을 집중적으로 소비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남획으로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청어, 대구, 정어리, 고등어, 고래 등이 그런 경우다. 최근에는 참치와 고래의 숫자도 위험한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 멸종 가능성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결국 농경이나 목축처럼 우리가 소비할 수산물을 우리 스스로 키워서 공급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되었다. 전국에 양어장과 양식장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이제 수산업도 단순한 수렵채취의 수준을 넘어 농업이나 축산업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한 첨단 산업으로 발전했다. 오늘날 시판되는 복어, 넙치(광어), 돔은 대부분 양식한 것이다. 장어, 메기, 미꾸라지, 잉어, 쏘가리, 송어도 양식한다. 굴, 전복, 김, 멍게, 새우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물고기를 기르는 일은 오래 전에 시작된 전통이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2,500년 전부터 연못에서 잉어를 길렀다. 화려한 색깔의 금붕어는 양식 잉어의 변종이다. 유럽의 전통도 동양에 뒤지지 않는다. 중세의 기독교 수도원들이 대규모 양어장을 운영했다. 강이나 호수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주민들도 신선한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었다.
물론 양식에도 문제가 있다. 생산하는 물고기의 양보다 더 많은 양의 사료가 소비된다. 식용으로 쓰지 않는 잡어(雜魚)를 사료로 쓰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한꺼번에 많은 물고기를 기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도 무시하기 어렵다. 양식 어종의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드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전염병이나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인식도 문제가 된다. 우리처럼 자연산에 집착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넙치의 양식이 시작되기 전에는 천덕꾸러기였던 도다리의 몸값이 훌쩍 뛰어버렸다. 그러나 양식한 모든 수산물의 품질이 자연산보다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양식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깨끗한 민물에서 양식한 복어는 자연산 복어의 치명적 독(毒)인 테트로도톡신이 없다. 양식 복어에서는 복어 독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농경과 목축으로 육지의 환경을 망가뜨린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덕환(서강대 교수, 탄소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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