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섭 칼럼] 상생없는 망중립성, 스마트생태계 없다

최경섭 정보미디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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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2-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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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섭 칼럼] 상생없는 망중립성, 스마트생태계 없다
시골출신 이라면, 밭 이랑이나 논둑 문제로 같은 동네 사람들끼리 멱살잡이를 하던 기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평상시에는 같이 형 동생 하는 인심좋은 시골 사람들이라도, 밭 이랑이나 논둑에 내 땅이 더 들어갔다면 영락없이 큰 집안싸움으로 번지기 일쑤였다.

농부들에게 있어 이랑이나 논둑은 쓸모없이 내줘야 하는 짜투리 땅이다. 그러나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는 또 없어서는 안될 공간이기도 하다. 내 땅을 알리는 경계선이기도 하지만, 물길을 내는 구분점이기도 하고, 또 농사를 짓는데 없어서는 안될 사람과 가축들이 지나다니는 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물길을 내고, 또 농로를 내기 위해 서로 아낌없이 이랑이나 논둑으로 땅을 내 줘야 한다.

스마트폰, 스마트TV가 급속히 확대되는 스마트시대에도, 과거 농촌사람들이 밭 이랑, 논둑을 사이에 두고 벌였던 멱살잡이가 한창이다. KT가 삼성전자의 스마트TV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면서 불거진 망중립성 문제가 그것이다.

전격적으로 스마트TV 접속을 차단한 KT나 차단을 당한 삼성전자 모두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다'는 자세로 대 충돌의 우려까지고 예고돼 왔다. 다행히도 양측은 일단 접속을 재개하고,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면서 충돌의 고비는 넘겼다. 그러나 양측 모두 종래의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스마트TV 이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주문형비디오(VOD), 동영상 등 대용량 트래픽이 보편화될 경우, 트래픽 폭증에 따른 `블랙아웃'상황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결국 문제는 트래픽 급증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투자비 분담을 누가 전담해야 하는가에 모아지고 있다.

통신업계는 스마트TV 트래픽 폭탄이 이미 자신들이 감내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만큼, 가전사나 서비스 제공사의 투자비 분담이 절실하다고 한다. 특히 삼성, LG 등 가전사에 이어 애플, 구글 등 콘텐츠 진영의 스마트TV 시장공세도 본격화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될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 삼성은 자신들은 스마트TV만을 공급하는 가전사라는 입장이다. 트래픽 부담도 소비자가 부담하는 만큼, 이를 가전사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스마트TV 접속차단 논란은 통신시장의 핵폭탄이 될 mVoIP(모바일인터넷전화) 망중립성 논란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스마트TV가 단순히 트래픽 과부하 문제라면, mVoIP는 현재 이통사들의 주 수익원인 음성통신시장의 뇌관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중차대한 문제다. 이통사들은 mVoIP의 전면 개방이, 카카오톡 등 국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체들은 물론 해외 글로벌 업체들의 국내 통신시장 무혈입성으로 연결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존 이통사나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등 제도권 업체들은 모두 해체되고, 그 틈을 글로벌 SNS 업체들이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몇몇 기관에서는 mVoIP 시장이 전면 개방될 경우, 기존 이통 3사 음성 매출액의 50% 이상이 감소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2000년대 `무한개방'을 담론으로 내세웠던 망중립성 원칙은 전 세계에 인터넷 경제를 가져왔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모든 구성체가 더 신속해지고 더 효율적인 조직으로 바뀌었고, 포털, 게임 등 콘텐츠 산업은 새로운 산업으로 꽃을 피웠다.

이제 세상은 스마트 시대로 진화했다. 애플, 구글 등 플랫폼업체들과 가전사, 콘텐츠 업체들이 미래기업으로 부상한 반면에, 네트워크 업체들은 트래픽 부담, 시장잠식 등으로 기울고 있다. 과거 농부들이 길을 내기 위해 서로 아낌없이 이랑과 논둑에 땅을 내줬던 것처럼, 스마트시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길(네트워크)을 내기 위해 구성원들이 서로 상생투자의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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