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거울, 177년 전 은코팅기술로 대량화
현대엔 우주망원경ㆍ카메라 핵심부품 역할
현대엔 우주망원경ㆍ카메라 핵심부품 역할
인류 최초의 거울은 고대인들이 스스로의 모습을 비춰보던 잔잔한 연못의 표면이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는 나르키소스라는 미소년이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그 속으로 뛰어들어 목숨을 잃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면서 거울은 그 소재를 달리 해 왔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주망원경, 레이저, 카메라 등 각종 첨단장치에 포함돼 중요한 기능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거울의 역사=거울은 빛이나 소리를 최대한 원래 특성에 가깝게 반사시키는 물체입니다. 인류는 연못이나 원시적인 용기에 담긴 물의 표면을 거울로 사용하다가 흑요석 같은 암석을 갈아서 윤을 내 거울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1960년대 고고학자들은 오늘날 터키 영토인 아나톨리아 지역의 고대 무덤에서 기원전 6000년 정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흑요석 거울을 발견했습니다. 단단한 화산암인 흑요석 조각은 고대인들이 얼굴을 비쳐볼 수 있게 잘 갈려져 있었습니다. 기원전 4000년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기원전 3000년 고대 이집트에서는 구리를 갈아서 거울로 썼고, 기원전 2000년 중남미에서는 돌을 갈아 매끈하게 만들어 거울로 썼습니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2000년 청동거울을 사용했습니다.
유리판을 금속으로 코팅한 거울은 오늘날 레바논 영토인 시돈에서 서기 1세기 경에 만들어졌습니다. 또 서기 77년에 쓰여진 로마의 한 서적에는 금박을 입힌 유리거울이 언급됩니다. 로마인들은 3세기경 투명한 유리판의 한 면에 은이나 금, 구리를 얇게 입혀 투박한 유리거울을 만들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서기 500년경에 은-수은 도금을 한 거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에서는 르네상스 초기에 유리판을 얇은 수은 아말감으로 코팅하는 방법을 완성했습니다. 유리거울은 12∼13세기에 점차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16세기에 베네치아가 유리 제조의 중심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베네치아인들은 납작한 유리판에 반사 성질을 띠는 주석과 수은의 합금을 얇은 층으로 입혀 굽는 기술을 개발해 반사의 선명도를 높였습니다. 이 기술은 전 유럽으로 확산됐습니다.
현대 거울 제작 기술의 기원인 유리 표면을 금속성 은으로 코팅하는 화학 공정은 1835년 독일인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가 발명했습니다. 이 기술은 거울의 대량생산시대를 열어 거울이 호화와 사치의 물건에서 일상생활용품으로 차츰 자리잡는 계기가 됐습니다.
◇현대과학에서 활약하는 거울=거울은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다양한 파장의 전자기파도 반사할 수 있는 만큼 현대과학에서 다양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유도방출에 의한 광 증폭'이라는 의미를 줄인 말인 `레이저'는 가늘고 긴 레이저봉 양쪽에 반사거울을 달고 그 사이에 매질을 채운 후 외부에서 에너지를 줘서 빛을 발생시키는 원리입니다. 위상과 파장이 같은 빛이 양쪽 거울에 반사돼 무수히 왕복하면서 빛이 증폭돼 강력한 레이저광선이 돼 뿜어져 나오게 됩니다.
레이저광선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접하는 빛과 달리 단일 파장의 빛으로 이뤄져 있고 주위로 퍼지지 않고 앞으로 멀리 나아가는 직진성이 좋습니다. 레이저는 바코드, CD플레이어, 프린터, 광통신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니, 이들 분야 모두에서 거울이 활약하는 셈입니다.
카메라에서 거울은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반사시켜 감광성 필름이나 이미지센서에 상이 맺히도록 해줍니다. 빛이 갈 길을 이끌어주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주로 향한 `눈'=거울은 인류의 시야를 우주로 넓혀주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우주에서 오는 빛을 반사경을 이용해 모아 더 먼 우주의 역사를 더듬어 올라갈 수 있게 해주는 천체망원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목거울의 일종인 포물면 거울을 이용해 빛을 모아 접안경으로 확대해보는 반사망원경은 렌즈를 사용해 빛을 굴절시켜 보는 굴절망원경에 비해 훨씬 많은 빛을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천체 관측에 훨씬 적합합니다.
1990년 4월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우주 궤도에 올려진 허블망원경은 지름 2.4미터의 반사경으로 된 광학망원경과 적외선망원경을 갖췄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또한 반사경 지름을 6.5미터로 키운 새로운 우주망원경인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오는 2018년 발사할 예정입니다. 이 망원경은 적외선을 관측하는 거울을 18개의 정육각형 조각으로 접은 상태에서 발사한 후 우주에서 펼쳐지도록 설계됐습니다.
지상에 세워지는 천체망원경은 발사의 부담이 없기 때문에 훨씬 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개발에 참여하는 천체망원경인 `거대마젤란망원경'은 지름 8.4미터 반사경 7장을 모은 지름 24.5미터의 거울이 핵심입니다. 이 망원경 역시 2018년 완성될 예정입니다. 미국과 캐나다 연구진이 2018년 완공 목표로 개발중인 `TMT(Thirty Meter Telescope)' 망원경의 반사경 지름은 30미터에 달하고, 유럽연합이 중심이 된 `E-ELT(European Extremely Large Telescope)' 망원경은 총 1000개의 육각형 거울로 이뤄진 지름 42미터의 반사경을 갖춘 형태로 설계되고 있으며, 2020년대 초반에 가동에 들어갈 전망입니다.
