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성 구분 방법 없어… 확대재생산 멈춰야
전자파 유해론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작년에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휴대폰의 전자파를 `발암물질'로 분류했다는 소식이 일부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문제가 오히려 악화되었다. 휴대폰 전자파가 유해하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우리 방송통신위원회의 발표는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결국 정체불명의 전자파 차단장치만 불티나게 팔렸다.
IARC가 휴대폰의 전자파를 `2B군'으로 분류한 것은 사실이다. IARC의 분류에서 `발암물질'은 `1군'으로 분류되고, `2B군'은 `발암추정물질'이라고 부른다. `발암가능물질'이라고 부르는 `2A군'도 있다.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이 되기는 하지만 역학조사 결과에서 우연, 편견, 혼동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확인된 물질도 역학조사 결과의 확실성에 따라 `4군'과 `5군'으로 구분한다.
모든 물질을 `발암물질'과 `비(非)발암물질'로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IARC의 분류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다. 발암성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 직접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람을 대상으로 직접 발암성을 확인하는 연구는 윤리적으로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결국 이미 암에 걸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복잡한 역학조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IARC의 분류는 역학조사의 신뢰도를 평가한 것이다. 1군은 역학조사 결과가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역학조사의 결과가 우연히 얻어진 결과도 아니고, 선입견이나 편견이 개입되지도 않았고, 다른 요인을 잘못 해석했을 가능성도 없는 경우다. 물론 1군에 속한다고 누구에게나 암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술과 젓갈도 1군에 속한다. 그러나 문제가 많은 술도 잘 마시면 문제가 없다는 것도 우리의 상식이다.
2군은 발암성이 의심된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신뢰하기는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 역학조사의 결과에서 우연, 편견, 혼동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2A'와 `2B'의 차이는 지극히 기술적인 것이다. 다만 2A군에 속하는 역학조사가 2B군에 속하는 역학조사보다 조금 더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IARC가 사용하는 `가능'(probable)과 `추정'(possible)의 상식적인 의미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휴대폰에서 방출되는 라디오파 영역의 전자파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분석해서 `2B군'으로 분류한 IARC는 휴대폰 전자파의 발암성에 대한 주장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10년 동안 하루 30분 이상 휴대폰을 사용한 사람들의 경우에 뇌에서 발생하는 암의 일종인 신경교종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2004년의 역학조사가 있었지만 문제의 역학조사는 완벽한 것이 아니었다. 신경교종과 청신경종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역학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IARC가 자체 발간물과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란셋을 통해 밝힌 결론이었다.
병원에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휴대폰 사용이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해치고, 병원에서 진단과 치료에 사용하는 복잡한 전자 장치에 오작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륙과 착륙 과정에서 역시 라디오파 영역의 전파 신호를 많이 사용하는 민간 여객기의 경우에도 승객의 휴대폰 사용을 금지한다. 전자파의 발암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 논리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는 사실을 들먹이는 것이 엉터리 상식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제는 끝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전자파 유해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자파가 위험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전자파가 무조건 위험하다는 주장은 과도한 것이다. 휴대폰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것 자체가 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덕환(서강대 교수, 대한화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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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RC가 휴대폰의 전자파를 `2B군'으로 분류한 것은 사실이다. IARC의 분류에서 `발암물질'은 `1군'으로 분류되고, `2B군'은 `발암추정물질'이라고 부른다. `발암가능물질'이라고 부르는 `2A군'도 있다.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이 되기는 하지만 역학조사 결과에서 우연, 편견, 혼동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확인된 물질도 역학조사 결과의 확실성에 따라 `4군'과 `5군'으로 구분한다.
모든 물질을 `발암물질'과 `비(非)발암물질'로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IARC의 분류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다. 발암성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 직접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람을 대상으로 직접 발암성을 확인하는 연구는 윤리적으로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결국 이미 암에 걸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복잡한 역학조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IARC의 분류는 역학조사의 신뢰도를 평가한 것이다. 1군은 역학조사 결과가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역학조사의 결과가 우연히 얻어진 결과도 아니고, 선입견이나 편견이 개입되지도 않았고, 다른 요인을 잘못 해석했을 가능성도 없는 경우다. 물론 1군에 속한다고 누구에게나 암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술과 젓갈도 1군에 속한다. 그러나 문제가 많은 술도 잘 마시면 문제가 없다는 것도 우리의 상식이다.
2군은 발암성이 의심된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신뢰하기는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 역학조사의 결과에서 우연, 편견, 혼동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2A'와 `2B'의 차이는 지극히 기술적인 것이다. 다만 2A군에 속하는 역학조사가 2B군에 속하는 역학조사보다 조금 더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IARC가 사용하는 `가능'(probable)과 `추정'(possible)의 상식적인 의미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휴대폰에서 방출되는 라디오파 영역의 전자파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분석해서 `2B군'으로 분류한 IARC는 휴대폰 전자파의 발암성에 대한 주장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10년 동안 하루 30분 이상 휴대폰을 사용한 사람들의 경우에 뇌에서 발생하는 암의 일종인 신경교종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2004년의 역학조사가 있었지만 문제의 역학조사는 완벽한 것이 아니었다. 신경교종과 청신경종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역학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IARC가 자체 발간물과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란셋을 통해 밝힌 결론이었다.
병원에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휴대폰 사용이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해치고, 병원에서 진단과 치료에 사용하는 복잡한 전자 장치에 오작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륙과 착륙 과정에서 역시 라디오파 영역의 전파 신호를 많이 사용하는 민간 여객기의 경우에도 승객의 휴대폰 사용을 금지한다. 전자파의 발암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 논리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는 사실을 들먹이는 것이 엉터리 상식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제는 끝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전자파 유해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자파가 위험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전자파가 무조건 위험하다는 주장은 과도한 것이다. 휴대폰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것 자체가 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덕환(서강대 교수, 대한화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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