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세 살 반이 된 딸아이가 하나 있다. 두 달에 한 번 꼴로 열리는 학부모 모임에 가면, 이런 저런 아이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만 3세 아이의 학부모들인데 육아가 아닌 교육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지난 학부모 모임의 주제는 곧 만 4세 반으로 올라갈 시기를 즈음하여, 지금 유아원을 계속 다닐지 아니면 영어유치원으로 옮길 지에 대한 것이었다. 중학교에 입학해서야 영어를 처음 배웠던 필자로서는 영어유치원 이야기에 "나중에 미드(미국 드라마)를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요?"라고 넌지시 던졌으나 분위기는 그야말로 냉담했다. 만 3세 아이 학부모들에게 영어유치원은 매우 현실적이고도 시의 적절한 주제였던 것이다. 한 학부모가 필자의 아이 교육이 걱정되었는지 친절하고도 진지하게 현 초등학교 교육 정책과 이에 따른 영어유치원 교육의 필요성을 설명해주었다. 집에 돌아오며, 아직 한글도 모르는 우리 아이가 영어유치원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딸아이는 만 18개월 때부터 블록놀이를 무척 즐겨 했다. 아이와 블록놀이를 하던 중, 블록 모양이 한글의 형상과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렇게 아이와 블록놀이를 하다 개발하게 된 로봇이 바로 한글교육로봇 `한글봇'이다.
한글봇 개발의 첫 단계는 한글을 몇 개의 블록 모양으로 나누어 구성하는 작업이었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표음문자인 한글은 1만개 이상의 글자 표기가 가능하다. 한글봇은 모양, 반원 모양, 점 모양, 짧은 모양, 긴 모양의 단 5개 블록의 조합으로 한글의 모든 글자들을 표현할 수 있다. 한글의 창제 원리, 즉, 사람의 발성기관을 본떠 사각형, 삼각형, 원형의 틀 안에서 형상화된 자음과 천지인 개념에서 획의 다양한 회전과 조합을 통해 이루어진 모음의 체계는 단 5개의 블록으로 모든 글자들을 표현할 수 있는 놀라운 것이었다.
블록 모양의 한글봇은 각 블록이 각각 따로 있을 때에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다가, 자음 블록과 모음 블록을 가까이 하면 두 블록이 이루는 한글 글자에 해당하는 발음을 재생한다. 또한 자음 블록과 모음 블록의 다양한 회전과 조합에 따라 그에 맞는 발음을 재생한다. 예를 들어, 블록과 블록을 가까이 하면 기라는 발음을 재생하고, 이 때 블록을 180도 회전하여 형태를 만들면 니라는 발음을 재생한다. 여기서 블록을 180도 회전하여 블록 아래 두면 느라는 발음을 재생한다.
이와 같이 한글봇을 사용하면 블록놀이로 한글을 배울 수 있다. 언어학습능력은 좌뇌와 관련되어 있으며, 공간지각능력은 우뇌와 관련되어 있다. 한글봇은 한글 학습으로 좌뇌를 발달시키고, 동시에 블록놀이로 우뇌를 자극시켜 아이를 양뇌형 인재로 교육할 수 있다. 한글에는 이처럼 좌뇌와 우뇌를 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양뇌형 인재가 되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작년 이즈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소셜로봇학술대회의 로봇디자인대회에서 한글봇은 학회 참석자들로부터 가장 높은 득표를 얻어 현장 투표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글봇을 레고와 같은 블록놀이의 일종으로만 보았을 외국인들에게 이것은 단순한 블록이 아닌 대한민국 문자라고 소개한 후 한글봇의 작동을 보여 주었다. 3분이 지나지 않아 학회에 참석한 외국인들은 한글의 제작 원리를 이해하였으며, 한글의 아름다움과 정교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 외국인은 필자에게 한글을 직접 써보라면서, 정말 이러한 문자가 있느냐고 거듭 물어보았다.