이들 망원경은 137억년 전 우주 탄생 초기를 직접 들여다보고, 지구와 유사하게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찾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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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의 역사=거울은 빛이나 소리를 최대한 원래 특성에 가깝게 반사시키는 물체입니다. 인류는 연못이나 원시적인 용기에 담긴 물의 표면을 거울로 사용하다가 흑요석 같은 암석을 갈아서 윤을 내 거울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1960년대 고고학자들은 오늘날 터키 영토인 아나톨리아 지역의 고대 무덤에서 기원전 6000년 정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흑요석 거울을 발견했습니다. 단단한 화산암인 흑요석 조각은 고대인들이 얼굴을 비쳐볼 수 있게 잘 갈려져 있었습니다. 기원전 4000년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기원전 3000년 고대 이집트에서는 구리를 갈아서 거울로 썼고, 기원전 2000년 중남미에서는 돌을 갈아 매끈하게 만들어 거울로 썼습니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2000년 청동거울을 사용했습니다.
유리판을 금속으로 코팅한 거울은 오늘날 레바논 영토인 시돈에서 서기 1세기 경에 만들어졌습니다. 또 서기 77년에 쓰여진 로마의 한 서적에는 금박을 입힌 유리거울이 언급됩니다. 로마인들은 3세기경 투명한 유리판의 한 면에 은이나 금, 구리를 얇게 입혀 투박한 유리거울을 만들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서기 500년경에 은-수은 도금을 한 거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에서는 르네상스 초기에 유리판을 얇은 수은 아말감으로 코팅하는 방법을 완성했습니다. 유리거울은 12∼13세기에 점차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16세기에 베네치아가 유리 제조의 중심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베네치아인들은 납작한 유리판에 반사 성질을 띠는 주석과 수은의 합금을 얇은 층으로 입혀 굽는 기술을 개발해 반사의 선명도를 높였습니다. 이 기술은 전 유럽으로 확산됐습니다.
현대 거울 제작 기술의 기원인 유리 표면을 금속성 은으로 코팅하는 화학 공정은 1835년 독일인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가 발명했습니다. 이 기술은 거울의 대량생산시대를 열어 거울이 호화와 사치의 물건에서 일상생활용품으로 차츰 자리잡는 계기가 됐습니다.
◇현대과학에서 활약하는 거울=거울은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다양한 파장의 전자기파도 반사할 수 있는 만큼 현대과학에서 다양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유도방출에 의한 광 증폭'이라는 의미를 줄인 말인 `레이저'는 가늘고 긴 레이저봉 양쪽에 반사거울을 달고 그 사이에 매질을 채운 후 외부에서 에너지를 줘서 빛을 발생시키는 원리입니다. 위상과 파장이 같은 빛이 양쪽 거울에 반사돼 무수히 왕복하면서 빛이 증폭돼 강력한 레이저광선이 돼 뿜어져 나오게 됩니다.
레이저광선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접하는 빛과 달리 단일 파장의 빛으로 이뤄져 있고 주위로 퍼지지 않고 앞으로 멀리 나아가는 직진성이 좋습니다. 레이저는 바코드, CD플레이어, 프린터, 광통신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니, 이들 분야 모두에서 거울이 활약하는 셈입니다.
카메라에서 거울은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반사시켜 감광성 필름이나 이미지센서에 상이 맺히도록 해줍니다. 빛이 갈 길을 이끌어주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주로 향한 `눈'=거울은 인류의 시야를 우주로 넓혀주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우주에서 오는 빛을 반사경을 이용해 모아 더 먼 우주의 역사를 더듬어 올라갈 수 있게 해주는 천체망원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목거울의 일종인 포물면 거울을 이용해 빛을 모아 접안경으로 확대해보는 반사망원경은 렌즈를 사용해 빛을 굴절시켜 보는 굴절망원경에 비해 훨씬 많은 빛을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천체 관측에 훨씬 적합합니다.
1990년 4월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우주 궤도에 올려진 허블망원경은 지름 2.4미터의 반사경으로 된 광학망원경과 적외선망원경을 갖췄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또한 반사경 지름을 6.5미터로 키운 새로운 우주망원경인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오는 2018년 발사할 예정입니다. 이 망원경은 적외선을 관측하는 거울을 18개의 정육각형 조각으로 접은 상태에서 발사한 후 우주에서 펼쳐지도록 설계됐습니다.
지상에 세워지는 천체망원경은 발사의 부담이 없기 때문에 훨씬 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개발에 참여하는 천체망원경인 `거대마젤란망원경'은 지름 8.4미터 반사경 7장을 모은 지름 24.5미터의 거울이 핵심입니다. 이 망원경 역시 2018년 완성될 예정입니다. 미국과 캐나다 연구진이 2018년 완공 목표로 개발중인 `TMT(Thirty Meter Telescope)' 망원경의 반사경 지름은 30미터에 달하고, 유럽연합이 중심이 된 `E-ELT(European Extremely Large Telescope)' 망원경은 총 1000개의 육각형 거울로 이뤄진 지름 42미터의 반사경을 갖춘 형태로 설계되고 있으며, 2020년대 초반에 가동에 들어갈 전망입니다.
이들 망원경은 137억년 전 우주 탄생 초기를 직접 들여다보고, 지구와 유사하게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찾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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