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 수능시험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수능에서는 `수학 때문에' 얼마나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실망을 할까. 입시 당사자 뿐만 아니라 전국의 대부분 초중고교생과 학부모들도 `수학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다. 주위에서 "수학 때문에 꿈을 포기했다" "수학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나와요"" 수학 못해도 공대 갈 수 있나요?" 등의 얘기를 자주 듣는다.
네이버 지식iN에 들어가 보니 무려 50만 6000건이 넘는 `수학 때문에'가 있었다. 이는 `물리 때문에'의 2배가 훨씬 넘고 `영어 때문에'의 절반이 넘는 건수다. `수학 때문에' 소모되는 에너지, 물적 시간적 손실, 학생들이 겪는 좌절과 고통이 새삼 크게 다가왔다.
"아이가 어릴 때 수학은 어렵다고 제가 은연중에 말한 것 때문에 애들이 수학을 못하는 것 같다"고 수학을 싫어했던 어머니, 인형놀이를 즐겨했던 딸에게 블록 장난감을 안 사주어서 나온 결과라고 자책하는 어머니도 여럿 만났다. 최근에는 일선 수학교사들의 책임을 묻는 한 과학교사모임 회장도 만났다. 수학교사들이 변별력 등을 이유로 시험문제를 어렵게 비틀어 내서 학생들을 기죽이고, 그럴 수 있는 수학 과목을 은근히 자랑한다고 비난하는 것을 듣고 문제의 심각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연구부총장은 최근에 미국은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우수인력이 이공계로 돌아오는 조짐이 보인다고 미래를 낙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각종 미래보고서가 기술혁신을 주도해나갈 핵심 과학기술인재의 부족을 예측하고 이들 분야에 질 좋은 고용기회가 많다는 정보를 내놓고 있지만 우수 인재가 대거 이공계로 진학하는 현상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수학 때문에' 우리 미래를 책임질 과학기술 핵심인재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앞선다. 또 잘못된 `수학교육 때문에' 자신의 소중한 꿈과 재능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택해야만 하는 수많은 학생들을 생각하면 수학자로서 죄책감이 든다.
올해 수학계와 수학교육계는 크게 고무되어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지난 7월에 수학교육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세계수학교육대회를 서울에서 성공리에 개최했고, 우리나라 고등학생 대표들이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종합 1위로 역대 최고 성적을 냈으며 대표단 전원이 금메달을 수상했다. 2014년에는 4년마다 열리는 수학자들의 축제인세계수학자대회가 한국에서 열리고 필드메달 수상자가 발표된다. 이 두 개의 대회를 준비하면서 수학계와 수학교육계는 학생들과 일반 국민들의 수학문화를 고취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다짐했는데, `수학 때문에' 불행한 청소년과 학부모 그리고 낭비되는 자원 등이 상황을 무어라 설명할 수 있을지 난감하다.
수학은 자연과 사회 현상의 다양한 패턴을 공부한다. 모든 측정의 기본이 수학이고, 보험설계나 보험 상품을 고를 때도 수학이 동원된다. 섬들 사이에 놓인 다리들을 건너면서 생긴 의문에서 그래프이론이란 수학이 탄생했다. 인형 옷을 해 입히고 놀면서도 그 안에서 수학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다양한 패턴들을 통해서 탄생한 수학은 창의적 경험을 하고 적당한 도전을 경험하면서 성취감도 맛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과목이다.
그러나 평가라는 틀 때문에 수학은 외우는 과목, 패배감을 주는 과목, 엔지니어의 꿈을 접게 만드는 과목이 된 것 같다. 이제 과감하게 학교수학을 바꿀 때가 되었다.