한글봇의 로봇 기술보다 한글에 더 놀란 외국인들에게 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한국인이어서 한글로 한글교육로봇을 만든 것이 아닙니다. 한글이 과학적으로 창제된 문자이기에 한글로만 이러한 로봇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알파벳 A를 뒤집는다고 B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한글과 같이 단지 몇 개 요소의 회전과 조합으로 모든 문자를 구성하는 문자가 있다면 제게 알려 주십시오. 다음에는 그 문자로 교육로봇을 만들겠습니다."
스티브 잡스를 떠나 보내고 미국인들의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할 것 같다. 창의적 양뇌형 인재 양육을 위해 미국에서 한글유치원이 개원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곽소나 이화여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딸아이는 만 18개월 때부터 블록놀이를 무척 즐겨 했다. 아이와 블록놀이를 하던 중, 블록 모양이 한글의 형상과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렇게 아이와 블록놀이를 하다 개발하게 된 로봇이 바로 한글교육로봇 `한글봇'이다.
한글봇 개발의 첫 단계는 한글을 몇 개의 블록 모양으로 나누어 구성하는 작업이었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표음문자인 한글은 1만개 이상의 글자 표기가 가능하다. 한글봇은 모양, 반원 모양, 점 모양, 짧은 모양, 긴 모양의 단 5개 블록의 조합으로 한글의 모든 글자들을 표현할 수 있다. 한글의 창제 원리, 즉, 사람의 발성기관을 본떠 사각형, 삼각형, 원형의 틀 안에서 형상화된 자음과 천지인 개념에서 획의 다양한 회전과 조합을 통해 이루어진 모음의 체계는 단 5개의 블록으로 모든 글자들을 표현할 수 있는 놀라운 것이었다.
블록 모양의 한글봇은 각 블록이 각각 따로 있을 때에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다가, 자음 블록과 모음 블록을 가까이 하면 두 블록이 이루는 한글 글자에 해당하는 발음을 재생한다. 또한 자음 블록과 모음 블록의 다양한 회전과 조합에 따라 그에 맞는 발음을 재생한다. 예를 들어, 블록과 블록을 가까이 하면 기라는 발음을 재생하고, 이 때 블록을 180도 회전하여 형태를 만들면 니라는 발음을 재생한다. 여기서 블록을 180도 회전하여 블록 아래 두면 느라는 발음을 재생한다.
이와 같이 한글봇을 사용하면 블록놀이로 한글을 배울 수 있다. 언어학습능력은 좌뇌와 관련되어 있으며, 공간지각능력은 우뇌와 관련되어 있다. 한글봇은 한글 학습으로 좌뇌를 발달시키고, 동시에 블록놀이로 우뇌를 자극시켜 아이를 양뇌형 인재로 교육할 수 있다. 한글에는 이처럼 좌뇌와 우뇌를 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양뇌형 인재가 되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작년 이즈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소셜로봇학술대회의 로봇디자인대회에서 한글봇은 학회 참석자들로부터 가장 높은 득표를 얻어 현장 투표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글봇을 레고와 같은 블록놀이의 일종으로만 보았을 외국인들에게 이것은 단순한 블록이 아닌 대한민국 문자라고 소개한 후 한글봇의 작동을 보여 주었다. 3분이 지나지 않아 학회에 참석한 외국인들은 한글의 제작 원리를 이해하였으며, 한글의 아름다움과 정교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 외국인은 필자에게 한글을 직접 써보라면서, 정말 이러한 문자가 있느냐고 거듭 물어보았다.
한글봇의 로봇 기술보다 한글에 더 놀란 외국인들에게 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한국인이어서 한글로 한글교육로봇을 만든 것이 아닙니다. 한글이 과학적으로 창제된 문자이기에 한글로만 이러한 로봇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알파벳 A를 뒤집는다고 B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한글과 같이 단지 몇 개 요소의 회전과 조합으로 모든 문자를 구성하는 문자가 있다면 제게 알려 주십시오. 다음에는 그 문자로 교육로봇을 만들겠습니다."
스티브 잡스를 떠나 보내고 미국인들의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할 것 같다. 창의적 양뇌형 인재 양육을 위해 미국에서 한글유치원이 개원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곽소나 이화여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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