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산책] `사이버 불링` 누구의 책임인가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이버범죄연구회장

  •  
  • 입력: 2012-05-16 20:02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디지털 산책] `사이버 불링` 누구의 책임인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이른바 왕따 피해자들이 사이버공간에서 24시간 괴롭힘을 당하고 이들의 개인정보가 통신망을 통해 유포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안티카페 개설,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이용한 협박, 신상정보 노출, 허위사실 유포 등의 행위를 통하여 인터넷상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것을 이른바 `사이버 불링'이라 부르는데 그 구체적 사례를 보면 예컨대, 가해학생이 비밀그룹을 페이스북에 만들고 뜻을 같이하는 가해학생들이 피해자를 비하하는 글을 가득 채우고 이 글들을 학급 친구들에게 흘리는 방식으로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거나, 혹은 카카오톡을 이용하여 여러 학생이 한 명에게 욕을 퍼붓는 이른바 `떼카'의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이처럼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카카오톡을 통해 집단으로 한 명을 왕따시키거나 괴롭히는 형태의 사이버불링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다섯 명 중 한 명이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해 욕설과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으며 따돌림 피해자를 괴롭히는 안티카페도 1000여 곳에 이른다. 이와 관련하여 대전경찰청은 최근 SNS 및 인터넷사이트 등을 1300여 차례 모니터링하여 폭력적 졸업뒤풀이 관련 동영상 18건과 흡연과 욕설 등 청소년 비행동영상 5건 등 동영상 23건,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대전지역 왕따카페 등 36개 청소년 유해카페를 적발, 삭제한 바 있다.

외국의 경우도 어느 조사에 따르면 7~17세 사이 자녀를 둔 캐나다 부모의 8%가 자녀가 사이버 불링을 당했고, 응답자 4명 중 1명은 자녀가 피해를 당했는지 확실치 않다고 답해 실제로는 문제가 더 심각할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사이버 불링으로 2011년 영국과 미국에서 10대 청소년 7명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이에 따라 미국의 14개 주가 `사이버 불링'의 정의와 처벌기준을 입법으로 마련하였다.

이와 같이 사이버 불링이 심각해지자 이를 제재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하였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은 "사이버상에서 저질러지는 따돌림 행위"를 규정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 범위를 명시하고 있지 않아 사이버 불링의 처벌근거가 미흡하므로 신체적 폭력행위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이버 불링 행위를 처벌하고 철저한 예방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사이버 불링을 학교폭력으로 규정한 개정법률안을 발의한 것이다.

이른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우리에게 많은 순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많은 청소년들은 이로 인하여 오히려 사이버 불링에 시달리고 있다. 사이버 불링은 일종의 언어폭력이며, 이러한 사이버폭력은 전통적인 학교폭력이 오늘날 물질문명과 만나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과거 오프라인으로 횡행하던 학교폭력이 온라인공간을 만나자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었고, 스마트폰을 통한 페이스북ㆍ트위터ㆍ카카오톡 등 이른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피해학생들이 숨을 곳을 완전히 빼앗아버리고 말았다. 사이버 왕따 등 사이버공간의 폭력은 학업중단ㆍ등교거부ㆍ금품갈취ㆍ폭력 등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피해자가 자기정체성을 부정한 채 또다시 사이버공간으로 침잠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또 있다. 즉,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사이버 불링 실태조사에 의하면 현재 청소년 10명 중 3명이 사이버 불링을 폭력이 아니라 학교의 일상적 문화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홈페이지에 욕설이나 악성 댓글을 다는 것을 폭력으로 여기지 않게 되는 등 폭력 자체에 둔감해지고 이러한 폭력행위를 일상적으로 하게 만드는 심각성을 보이고 있다.

사이버 불링을 통한 학교폭력을 근절하고 올바른 사이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법제도를 통한 해결책보다는 사이버문화 조성과 네티즌의 교육을 통한 예방적 대처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사이버폭력으로 인한 피해의 정도와 규모가 너무 커 자율기능에 맡기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결국은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여 사이버 불링 단속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적발된 내용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해야 할 것이며, 아울러 사이버폭력 예방수칙을 마련하고,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사이버윤리교육을 크게 강화하며, 국회차원에서 사이버 불링 관련법안을 처리하는 법제화대책 등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사이버 불링을 통한 학교폭력의 예방을 위해 국가ㆍ학교ㆍ가정ㆍ사회 등이 모두 깊은 관심을 갖고 대응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