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적정기술

기술소외 집단 위한 친환경 '맞춤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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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봅시다] 적정기술
아프리카 도넛형 물운반기 등
지역 문화ㆍ환경 고려가 핵심


산업혁명 이후 과학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은 인류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생활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깨끗한 물이나 전기를 공급받지 못한 체 하루하루 연명하며 살아가는 개도국 빈민층도 많습니다. 미국의 C.K. 프라할라드 교수에 따르면 연 소득 3000달러 미만 글로벌 저소득층인 BOP(Bottom of Pyramid) 인구는 40억 명에 달합니다. 최근에는 기존 산업 기술 부작용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인구 절반 이상이 근대 물질적 풍요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 뿐 아니라 인류의 지속 발전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이 해야 하는 역할을 `적정기술'에서 실마리를 찾는 견해도 있습니다.

적정기술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기본 개념은 오래 전부터 나왔습니다. 20세 기 초반 인도 독립운동가인 마하트마 간디를 시초로,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사람은 영국의 경제학자 슈마허(E.F. Schumacher)입니다.

슈마허는 1973년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저서에서 중간 기술(Intermediate Technology)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중간기술이란 근대 산업사회 대량 생산 기술이 폭력적이고 재생할 수 없는 자원을 낭비하기 때문에 지식을 잘 활용하고 분산화를 유도하며 생태계의 법칙과 공존하면서 희소한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중간기술을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로 표현해 인류 복지 향상을 위한 중간기술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또 그는 중간기술 개발그룹(ITDG)을 설립해 중간기술 확산에 평생을 매진했습니다. 이후 ITDG에서 중간기술이 첨단기술과 비교되는 것을 피하고 기술에 정치 사회적 의미를 포함시키기 위해 중간기술을 `적정기술'로 재정의해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습니다.

적정기술이 등장한 이후 각국 정부와 NGO 등을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지난 11월 `R&D 36.5℃ 전략'에서 저개발 국민을 위한 적정기술 개발ㆍ보급 및 확대를 발표했습니다.

사실 적정기술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지난 수십 년간 최첨단 기술의 그늘에 가려 적정기술에 쏟아지는 관심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복지에 대한 관심이 늘고, 친환경 그린 기술이 각광받으며, IT 기술 발전으로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기 쉬워지면서 적정기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 악화로 사회 양극화 이슈가 부각되면서 사회적 나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존 시스템의 불합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 사회적 책임과 나눔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자본주의 4.0', `따뜻한 자본주의' 같은 용어는 이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심이 선진국 저소득층을 넘어 글로벌 BOP 계층으로 확산되면서 적정기술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게 된 것이다.

둘째로 그린기술의 부상입니다. 화석연료는 물론 원자력도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능 누출 문제가 부각되면서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와 같은 에너지 효율 친환경 녹색기술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셋째로 IT 기술 발전을 들 수 있습니다. 적정기술 제품 개발을 위해선 새로운 과학적 이론이나 최첨단 기술보다, 저렴하고 특정 환경에 맞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중요합니다. 적정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 스마트폰, SNS 사용이 늘어나면서 적정기술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적정기술 개발에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을 활용하거나 적정기술 보급을 위해 웹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여러 형태를 통해 적정기술이 부각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적정기술의 앞날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개도국 빈곤층에 대한 여타 경제지원 정책과 비슷하게 외부 지원에 의존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적정기술의 미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도국 현장에 꼭 맞는 유용한 제품을 만들어 져야 합니다. 가격도 개도국 빈곤층 소득 수준을 고려해 최대한 낮추어야 합니다. 단순 기부 형식을 벗어나, 제품 가격은 현지인들이 제품 효용을 고려해 구매를 한번쯤 생각해 볼 정도가 돼야 합니다. 실제 미국 네그로폰테 교수의 OLPC(The One Laptop per Child)가 내놓은 100달러 노트북 XO-1은 가격을 혁신적으로 낮춘 제품으로 평가됐지만, 인도 정부는 100달러도 현지인에게 비싸다고 생각해 10달러 짜리 태블릿을 별도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신 스마트폰으로 초고속 무선 인터넷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선진국과 달리 물과 전기도 공급받지 못한 채 외부 도움 손길을 기다리는 개도국 빈민층도 많습니다. 이 틈을 조금이라도 메우기 위한 방법이 적정기술입니다. 적정기술은 선진국에서 더 이상 쓰지 않는 낡은 기술이 아니라 개도국이 처한 현실을 철저히 반영한 기술입니다. 단순 경제 원조를 넘어 과학기술을 통해 지역사회를 개발하고 개도국 내적 역량을 강화시켜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단기 수익 창출에 힘쓰는 기업이나,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부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적정기술에 대한 단순 관심을 넘어서 체계적 시스템을 통한 지속적인 지원 및 사업화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강승태기자 kangst@

자료제공=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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