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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융합, 기술 넘어 철학 담자

미국과 유럽연합이 융합기술을 통한 인간의 수행능력향상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는데 반해, 한국은 하드웨어 기술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입력: 2013-03-31 19:36
[2013년 04월 01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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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융합, 기술 넘어 철학 담자
신동희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애플ㆍ구글ㆍ페이스북ㆍ트위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 기업은 창의 중심의 혁신적 사고와 서비스로 변화와 혁신을 이루어 나가는 소프트파워 중심의 전략을 구사하며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의 기업들을 능가하고 있다. 하드웨어의 경쟁력이 제품 판매의 결정적 요인이었던 시대에는 내구성과 기능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하드웨어 기술의 빠른 진보로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려울 정도로 기술 장벽이 낮아졌다. 하드웨어 자체 기술이 평준화되고 범용화되면서 서로 경쟁적으로 제품에 더욱 많은 차별화 기능과 복잡한 구조들을 추가하고 있고,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사용성이 중요 변인으로 부각되었으며, 양질의 콘텐츠가 성패를 좌우하고, 서비스중심(Service-Oriented Architecture)으로 변화고 있다. 즉, 이제는 네트워크나 하드웨어 기반의 경쟁이 아닌 사용자 차원의 편의성, 창의성, 콘텐츠 같은 소프트 파워에서의 경쟁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오늘날의 ICT서비스 산업은 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 그리고 경영ㆍ경제, 인문ㆍ사회ㆍ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와 지식이 창조적으로 결합돼야 하는 융합의 산업이다.

최근 영국 모노클잡지가 발표한 소프트 파워 국가별 순위에서 한국이 11위에 오른 것은 고무적이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강남스타일과 K팝 돌풍에 힘입어 소프트 파워가 높아지고 있으나 실제로 국내산업의 융합에 대한 담론은 아직도 기술적 융합 즉 하드웨어 융합만이 강조되면서 정작 중요한 소프트 파워적 요소들이나 본질적 이슈들이 간과되고 있는 듯하다. 이 문제점은 한국적 모델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없이 미국이나 유럽의 융합사례를 그대로 수용하는 오류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미국과학재단의 NBIC(Nano, Bio, Information, Cognition)의 4대 프레임을 그대로 원용하거나 왜곡하여 받아들여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특정 산업분야만을 집중 육성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융합틀이 융합기술을 통한 인간의 수행능력향상이라는 목표를 궁극적으로 추구하는데 반해, 한국의 융합틀은 그 궁극적 목적을 간과한 채 그 목표를 이루는 하나의 수단인 하드웨어 기술개발을 최종적 목적으로 수립하는 목표와 수단이 전도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융합이라는 의미가 다른 종류의 기술결합이라는 협소한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한정된 융합에 대한 정의로 융합이 일부 공학학자들의 고유영역으로 받아들여지고, 기술적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일부 산업계에 국한되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농후하다. 유럽연합의 융합전략이 인문사회과학을 포함한 다학제적 입장에서 인간 개개인의 퍼포먼스 향상이라는 소프트적, 인간중심의 목표를 추구하는 반면, 한국은 견고한 하드기기의 생산을 융합의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하드웨어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사용자 친화적이고 공유ㆍ개방적이며 핵심적 특징을 갖도록 만드는 독창적 철학을 갖는 소프트 파워는 부족하다. 소비자가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제품과 기술에 창조적인 철학과 영혼을 불어넣는 소프트 파워를 더욱 육성해야 할 때가 됐다.

아이패드나 아이폰은 기술 혁명이 아니라 소프트 혁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국내에서는 융합전략에 있어 좀 더 기술을 둘러싼 좀 더 소프트적 이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물질과 기계 중심의 `하드'과학기술의 관점에서 이제 소프트 과학, 소프트 기술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물론 `하드'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부정하거나 경시하는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적 기술자체를 궁극적 목표로 삼거나 하드웨어 지상주의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넘어서서인간 삶의 본질적 측면에, 인간 중심으로, 인간-기술 상호작용의 본질 중심으로 인식의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스마트시대의 소프트파워 전략이다.

애플의 계속되는 혁신은 기술 자체의 우월성에만 있는 것이 아닌 기술을 사용자의 가치와 같은 소프트파워를 중심으로 둘 때 진정한 가치가 나온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문화예술에서 획기적 돌풍을 일으킨 강남스타일과 같이 스마트 플랫폼환경에서 소프트파워의 혁신이 국내에서 일어나길 바란다.

신동희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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