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미디어국 국장
방송통신 망 포설을 위해 사업자들이 저마다 도로와 사유지를 파헤치고, 관로를 구축한다면 어떻게 될까. 주요 도시의 거리에는 온통 공사표지판이 세워지고, 그만큼 시민들은 불편을 겪게 될 것이다. 이를 우려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도로 굴착은 이를 관리하는 지자체로부터 허용되지 않는다. 설비를 보유하지 못한 사업자들이 관로를 임대해 서비스하지 못한다면 서비스 제공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필수설비 제도는 전봇대나 관로와 같이 서비스 제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설비이지만 사업자들이 자체 구축을 할 수 없는 설비보유사업자로부터 빌려 쓰도록 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이 제도가 없다면 KT와 같은 필수설비 보유사업자는 타 사업자에게 이를 임대하지 않음으로써 지역에 따라 경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된다.
필수설비 제도는 방송통신 서비스 경쟁 활성화와 이용자 선택권 확보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KT는 2009년 KTF 합병 시 약속했던 필수설비 개방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비제공 제도 개선에도 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KTF 합병인가를 위해 KT는 스스로 공정경쟁 환경 조성, 소비자 선택권 확대, 망 투자 활성화를 위해 설비제공 절차 개선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방통위가 설비제공 고시개정에 착수하니 KT는 설비 개방으로 인한 경쟁 활성화 효과가 크지 않고, 망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정 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그동안 KT는 2014년까지 개방하기로 했던 관로를 제대로 임대하지 않았다. 설비제공 실태를 감독하는 중앙전파관리소 동등접근센터에서 현장조사를 나가보니 설비이용신청건의 약 35%는 KT가 제공을 거부하거나 임대가 가능함에도 불가능한 것처럼 거짓정보를 제시하며 이용을 못하도록 한 경우였다. 2010년과 2011년도에 총 2,279건의 설비신청 중 KT가 받아들인 비율은 583건에 그쳤다. 수치상으로만 봐도 KT가 의도적으로 설비제공을 하지 않음으로써 경쟁사업자들을 배제하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필수설비 보유 사업자가 스스로 제시한 약속도 지키지 않는다면 보다 강력한 제도적 장치로 강제하는 수밖에 없다.
KT는 필수설비 제공제도가 자사 설비에 대한 경쟁사업자들의 무임승차(Free-riding)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하지만 필수설비 제공제도는 KT의 설비를 무조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설비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업자가 자체적인 설비 구축을 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중소업체들인 케이블TV사업자들도 자체 망 구축 비율이 94%가 넘고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방송통신 사업자들에게 망 인프라는 경쟁의 기본 조건으로 여건만 된다면 굳이 돈을 주고 타 사업자의 설비를 빌려 쓰려 하기보다는 직접 구축하고자 하는 양상을 보인다.
직접 구축하지 못하는 설비에 한해서 상호 합의된 적정 금액을 내고 빌려 쓰는 것을 무임승차라고 폄하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주장이다.
KT가 KTF와의 합병을 위해 필수설비 개방약속을 하고도, 합병이후 태도를 바꾼 것은 필수설비를 개방하지 않을 경우 독점적인 경쟁무기로 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럴수록 정책방향은 선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필수설비 개방은 경쟁 활성화와 수용자 복지를 위한 기본조건으로서 강력히 추진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필수설비 제도는 전봇대나 관로와 같이 서비스 제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설비이지만 사업자들이 자체 구축을 할 수 없는 설비보유사업자로부터 빌려 쓰도록 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이 제도가 없다면 KT와 같은 필수설비 보유사업자는 타 사업자에게 이를 임대하지 않음으로써 지역에 따라 경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된다.
필수설비 제도는 방송통신 서비스 경쟁 활성화와 이용자 선택권 확보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KT는 2009년 KTF 합병 시 약속했던 필수설비 개방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비제공 제도 개선에도 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KTF 합병인가를 위해 KT는 스스로 공정경쟁 환경 조성, 소비자 선택권 확대, 망 투자 활성화를 위해 설비제공 절차 개선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방통위가 설비제공 고시개정에 착수하니 KT는 설비 개방으로 인한 경쟁 활성화 효과가 크지 않고, 망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정 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그동안 KT는 2014년까지 개방하기로 했던 관로를 제대로 임대하지 않았다. 설비제공 실태를 감독하는 중앙전파관리소 동등접근센터에서 현장조사를 나가보니 설비이용신청건의 약 35%는 KT가 제공을 거부하거나 임대가 가능함에도 불가능한 것처럼 거짓정보를 제시하며 이용을 못하도록 한 경우였다. 2010년과 2011년도에 총 2,279건의 설비신청 중 KT가 받아들인 비율은 583건에 그쳤다. 수치상으로만 봐도 KT가 의도적으로 설비제공을 하지 않음으로써 경쟁사업자들을 배제하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필수설비 보유 사업자가 스스로 제시한 약속도 지키지 않는다면 보다 강력한 제도적 장치로 강제하는 수밖에 없다.
KT는 필수설비 제공제도가 자사 설비에 대한 경쟁사업자들의 무임승차(Free-riding)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하지만 필수설비 제공제도는 KT의 설비를 무조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설비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업자가 자체적인 설비 구축을 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중소업체들인 케이블TV사업자들도 자체 망 구축 비율이 94%가 넘고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방송통신 사업자들에게 망 인프라는 경쟁의 기본 조건으로 여건만 된다면 굳이 돈을 주고 타 사업자의 설비를 빌려 쓰려 하기보다는 직접 구축하고자 하는 양상을 보인다.
직접 구축하지 못하는 설비에 한해서 상호 합의된 적정 금액을 내고 빌려 쓰는 것을 무임승차라고 폄하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주장이다.
KT가 KTF와의 합병을 위해 필수설비 개방약속을 하고도, 합병이후 태도를 바꾼 것은 필수설비를 개방하지 않을 경우 독점적인 경쟁무기로 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럴수록 정책방향은 선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필수설비 개방은 경쟁 활성화와 수용자 복지를 위한 기본조건으로서 강력히 추진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