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국외이전 국제분쟁 `불씨`

한미FTA로 금융정보 이전 길 열려…소송 재판관할권ㆍ범죄악용 등 난제
정부차원 국제 공조체계 구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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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 이슈가 향후 외교분쟁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정부 차원의 대비책 마련이 미비할 경우 향후 불거질 국가간 분쟁 발생 시 국익을 저해하고 주권까지 흔드는 문제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개인정보보호 전문가들에 따르면, 당장 지난 3월 발효된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로 인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은행ㆍ증권ㆍ보험사 등 미국계 금융사들이 그동안 국내에서 보관해온 국내 고객의 개인정보를 미국 본사 등으로 이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협정문에는 한ㆍ미 양국이 2년간 정보보호에 관해 연구한다고 명시됐다. 하지만,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논의일 뿐 큰 틀에서 국내인의 금융정보가 담긴 데이터가 미국 본사로 넘어가는 길은 열린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인도 등 제3국에 콜센터나 전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금융사들이 마케팅 등의 목적으로 자회사나 데이터 처리회사로 국내인 정보가 담긴 데이터를 옮길 수 있다. 한 개인정보분야 전문가는 "예를 들어 구글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인에 대한 데이터와 관련해 소송이 발생할 경우 재판 관할권이 미국에 있느냐, 한국에 있느냐 하는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비를 서둘러야 하며 국제적인 회의를 통한 공조체계 구축과 협력 논의를 서둘러야 불필요한 외교마찰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데이터 구축에 클라우드 환경이 핵심 이슈로 부상하면서 국내 사이버 부문 수사기관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국외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내인들의 개인정보 DB(데이터베이스)가 외국으로 이전되면 관련 서비스를 악용한 범죄가 더욱 활개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현재도 해외기업 이메일 계정을 쓰는 범죄자들의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클라우드 환경 구축 등으로 인해 해외로 이전되는 국민들의 DB가 늘어나면 사이버 범죄 수사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검찰이 구글의 위치정보서비스 프로그램인 스트리트뷰 제작과정에서 60만명의 개인 통신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 혐의로 구글을 수사했다. 하지만 구글 본사 측의 비협조로 올해 2월 수사가 잠정 중단된 바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관련 분야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개인정보의 해외 이전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짚어보기 위한 연구모임을 시작했다. 또 금융감독원 IT검사국은 해외 금융사들의 개인정보 이전과 관련해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국내에서는 정보통신망법에서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 시 사용자에게 동의를 받도록 하는 조항을 따로 두는 등 국민의 정보보호를 강화하려 하고 있지만 해외기업이 적법한 절차를 통해 해외로 이전시킨 국내정보에 대해서는 국내법을 적용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법안 내용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며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주요국들이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을 어젠다로 삼고 국제협력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동규기자 dk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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