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망 중립, 수요자 부담이 해법

홍진표 한국외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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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1-08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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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전망] 망 중립, 수요자 부담이 해법
경실련과 진보네트워크는 지난해 11월말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제한해 소비자의 이익을 저해하고 있다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SK텔레콤과 KT를 고발했다. 3G망에서 무제한 데이터 이용이 가능한 월 5만 4000원 이상의 정액요금제 가입자에게만 mVoIP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허용하지만 용량을 제한하고 있고, 그 이하 요금 가입자에게는 차단함으로써 마이피플 등 소위 `공짜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일부 스마트TV 이용자에 인터넷 접속 제한 문제가 발생해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한편, KT는 대용량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는 스마트TV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는 가입한 고객에게는 특별히 트래픽 품질을 높여 안정적으로 스마트TV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되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최근 방통위가 발표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안)에는 원칙적인 중립성을 천명하고 통신사업자의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과 관리형 서비스의 도입을 인정했지만, 갈등의 핵심인 mVoIP와 스마트TV 문제가 남아 있다. 통신사업자와 인터넷 포털 사업자간 mVoIP 갈등의 근원은 이동망에서 공짜 모바일 인터넷전화가 기존 전화시장을 잠식한다는데 있고, 제조업체와는 스마트TV가 유선인터넷망에 유래 없는 트래픽 폭증을 불러 일으켜 망 투자비용을 유발한다는데 있다.

시장을 잠식하거나 망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특정 트래픽을 차단하거나 차별하는 일은 국민생활과 산업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인터넷실명제는 외국계 SNS 등의 출현으로 효력을 상실했고, SNS 등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는 위헌이라는 판결이 내려졌듯, 범 지구적으로 개방성을 갖는 인터넷에서 미래발전을 도외시하는 국내용 규제는 효력을 가질 수 없다. 외국계 mVoIP인 바이버나, 구글TV나 애플TV를 차단 또는 차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국내 기업만 역차별을 초래한다. 개방성이 훼손되면 기술혁신에 의한 창의적 서비스 출현을 억제하고 국내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

하지만, 공공성과 보편적 서비스를 책임져야 하는 통신사업자의 주 수익원이 감소하면, 망이 부실해지고, 결국 국민생활의 불편과 산업활동에 타격을 주게 된다. 통신사업자에게만 투자 부담을 지울 경우 대다수 일반 이용자의 요금인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통신사업자가 특정 애플리케이션의 인터넷 접속 차단을 못하게 한 망 중립성 법을 채택하여 시민단체와 인터넷 업체들은 경쟁과 혁신을 막는 통신사업자의 통제가 사라졌다며 환영했지만, 결과적으로 대다수 일반 이용자의 요금인상으로 나타났다.

적극적으로 미래를 내다보면, 새로운 서비스나 매체의 출현으로 인한 트래픽의 폭증은 갈등의 요소가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주기 때문에 통신사업자가 반겨야 할 일이다. 통신사업자의 불만은 창조적인 서비스 출현이 바로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 때문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유선인터넷에서 정액제, 무선인터넷에서 무제한 데이터요금제에 있다. 트래픽의 증가가 매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망 투자비용을 유발할 뿐이다.

새로운 서비스와 매체를 수용하려면 비용이 필요하다. 새로운 서비스와 더 많은 트래픽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혜택을 누리려는 이용자도 이제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비용 분담을 전향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소수의 과다한 트래픽 이용자는 대다수 국민에게 전가하지 말고 상응하는 부담을 져야 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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