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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시론] 늦출 수 없는 경제체제 선진화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2012-03-01 19:35
[2012년 03월 02일자 27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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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시론] 늦출 수 없는 경제체제 선진화
신자유주의로 포괄되는 지난 20여 년 간은 자본주의의 큰 실험 가운데 하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부 관료들이나 학자들이나 얼마나 아는 것이 없는지를 보여준 시기였던 것 같다. 고백하건데 결국 우리는 무지한 것이다. 무척 많이 아는 것 같지만 인간의 관계와 정서와 의사결정이라는 것이 논리와 합리성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은 것이다. 사회이건, 정치이건, 경제이건, 국제관계이건 모두에 있어 핵심은 조화이고 끝내는 공자님 말씀과 같이 중용이외에 다른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시기였다.

지금의 위기는 우리로 하여금 무엇을 위해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분단국가에 살고 있는가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우리는 자신의 행복과 평안을 추구하는 것이 삶의 가장 큰 목표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미래를 위해서는 자식들의 경쟁력을 무엇보다도 우선시하는 것도 사실이다. 서민들의 의식과 무의식에 늘 위협하는 존재로 남아 있는 북한의 동포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바에 있어서도 우리는 서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재벌이라는 거대한 경제 권력이 있어서 우리가 숨쉬고 있는 시장에 알게, 모르게 왜곡을 일으키고, 약자의 팔을 비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신자유주의가 그들을 놓아기른 것이다. 그들은 늘 시장을 운위하고 불리할 때는 시장 개입이라고 아우성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재벌들은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었고 수익도 많이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중소기업의 팔 비틀기와 고용차별, 권력과 관료의 소위 장학생화를 통한 특혜의 추구 등 우리에게 있어 재벌은 이제 무소불위의 존재가 되었다. 법도 재벌 앞에 떠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만큼 재벌의 위기가 눈앞에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비정규직의 문제는 시장에서 해결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들에게 있어 시장은 신이다. 그러나 시장에는 너무나 많은 실패가 있고 시장의 거래에는 법으로 바로잡을 수 없는 무수한 불공정거래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안다. 모든 것을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한다는 것은 법과 상식과 사회적 규범에 의해 시장이 좋은 제도로 설정되었을 때나 가능하다. 우리의 시장이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비정규직의 존재가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왜 인식하지 못하는가? 같은 생산성과 능력을 가진 노동자들이 임금과 근로조건, 직업의 안전성에서 서로 다르게 취급받는 것은 잘 기능하는 시장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아니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다.

경제는 성장한다고 하는데 살아가기는 더욱 어렵다는 소리가 도처에서 들리고 있다. 경기가 불황인 까닭도 있겠으나 소득분배가 악화되어 있는 문제가 큰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2년 동안 위기를 겪는 와중에서도 소득분배의 지표가 나아지고 있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있었으나 미미할 뿐만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악화된 소득분배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역설적이게도 보수언론이 좌파 정권이라고 부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소득분배의 급격한 악화가 일어났다. 소득 5분위 배율로 보면 1997년에 4이던 것이 지금은 6이다. 승자독식이 한층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이 완전하다면 신자유주의는 환상적인 접근방식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은 더불어 사는 사회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이 보통이다. 효율성을 최상의 가치로 보는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국민 대부분이 살만한 사회라고 자부할 만한 나라와 경제를 만드는데 우리는 실패한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죽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재벌의 과대한 팽창, 비정규직의 남용, 소득분배의 악화라는 해결하기 버거운 과제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 예를 들어 양극화와 청년실업 그리고 가계부채의 문제 이면에는 이 세 가지의 문제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많은 경우에 자유와 경쟁은 좋은 것이지만 이제 보이지 않는 손에만 시장을 맡겨둘 수는 없다. 자유와 경쟁이 지배하는 시장일지라도 시간이 지나가면 강자의 논리에 의하여 독과점화하고 자유와 경쟁이 오히려 밀려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지나친 자유는 방종이라는 말은 시장의 경우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지나친 자유가 미국 금융시장의 붕괴를 불러왔고 세계적인 위기로 확산된 것이다.

4년 전 정권이 바뀐 것이 어제 같은데 정치의 계절이 다시 왔다. 복지논쟁이 한창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아니 그보다 먼저 무상급식논쟁으로부터 시작된 복지논쟁은 그야말로 광풍이다. 복지, 물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여야만 한다. 그러나 복지의 문제 못지않게 재벌과 비정규직 그리고 소득분배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은 이 나라가 직면한 거의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이라는 생각이다. 지금 경제체제를 선진화하지 않으면 위기와 함께 우리경제는 사양화할 것이다. 세계사에서 그 예가 적지 않게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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