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중고등학때 배운 물체의 운동, 전기장, 자기장, 빛을 떠올릴 것이다. 필자도 대학을 들어갈 때 그 이상의 물리학은 없는 줄 알았다. 사실, 대학교 2학년을 마칠 때까지도 그런 줄 알았고, 3학년이 되어서 양자 역학을 배우고, 4학년에 고체물리학을 배우면서 물리학이 물질의 성질도 다루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1920년대에 양자 역학이 탄생하면서 물질의 성질을 다루는 물리학이 가능하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가 숨쉬는 공기, 마시는 물, 먹는 음식과 일상 생활에 사용되는 모든 물질은 원자가 모여서 만들어진다. 원자는 중심에 양전하를 띤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에서 음전하를 띤 전자들이 운동하고 있는데, 이 전자들은 원자핵과 전자 사이의 전기적 인력이 강해도 원자핵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고 안정한 상태에 있다. 원자뿐만 아니라, 원자가 모여 만들어진 물질들도 참 안정한 상태에 있다. 물질의 무게는 원자핵들의 무게이지만, 물질이 차지하고 있는 부피는 전자들이 이리저리 빨리 움직이면서 빈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전자가 원자핵에 빨려 들어가면 모든 물질의 부피는 1000조분의 1로 줄어들 것이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이다. 어째서일까? 철학적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 이러한 의문을 풀어준 것이 양자 역학이었고, 인간은 단지 철학적인 답변을 뛰어 넘어 인간이 사용하는 물질의 합성 원리를 알게 되었다.
원자가 모여 물질이 만들어진다면 물질의 성질은 원자들이 각각 가지는 성질의 모임일까?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다이아몬드와 흑연은 둘 다 탄소로 만들어져있지만, 대표적 보석인 다이아몬드는 투명하고 전기가 흐르지 않고 단단하지만 (또한 매우 비싸다), 연필심 또는 샤프심에 들어있는 흑연은 시커멓고 전기가 잘 통하고 약하다 (또한 매우 싸다). 이렇듯, 똑 같은 원자가 모여 물질을 이루어도 어떻게 물질을 이루느냐에 따라 물질의 성질은 천차만별이다. 고체물리학은 원자들이 모여 물질을 이룰 때 어떠한 원리에 의해 물질의 성질이 생겨나는지 연구하는 학문 분야이다. 이 세상에 있는 물질의 종류가 무수히 많은 만큼 고체물리학의 연구 대상도 넓다. 뿐 만 아니라 없던 물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어 연구 대상이 계속 넓어지고 있다.
물질과 동력은 인류 발전의 두 중심축이다. 인간은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를 거쳐 현재 반도체 시대에 와 있다. 반도체는 과학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그 이전의 물질 시대와 크게 다르다. 이 세상의 많은 나라가 철기 시대를 거쳤지만 반도체를 잘 만드는 나라는 과학과 기술의 중요성을 알고 적극 투자한 극소수라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반도체는 그 속에 넣어주는 불순물의 농도를 약간만 달리하여도 전기가 통하는 정도가 크게 변하는 물질로서, 인간이 원하는 제어 소자, 정보 통신 소자를 가능하게 한다. 반도체 문명을 더욱 발전시키고 그 후의 물질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물질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지속적으로 적극 투자하여야 한다.
필자의 `첨단전자물성계산연구단'은 2011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의 리더연구자지원사업 창의적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자체 보유한 병렬 컴퓨터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 센터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하여, 초전도체, 위상 절연체, 나노구조체에서 전자에 의해 발생하는 물리적 특성을 정밀 계산을 통해 탐구하고 있다. 정밀 계산에 기초한 물성 연구는 물리학의 기본 원리와 측정된 실험 결과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실험 결과를 설명하는 이론을 개발하고 새로운 현상과 물성을 예측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물리학은 기초 과학 중의 기초 과학으로서 물질의 근본 원리를 파헤치는 매우 쓸모 있는 학문이다.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에게는 어려운 학문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자연을 이해하여 인간 사회의 물적 기반을 확대하는 선구자적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최형준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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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숨쉬는 공기, 마시는 물, 먹는 음식과 일상 생활에 사용되는 모든 물질은 원자가 모여서 만들어진다. 원자는 중심에 양전하를 띤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에서 음전하를 띤 전자들이 운동하고 있는데, 이 전자들은 원자핵과 전자 사이의 전기적 인력이 강해도 원자핵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고 안정한 상태에 있다. 원자뿐만 아니라, 원자가 모여 만들어진 물질들도 참 안정한 상태에 있다. 물질의 무게는 원자핵들의 무게이지만, 물질이 차지하고 있는 부피는 전자들이 이리저리 빨리 움직이면서 빈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전자가 원자핵에 빨려 들어가면 모든 물질의 부피는 1000조분의 1로 줄어들 것이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이다. 어째서일까? 철학적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 이러한 의문을 풀어준 것이 양자 역학이었고, 인간은 단지 철학적인 답변을 뛰어 넘어 인간이 사용하는 물질의 합성 원리를 알게 되었다.
원자가 모여 물질이 만들어진다면 물질의 성질은 원자들이 각각 가지는 성질의 모임일까?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다이아몬드와 흑연은 둘 다 탄소로 만들어져있지만, 대표적 보석인 다이아몬드는 투명하고 전기가 흐르지 않고 단단하지만 (또한 매우 비싸다), 연필심 또는 샤프심에 들어있는 흑연은 시커멓고 전기가 잘 통하고 약하다 (또한 매우 싸다). 이렇듯, 똑 같은 원자가 모여 물질을 이루어도 어떻게 물질을 이루느냐에 따라 물질의 성질은 천차만별이다. 고체물리학은 원자들이 모여 물질을 이룰 때 어떠한 원리에 의해 물질의 성질이 생겨나는지 연구하는 학문 분야이다. 이 세상에 있는 물질의 종류가 무수히 많은 만큼 고체물리학의 연구 대상도 넓다. 뿐 만 아니라 없던 물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어 연구 대상이 계속 넓어지고 있다.
물질과 동력은 인류 발전의 두 중심축이다. 인간은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를 거쳐 현재 반도체 시대에 와 있다. 반도체는 과학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그 이전의 물질 시대와 크게 다르다. 이 세상의 많은 나라가 철기 시대를 거쳤지만 반도체를 잘 만드는 나라는 과학과 기술의 중요성을 알고 적극 투자한 극소수라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반도체는 그 속에 넣어주는 불순물의 농도를 약간만 달리하여도 전기가 통하는 정도가 크게 변하는 물질로서, 인간이 원하는 제어 소자, 정보 통신 소자를 가능하게 한다. 반도체 문명을 더욱 발전시키고 그 후의 물질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물질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지속적으로 적극 투자하여야 한다.
필자의 `첨단전자물성계산연구단'은 2011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의 리더연구자지원사업 창의적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자체 보유한 병렬 컴퓨터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 센터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하여, 초전도체, 위상 절연체, 나노구조체에서 전자에 의해 발생하는 물리적 특성을 정밀 계산을 통해 탐구하고 있다. 정밀 계산에 기초한 물성 연구는 물리학의 기본 원리와 측정된 실험 결과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실험 결과를 설명하는 이론을 개발하고 새로운 현상과 물성을 예측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물리학은 기초 과학 중의 기초 과학으로서 물질의 근본 원리를 파헤치는 매우 쓸모 있는 학문이다.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에게는 어려운 학문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자연을 이해하여 인간 사회의 물적 기반을 확대하는 선구자적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최형준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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