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광장] 의료로봇 인프라 재구축해야

[DT 광장] 의료로봇 인프라 재구축해야
    입력: 2012-03-15 19:55
고경철 선문대 정보통신학과 교수
여기는 로봇수술이 이루어지는 어느 대학병원의 수술실 현장이다. 외과의사는 두눈을 입체경에 대고 양손으로 조종간을 민첩하게 움직인다. 가는 로봇팔들은 환자의 뱃속을 작은 구멍을 통해 들어가 의사의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하며, 환부를 째고 잘라내며, 꿰매는 정교한 작업을 수행한다. 보통 우리가 상상하는 여러명의 보조의나 간호사들도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로봇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도구들을 교체해주는 보조간호사 1명 정도만 있을 뿐이다.

최근 기존의 복강경수술을 로봇으로 대신하게 되면서, 폭발적으로 수술로봇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수술로봇개발에 대한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필자는 지면을 통해 로봇수술의 효율성을 논하고 싶지 않다. 분명한 것은 세계적으로 수술건수가 50%이상 급성장하고 있고, 이에 따라 수술로봇 시장 규모도 연 20%이상으로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다빈치시스템이란 기존의 수술로봇의 독점성에 있다. 제품화에 가장 먼저 선점하면서, 유사한 특허들을 모두 매수하는 전략을 통해 경쟁자들을 허용하지 않는 생태계를 구축하였다. 사실 기술적으로는 수술로봇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인튜이티브서지컬사가 확보한 특허들을 모두 피하면서 또 다른 복강경 수술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점점 커지는 수술로봇시장을 외면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복잡한 의료로봇산업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산업내부를 살펴보면 더욱 그러하다. 의료로봇산업의 핵심은 의료기기 산업과 로봇산업의 역량에 있다. 문제는 두 산업 모두 아직 산업적으로 미성숙하여, 영세성을 못벗어 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몇 가지 정책적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튼튼한 산업 인프라의 구축이다. 균형잡힌 정부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해, 의료로봇산업 생태계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경쟁력있는 신규 의료 전문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 육성하는 것이다. 의료로봇산업에 필수적인 로봇전문기업, 센서부품전문기업, 의료영상소프트웨어 전문기업들을 묶을 수 있는 국책사업들을 전개하는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제2, 제3의 다빈치 시스템 개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충분히 세계적인 특허맵을 구성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3~4년 안에 말이다.

둘째, 대학병원의 혁신이다. 이제 우리나라 대학병원도 침상수, 연간 수술횟수 등 임상실적 위주의 경쟁에서 탈피해야한다. 필자는 최근 일본 규슈대에서 의공학박사들과 레지던트의사들이 한 팀을 이루어 수행한 국책연구 결과를 참관할 기회를 가졌다. 이는 우리가 잊었던 대학병원의 연구중심의 역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의료로봇이 성공하려면, 임상을 통한 연구 경험이 필수적이다. 단순 수요자의 요구와 평가가 아닌, 공동참여를 통한 연구개발이 병원에서 쓰일 수 있는 의료로봇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셋째, 정부사업을 바라보는 연구자들의 마인드 혁신이 필요하다. 이제 연구의 결실이 산업화로 이루어져야 한다. 내가 만든 수술로봇이 바로 수술현장에서 환자를 살리고, 의사를 돕는 인술이 된다고 생각될 때 얼마나 뿌듯할까. 그리고 그 제품을 만든 연구자들이 인튜이티브서지컬사처럼 수 십조원의 회사가치를 인정받아 그 일부를 기술료 등으로 또는 주식지분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면 무조건 그 정부사업은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공동의 목표를 세워, 5년을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비전을 공유하고 공동의 꿈을 이루어나가는 결의가 꿈을 현실로 바꾸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많은 벤처성공 신화의 사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지식경제부는 2012년 산업융합원천기술사업으로 로봇분야에서 생검 및중재 시술로봇과 정형외과 수술로봇 등 2개의 신규 수술로봇 사업과제를 공고한 바 있다. 로봇인의 한사람으로서, 특히 지난 2년간 수술로봇 기획위원과 포럼위원을 했던 한사람으로서, 이번 연구개발 사업의 성공을 바라보는 눈은 남다르다. 대한민국의 수술로봇이 세계 수술현장을 누비게 될 꿈같은 그날을 그려보며, 이번 과제들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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