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생태계 복원 `중심축`이 필요하다

컨트롤타워 해체후 파편화…추진주체 불명확 갈팡질팡
ICT성장동력 확보 실패
C-P-N-T 활성화 중심역할
정부 조직개편 주문 확산…대선앞두고 이슈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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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IT거버넌스

애플, 구글 발(發) 스마트폰 혁명이 전 세계 ICT(정보통신기술) 시장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몰고오고 있다. 노키아-삼성-모토로라가 중심이었던 글로벌 휴대폰 시장은 스마트폰 세상이 되면서 사실상 해체됐다. 영원할 것 같던 노키아 제국은 곤두박질 치고 있고, 미국 모바일 기술의 상징인 모토로라는 인터넷진영인 구글에 인수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애플의 스마트폰 공세에 선방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패권을 놓고 애플과 세기의 특허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제도권 틀 속에 안주해있던 통신서비스 진영은 물론이고 2000년대 인터넷 시대 꽃을 피웠던 포털들도 새로운 위기에 내 몰리고 있다. 플랫폼 독점력을 앞세워 이미 애플과 구글이 세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을 호령하고 있고,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진영은 통신사, 포털들을 코너에 몰아세우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 출시로 촉발된 `스마트빅뱅'이 이처럼 전 세계 ICT 생태계를 강타하고 있는 사이, 근 5년 동안 대한민국의 ICT 시계는 오히려 시계추를 `거꾸로 돌려놓은 시간'이었다. 준비가 덜된 기업들은 글로벌 업체들의 공세에 버거워했고, 또 정부는 정부조직 개편 실패에 따른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내며 삐걱거렸다.

특히 전 세계가 스마트빅뱅에 대비하기 위한 편제로 ICT 정부조직을 재편한데 반해, 2008년 새로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ICT 컨트롤타워 해체'를 통해 결과적으로 추락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스마트폰 혁명이 미국은 물론 유럽 등지에서 IT 글로벌기업과 벤처업체들이 새로운 성장을 일궈내고 있는 사이, 우리나라는 ICT 생태계에 역행하는 정부조직 개편으로 성장동력 확보에 실패했다.

MB 정부의 ICT 컨트롤타워 해체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란 명분아래 대대적으로 전개됐다. 당시, 정부조직 통폐합의 희생양이 된 것은 과거 국부산업이란 평가를 받았던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 해양수산부 등 3개 부처. 결국 IT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정통부는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등 4개 부처로 공중분해 됐다. IT 기술을 전 산업영역, 생활영역에 확산시킨다는 게 정통부 해체의 주된 명분이었지만, 정작 미래 융합산업을 주도적으로 끌고 갈 조직과 인력은 물론 돈(재원)도 모두 파편화 되면서 중심축을 잃고 만 것이다.

결국, 1995년 정통부 출범과 함께 힘들게 축적된 기술관료들은 산산이 흩어졌고, 과거 SW산업진흥, 연구개발(R&D), IT 벤처발굴 등을 위해 지원됐던 정보통신진흥기금은 융합이란 미명하에 이업종에 집중 지원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과오는 국가적인 정책 아젠다에 있어 ICT 산업 전체가 홀대를 당했다는 것이다. 방통위, 지경부, 행안부, 문화부 등 4개 부처 모두 대외적으로는 ICT 컨트롤타워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대통령 업무보고나 국가적인 정책의제를 정하는 과정에서는 IT 정책이 배제됐다. 지경부의 경우, SW 진흥 및 R&D를 위한 조직과 편제, 기금을 확보하고도 모체인 기존 제조산업과 에너지 부문에 가려 늘 IT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정통부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방통위 마저도 정파성이 강한 상임위 구조와 느린 의사결정 구조, 방송권력에 휘둘려 스마트 산업을 비롯한 ICT 산업정책을 국가적인 정책의제화 하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정통부 장관이나 대통령이 국가를 대표하는 CIO를 자처하고 나섰던 과거 정권에 비해 MB정부가 ICT 산업을 홀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주된 이유다.

학계는 물론 가장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업계에서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ICT 정부기능의 파편화가 스마트 생태계를 구성하는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T(터미널)의 균열을 가져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스마트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주체인 네트워크-콘텐츠-단말기가 각각 방통위, 문화부, 지경부 등으로 분산되면서 스마트 정책은 힘을 얻지 못했고, 특히 사람과 돈이 지원돼야 할 진흥정책은 부처별로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다. 실제 4개 부처 모두 경쟁적으로 스마트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서비스, 하드웨어, 콘텐츠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정책방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중심으로 범 정부차원의 스마트산업 진흥방안이 제시된 적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정책을 이끌고 갈 추진 주체가 명확치 않다 보니 힘을 잃었다.

과학기술입국의 상징이 됐던 과학기술부를 교육부와 통폐합 시킨 것도 큰 과오로 평가되고 있다. 미래기술 개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과학기술 업무를 국민적인 정책현안인 교육업무와 연계시킴으로써 과학기술 정책의 퇴조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MB 정부의 ICT 정부조직개편이 과거 미래 지향적인 정부조직의 후퇴를 가져왔다고 평가한다. 이화여대 송희준 교수는"정통부, 과학기술부, 해양수산부 폐지로 과거 미래지향적이고, 모험적인 정부조직을 전통적이고 모험을 회피하는 프레임으로 가둬버렸다"고 비꼬았다.

이에 따라 2012년 총선, 대선정국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IT 후퇴를 가져온 ICT 거버너스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문이 각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 내부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ICT 컨트롤타워의 복원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의 경우, C-P-N-T 생태계를 아우를 수 있는 정보미디어부 신설을 총선공약으로 제시한 상황이고,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파편화된 IT 기능을 복원하고 미래 성장동력원 역할을 할 수 있는 미래부 기능의 조직개편을 구상중이다. ICT 거버넌스 문제는 4월 총선에 이어 대선 모드로 접어드는 5∼6월을 전후로 정치 이슈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 KT 사장을 지낸 이용경 의원(창조한국당)은 "콘텐츠, 소프트웨어, 방송통신의 산업진흥 기능 부분에 대한 독임제 부처 일원화 필요성에 대해서 산업계에서도 요구가 있는 만큼 검토해볼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지경부, 방통위, 문화부, 행안부 중 특정 부처중심의 기능통합 보다는, ICT 생태계를 고려한 제3의 정부부처 신설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방통위냐, 지경부냐 하는 이분법적 정부조직 개편이 아니라, C-P-N-T 스마트생태계가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갈 수 있는 ICT 거버넌스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MB정부의 ICT 행정실험은 2007년 12월, 대선이 끝나고 불과 두달여 만에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ICT 생태계는 물론이고, 최소한의 이해 당사자인 업계 의견조차 철저히 외면했다. 4년 내내 부처간 업무중복과 ICT 정책이 실종한 직접적 원인이기도 하다.

그 폐해가 결국 고스란히 산업계와 국민들의 몫으로 되돌아왔다는 점에서, 새롭게 논의되고 있는 IT거버넌스는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산업활성화에 무게를 두고 접근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경섭기자 ks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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