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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살아있다] 살아있는 화석,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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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대 모습 그대로 4000여종 서식
가장 작은 `독일바퀴` 전국적 분포
현존하는 수많은 생물종 가운데 오래 전 지질시대에 출현해 모습이 크게 변하지 않은 종들을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부른다.

바퀴, 실러캔스, 네오필리나조개, 심해상어, 흡혈성 문어, 민물어류인 아로나와, 은행나무, 원시도마뱀 등이 대표적인 화석생물이다. 이 중 바퀴는 약 3억5000만년 전 고생대 석탄기에 출현한 이래 모습의 큰 변화 없이 지구환경에 잘 적응하고 분화해 오늘날 400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바퀴가 처음 발생한 곳은 따뜻한 아프리카로 추정되며, 무역이나 사람의 이동에 따라 화물과 함께 운반돼 세계적으로 분포하게 됐다. 일본에서 1976년 세계 처음 보고된 종이 1991년 우리나라 항구 도시 군산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에는 8종이 알려져 있으며 이 가운데 5종이 주택에 서식한다.

바퀴는 계통분류학적으로 메뚜기목과 가장 유사하다. 거의 모든 종이 우리생활과 직접 관련 없이 야외에서 낮에 활동하며 주로 낙엽이나 돌, 쓰레기 밑, 나무 위나 죽은 나무 속, 동굴 등에서 서식한다. 이 가운데 약 30종만이 우리 생활 공간에서 서식하면서 야간에 활동해 위생해충으로 취급된다.

생태학적 특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는 모든 바퀴가 전염병을 옮기거나 불결한 곤충으로 인식돼 이름을 붙일 때도 이웃한 다른 나라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흔히 우리가 `바퀴벌레'라고 하는데 정확한 이름은 `바퀴'이다. 바퀴라는 이름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집안에서 활동하다 도망갈 때 바퀴가 굴러가듯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데서 연유하지 않았나 추측한다.

우리나라 주택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종은 바퀴(Blattela germanica)다. 흔히 모든 바퀴목 곤충을 의미하는 바퀴와 혼동이 있을 경우 학명을 따서 `독일바퀴'라고 부른다. 이 종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인데 동유럽과 아시아로 점차 확산돼 신대륙까지 전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국적으로 가장 넓게 분포하는 종이다. 크기는 10∼15㎜로 우리 생활공간에 서식하는 종 가운데 가장 작다. 암수 모두 밝은 황갈색이며 가슴 등판에 검은색 줄무늬가 세로로 있다.

수컷은 여러 차례 짝짓기를 하지만 암컷은 일생동안 1∼2회만 한다. 알주머니 속에 평균 37∼44개 알이 있으며 알맞은 온도조건에서 약 3주만에 깨어나온다. 부화율은 약 90%로 매우 높다. 암컷은 일생동안 4∼8개의 알주머니를 만든다.

6번의 애벌레 단계를 거쳐 30∼60일 만에 성충이 된다. 환경조건이 불리하면 125일 걸리는 경우도 있다. 성충은 약 100일 동안 생존하지만 1년 이상 사는 경우도 있다. 날개가 잘 발달했지만 날지는 못하고 매우 빠르게 이동한다. 원래 열대산이어서 추운 환경에서는 서식하지 못하지만 겨울에도 쓰레기장 같은 야외에서 간혹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집안에 거주하는 종으로 35∼40mm로 가장 큰 이질바퀴(미국바퀴)는 몸에 광택이 나고 적갈색이다. 주로 따뜻한 남부지역에 분포하지만 1989년대 후반부터 서울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먹바퀴는 이질바퀴보다 약간 작으며 몸 전체가 광택이 나는 암갈색이다. 제주도를 비롯해 남부지역에 분포하지만 최근 서울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집바퀴는 일본바퀴라고도 하며 일본 고유종이나 최근 우리나라와 중국에도 이동되었다. 이 종은 몸 전체가 흑갈색이고 세계적으로 가장 북방지역에 서식하며 가장 낮은 기온에 적응한 특이한 종이다.

바퀴 방제를 위해 유인제를 이용한 트랩을 설치하거나 다양한 살충제를 활용한 화학적인 방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수억 년 동안 매우 불리한 지구환경에서도 적응하고 진화해온 바퀴를 인간이 박멸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외국에서는 바퀴벌레로 요리를 개발하거나 제한된 시간에 가장 많은 바퀴벌레 먹기 대회도 열린다고 한다. 물론 무균상태로 사육된 바퀴를 재료로 사용한다고 한다. 산업분야나 우리 밥상 단백질원 등 자원으로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어떨지.

안승락 박사(국립중앙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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