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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전망] SW 생태계 구조개편 시급하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학장 

입력: 2012-04-05 19:54
[2012년 04월 06일자 1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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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전망] SW 생태계 구조개편 시급하다
정부가 주도하여 공공IT사업에서 대기업의 참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소위 `SW 산업 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발표한 개정의 목적은 `공생발전 SW 생태계 구축`이다. 현재 SW업체들이 대기업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있으며, 그 원인은 계열사의 지원을 받고 있는 대형 SI회사들이 저가 수주로 사업을 독과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정부의 공공사업을 기업의 지배구조에 따라 전면 금지하는 것이 합헌인지는 앞으로 사법부가 가릴 일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정확한 현실인식에 바탕에 두고 있으며 소정의 목표인 공생발전 생태계를 구축하고 SW산업의 진흥에 이바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우선 저가 출혈경쟁이 과연 계열사의 부당한 지원 때문에 가능한 일인지 따져 보자. 개정안이 규제하고자 하는 재벌 SI회사는 대형 3개사 이내가 과점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이 저가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이면에는 근본적으로 공급과잉 상태의 SW산업의 구조와 SI사업의 특성에 기인한다. 우리의 영세 SW산업은 엄밀하게 말해서 SW 개발 인력 파견사업 또는 코딩 대행업체들이다. 웬만한 규모의 회사들은 모두 자체 SI사업체를 갖고 있으니 공개시장이 비좁을 수 밖에 없는 한국의 SW산업에 무자본에 가까운 SW 인력사업이 정부의 IMF 외환위기 이후 벤처 진흥책에 힘입어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그래서 언제든지 값싼 하청업체들이 널려 있기에 저가 경쟁이 가능한 것이다.

경제학 이론은 두 업체만 있어도 품질이 아닌 가격경쟁을 할 경우 원가까지 가격이 내려간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SI사업은 품질 경쟁을 하기 매우 어려운 처지이다. 계약이전에 품질을 알 수도 없고, 프로젝트가 종료되는 시점에도 품질의 검증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SW산업이다. 특히 발주시스템에 대한 정보도 없는 외부인사들에 의한 평가가 업체를 선정하는 우리나라의 공공사업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품질정보가 부족한 사업의 경우 과거의 평판과 브랜드로 파악하는 수 밖에 없다. 결국 브랜드 차이가 별반 없으면 가격경쟁으로 갈 수 밖에 없고 현재 그렇게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일부 대기업이 입찰에서 빠진다고 해서 중소 SI사업체들은 가격경쟁을 할 것이고 대기업의 원가 이하의 출혈 하청마저 감지덕지하는 한계기업들이 공공입찰에서만 높은 가격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경제학 이론은 공급과잉의 산업에서 가격경쟁을 하는 한 결과는 매 한가지라고 증명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직접 수주를 하면 중소 SI업체에는 유리할 것인지 들여다보자. 고객들이 대형SI업체를 선호하는 것은 기술력 때문만이 아니다. 외국에서도 초대형 SI사업은 IBM 등의 초대형 업체들이 수주를 한다. 이유는 대형 SI사업체들은 SW방법론이나 프로젝트 관리 능력과 고급 설계자 등의 고급인력을 갖추고 SW품질을 검증하고, 프로젝트의 위험을 사업 팀과 별도로 감시하고 통제하는 조직을 갖출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사업의 지연이나 실패를 감내할 수 있는 재정적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던 시스템 소프트 회사가 SI사업에 진출 후 존폐위기에 직면했던 사례가 SI사업의 위험을 잘 증명하고 있다. 한국의 금융기업들이 외국과 같이 전면 아웃소싱을 못하는 이유도 시스템 운영위험을 재무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대형 SI사업이 없기 때문이다. 즉 대형 SI 사업체는 중소SI사업체보다 덩치만 더 큰 업체가 아니라, SW 개발 프로젝트 관리의 전문성과 재무적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자본력과 조직기반을 갖춘 회사들인 것이다.

시장에 비해 공급과잉의 산업구조의 개편 없는, 그리고 공개경쟁 SW시장의 확대 정책이 없는 현재의 개정안은 시장의 왜곡의 수정도 산업진흥의 목적도 달성할 수 없는 또 다른 포퓰리즘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규제대상 대기업들이 태양광ㆍ원전 사업 등 비 IT사업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보도로 보아 그나마 고급인력의 SW사업 진출의 통로마저 막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혁신과 경쟁 없는 규제가 산업을 진흥시킨 사례는 세계 경제사에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게 왜 대한민국에서만 가능하다고 믿는 것일까? 정치의 계절이라는 답 이외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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