시험과 평가를 위해서 모든 학생들에게 형식화된 논리로 무장된 수학교육을 강요하는 대신에 일반 학생들은 실생활에서 필수적인 최소한의 수학교육으로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자. 엔지니어나 과학자를 꿈꾸는 이공계 지망 학생들은 자연 속에서 수학적 요소를 찾아내서 스스로 동기를 찾게 하고 `수학 때문에' 못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자. 마지막으로 소수의 우수한 수학자 양성은 따로 마련된 교육과정을 통해 길러내자. `수학 때문에'가 아니라 `수학 덕분'에 창의적인 미래 인재를 확보하는 구체적인 실행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소장ㆍ이화여대 수학과 교수
네이버 지식iN에 들어가 보니 무려 50만 6000건이 넘는 `수학 때문에'가 있었다. 이는 `물리 때문에'의 2배가 훨씬 넘고 `영어 때문에'의 절반이 넘는 건수다. `수학 때문에' 소모되는 에너지, 물적 시간적 손실, 학생들이 겪는 좌절과 고통이 새삼 크게 다가왔다.
"아이가 어릴 때 수학은 어렵다고 제가 은연중에 말한 것 때문에 애들이 수학을 못하는 것 같다"고 수학을 싫어했던 어머니, 인형놀이를 즐겨했던 딸에게 블록 장난감을 안 사주어서 나온 결과라고 자책하는 어머니도 여럿 만났다. 최근에는 일선 수학교사들의 책임을 묻는 한 과학교사모임 회장도 만났다. 수학교사들이 변별력 등을 이유로 시험문제를 어렵게 비틀어 내서 학생들을 기죽이고, 그럴 수 있는 수학 과목을 은근히 자랑한다고 비난하는 것을 듣고 문제의 심각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연구부총장은 최근에 미국은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우수인력이 이공계로 돌아오는 조짐이 보인다고 미래를 낙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각종 미래보고서가 기술혁신을 주도해나갈 핵심 과학기술인재의 부족을 예측하고 이들 분야에 질 좋은 고용기회가 많다는 정보를 내놓고 있지만 우수 인재가 대거 이공계로 진학하는 현상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수학 때문에' 우리 미래를 책임질 과학기술 핵심인재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앞선다. 또 잘못된 `수학교육 때문에' 자신의 소중한 꿈과 재능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택해야만 하는 수많은 학생들을 생각하면 수학자로서 죄책감이 든다.
올해 수학계와 수학교육계는 크게 고무되어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지난 7월에 수학교육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세계수학교육대회를 서울에서 성공리에 개최했고, 우리나라 고등학생 대표들이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종합 1위로 역대 최고 성적을 냈으며 대표단 전원이 금메달을 수상했다. 2014년에는 4년마다 열리는 수학자들의 축제인세계수학자대회가 한국에서 열리고 필드메달 수상자가 발표된다. 이 두 개의 대회를 준비하면서 수학계와 수학교육계는 학생들과 일반 국민들의 수학문화를 고취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다짐했는데, `수학 때문에' 불행한 청소년과 학부모 그리고 낭비되는 자원 등이 상황을 무어라 설명할 수 있을지 난감하다.
수학은 자연과 사회 현상의 다양한 패턴을 공부한다. 모든 측정의 기본이 수학이고, 보험설계나 보험 상품을 고를 때도 수학이 동원된다. 섬들 사이에 놓인 다리들을 건너면서 생긴 의문에서 그래프이론이란 수학이 탄생했다. 인형 옷을 해 입히고 놀면서도 그 안에서 수학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다양한 패턴들을 통해서 탄생한 수학은 창의적 경험을 하고 적당한 도전을 경험하면서 성취감도 맛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과목이다.
그러나 평가라는 틀 때문에 수학은 외우는 과목, 패배감을 주는 과목, 엔지니어의 꿈을 접게 만드는 과목이 된 것 같다. 이제 과감하게 학교수학을 바꿀 때가 되었다.
시험과 평가를 위해서 모든 학생들에게 형식화된 논리로 무장된 수학교육을 강요하는 대신에 일반 학생들은 실생활에서 필수적인 최소한의 수학교육으로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자. 엔지니어나 과학자를 꿈꾸는 이공계 지망 학생들은 자연 속에서 수학적 요소를 찾아내서 스스로 동기를 찾게 하고 `수학 때문에' 못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자. 마지막으로 소수의 우수한 수학자 양성은 따로 마련된 교육과정을 통해 길러내자. `수학 때문에'가 아니라 `수학 덕분'에 창의적인 미래 인재를 확보하는 구체적인 실행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소장ㆍ이화여대 수학과 교수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