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대학 근방의 커피숍이나 카페는 거대한 공부방이 되었다. 모두 노트북을 앞에 두고 뭔가를 열심히 하기도 하고 두꺼운 원서를 읽으면서 메모도 한다. 물론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있다.
벽에는 예외 없이 와이파이가 무료라는 게시판이 붙어있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무한정 앉아 있으면 영업에 지장이 있을 법도 한데 와이파이까지 무료로 제공하면서 도대체 아무도 신경을 쓰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은 자기 공부방에 있는 것처럼 편안해 보인다. 정보혁명, 모바일 혁명이 가져온 새로운 정보문화의 한 모습이다.
같은 모습을 미국의 대학도시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스타벅스 같은 커피숍이 이미 학생들의 독서실이 된지 오래다.
"실리콘밸리에선 지금 카페 테이블마다 기업이 하나씩 싹튼다"는 한 일간지 기사가 눈에 띈다. 모두 클라우드서비스와 앱스토어 그리고 SNS 덕이라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노트북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이 가능하다. 자연스럽고 지속 가능한 미국의 `정보문화 생태계'를 보는 것 같다.
생태계는 밭이다. 그리고 아이디어는 씨앗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자랄 수 있는 좋은 `밭'은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는 인터넷이나 앱 그리고 SNS 등 정보의 바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둘째는 새 아이디어가 잘 자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첫째의 네트워크 조건은 어느 정도 충족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두 번째 조건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을 것 같다.
최근, 지경부는 기술ㆍ인문 융합창작소를 동숭동 대학로에 개소했다. 인문학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문화소스를 기술이 찾아가는 접근은 칭찬할 만하다.뉴욕시가 지난 5년간 생긴 1000개의 문화콘텐츠 벤처기업의 성과를 토대로 공대를 유치하겠다고 나선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혹시 지경부가 `스티브 잡스'를 `인위적'으로 키우고, 인문학적 아이디어를 `의도적' 인위적으로 발굴 개발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라면 논란의 여지가 많을 수 있다. 정부가 강하게 개입하는 인위적인 정책은 생태계에 역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은 생태계의 기반인 밭을 일구는 것이다. 밭에 뿌려진 아이디어라는 씨앗 중에는 때를 잘 만나서 `잡스'와 같은 큰 나무가 나타날 수도 있고, 운이 없어서 사라지는 것도 있을 수 있다. 명심해야 할 것은 불확실한 미래에서 정부가 선호하는 아이디어가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사실이다. 어느 경우엔 정부의 개입이 생태계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생태계라는 밭에서 거름역할을 하는 것이 공유저작물이다. 공유저작물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생태계를 기름지게 하는 일이다. 사후 50년이 지난 헤밍웨이의 저서가 다시 출판 붐을 타고 있다는 기사는 공유저작물이 생태계 밭을 키우는 데에서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준다.
씨앗이 자라려면 적당한 비가 와야 한다. 자유스러운 분위기, 최소의 규제는 생태계 밭에 내려진 보슬비다. 정부는 밭을 일구고 보슬비를 내리도록 하고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획일성이 아닌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부처가 이제는 정보화의 전면에 나설 때가 되었다. 그래서 다양한 아이디어 씨앗이 밭에 뿌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촌의 카페 테이블마다, 제2 제3의 스티브 잡스가 자라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스티브 잡스'는 다양한 생태계에서 자연스럽게 태어난다.
안문석 국가DB포럼대표의장 ㆍ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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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는 예외 없이 와이파이가 무료라는 게시판이 붙어있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무한정 앉아 있으면 영업에 지장이 있을 법도 한데 와이파이까지 무료로 제공하면서 도대체 아무도 신경을 쓰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은 자기 공부방에 있는 것처럼 편안해 보인다. 정보혁명, 모바일 혁명이 가져온 새로운 정보문화의 한 모습이다.
같은 모습을 미국의 대학도시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스타벅스 같은 커피숍이 이미 학생들의 독서실이 된지 오래다.
"실리콘밸리에선 지금 카페 테이블마다 기업이 하나씩 싹튼다"는 한 일간지 기사가 눈에 띈다. 모두 클라우드서비스와 앱스토어 그리고 SNS 덕이라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노트북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이 가능하다. 자연스럽고 지속 가능한 미국의 `정보문화 생태계'를 보는 것 같다.
생태계는 밭이다. 그리고 아이디어는 씨앗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자랄 수 있는 좋은 `밭'은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는 인터넷이나 앱 그리고 SNS 등 정보의 바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둘째는 새 아이디어가 잘 자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첫째의 네트워크 조건은 어느 정도 충족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두 번째 조건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을 것 같다.
최근, 지경부는 기술ㆍ인문 융합창작소를 동숭동 대학로에 개소했다. 인문학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문화소스를 기술이 찾아가는 접근은 칭찬할 만하다.뉴욕시가 지난 5년간 생긴 1000개의 문화콘텐츠 벤처기업의 성과를 토대로 공대를 유치하겠다고 나선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혹시 지경부가 `스티브 잡스'를 `인위적'으로 키우고, 인문학적 아이디어를 `의도적' 인위적으로 발굴 개발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라면 논란의 여지가 많을 수 있다. 정부가 강하게 개입하는 인위적인 정책은 생태계에 역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은 생태계의 기반인 밭을 일구는 것이다. 밭에 뿌려진 아이디어라는 씨앗 중에는 때를 잘 만나서 `잡스'와 같은 큰 나무가 나타날 수도 있고, 운이 없어서 사라지는 것도 있을 수 있다. 명심해야 할 것은 불확실한 미래에서 정부가 선호하는 아이디어가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사실이다. 어느 경우엔 정부의 개입이 생태계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생태계라는 밭에서 거름역할을 하는 것이 공유저작물이다. 공유저작물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생태계를 기름지게 하는 일이다. 사후 50년이 지난 헤밍웨이의 저서가 다시 출판 붐을 타고 있다는 기사는 공유저작물이 생태계 밭을 키우는 데에서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준다.
씨앗이 자라려면 적당한 비가 와야 한다. 자유스러운 분위기, 최소의 규제는 생태계 밭에 내려진 보슬비다. 정부는 밭을 일구고 보슬비를 내리도록 하고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획일성이 아닌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부처가 이제는 정보화의 전면에 나설 때가 되었다. 그래서 다양한 아이디어 씨앗이 밭에 뿌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촌의 카페 테이블마다, 제2 제3의 스티브 잡스가 자라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스티브 잡스'는 다양한 생태계에서 자연스럽게 태어난다.
안문석 국가DB포럼대표의장 ㆍ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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