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광장] 디지털 오디오, 네트워크 날개 달다

  •  
  • 입력: 2012-08-28 19:46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소니 CD플레이어 하나로 두 남녀 주인공이 사이 좋게 이어폰을 한 쪽씩 나누어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듣는 장면을 보면서, 음악을 함께 듣는 것에 대한 의미를 떠올려 보았다. 다양한 의미를 담아낼 수 있겠지만, 같은 음악을 함께 듣는 다는 것은 추억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함께 호흡하고, 함께 공감하여 한 마음이 되어 같은 기억을 쌓아 가는 것, 추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음악을 담아내는 미디어의 발달은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LPㆍ카세트 테이프와 같은 아날로그 미디어에 이어 CDㆍMP3 포맷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까지 다양한 형태의 음원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 중 MP3포맷과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나, 음질적인 한계로 인해 몇몇 음원 판매업체들은 CD 수준의 무손실 음원을 공급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처럼 손실 없는 음악을 듣고자 하는 열망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자의 입장에서도 무손실 디지털 음원 데이터 전송을 효과적으로 보편화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테마파크ㆍ쇼핑몰ㆍ경기장 등과 같은 대형공간에서의 방송은 어떻게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을까? 음원만 무손실이어서 가능하지는 않다. 원거리 방송을 위한 오디오 케이블이 길어질수록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데, 아날로그 케이블에서는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한 1877년이래 음향기기의 발전 사 100년이 지나 1970년대 CD라는 변하지 않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가 개발되고 나서도 원거리 전송에 의한 손실은 극복하기 어려운 숙제였다. 21세기에 접어들어 디지털 오디오는 `네트워크(network)'라는 어마어마한 날개를 만나게 된다. 이더넷(Ethernet)을 기반으로 하는 TCP/IP 기술은 가느다란 CAT5 케이블을 통해 작게는 64채널, 많게는 256채널 이상의 음원을 무손실로 전송할 수 있게 되었다. 이더넷 네트워크만 구성되면 수십 킬로미터까지 전송이 가능하다.네트워크 디지털 오디오의 출현은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같은 해외 테마파크 뿐만 아니라 에버랜드, 롯데월드와 같은 국내 유명 테마파크까지 영향을 끼쳐, 파크 전 지역을 걸쳐 진행되는 퍼레이드 공연을 운영하는데 있어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음질적 우수성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주요 공연장들까지도 네트워크 디지털 오디오를 채택하여 스피커 시스템에 디지털 오디오를 활용하기 시작하였고, 사람들에게 더욱 생생한 오디오를 전달하여 즐거움을 배가시키게 되었다. 네트워크 디지털 오디오는 더 나아가 비디오와 오디오를 머징(Merging)하여 함께 전송할 수 있는 네트워크 미디어 시스템으로 변모하고 있다.

기존 네트워크 디지털 오디오는 오디오 회사 중심으로 개발되어 약 3가지의 독자적인 프로토콜이 널리 사용되어 왔다. 각 프로토콜 간 필요 하드웨어와 구동 방식에 차이가 있어서, 상호 호환이 되지 않아 이더넷 네트워크를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문제가 있었다. 최근 신규로 제정된 AVB(Audio Video Bridge) 프로토콜은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를 통해 제정되어 라이선스 비용이 매우 저렴할 뿐만 아니라, 업계 최고의 업체들이 프로모터로 지정되어 상호 호환 가능한 제품들을 제작하여 내놓고 있다. 프로토콜 개발 및 사용화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파운딩 프로모터(Founding Promoter)들로는 IT 기업 Intel, CISCO, 음향/영상분야 전문기업 Harman Pro Group 등이 참여하고 있고, 일반 프로모터로 주요 음향/영상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그룹도 포함돼 있다.

다양한 분야로의 적용이 가능한 AVB 네트워크 오디오는 공연장, 테마파크, 학교, 경기장 뿐 만 아니라 방송국에까지 사용이 확대될 예정이다. 기존 네트워크 오디오가 최대 256채널을 전송했다면, AVB 프로토콜을 사용하면 수 백개의 Full HD 영상과 함께 최소 512채널 이상, 최대 1000여 채널의 디지털 오디오 전송이 가능하다. 또한 전문 공연분야 외에도 가정용 네트워크에도 함께 연동되어 TVㆍ홈 시큐리티ㆍ영상통신 등에도 적극 적용되고 있다. 자동차의 오디오에도 적용되어 자동차 극장 같은 곳에서도 무선 이더넷 네트워크를 통해 디지털 서라운드 오디오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오디오와 네트워크는 사뭇 다른 분야의 일 같아 보인다. 어쩌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 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려 분야의 기술들이 서로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기술로 태어난다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기술이 되리라 믿는다.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생생한 사운드와 영상으로 즐거운 기억을 만들어가고,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게 같은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디지털 네트워크 미디어의 세계, 이제 곧 우리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권대현 소비코 부사장 숙명여대 디지털미디어 과학부 겸임교수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