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규 정보미디어부 부장
이곳 저곳 인사가 나붙는다. 누군가는 떠나고 또 어떤 이는 온다. 낙엽은 새 잎을 위해 돋아날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라지만, 사람이 조직을 떠나는 것은 언제나 서럽더라. 그래, 바깥 공기에서 쓸쓸함이 느껴진다 싶더니 어느새 한해가 가고 있었던 게다.
문득 2007년 12월 정보통신부를 생각했다. 그 해 대선을 앞두고 국회는 통신과 방송, 콘텐츠 영역을 총괄할 IT콘트롤타워를 설립하는데 몰두했다. 특히 방송과 통신을 한 지붕 아래 두는 문제는 첨예했다. 그들의 마지막 결론은 순수 규제업무를 담당할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조직과, 산업진흥을 위한 독임제행정부처인 정보미디어부를 만드는 것이었다. IT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핵심 산업이라는 점에, 진통은 있었지만 동의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상한 정부조직개편안을 확정한다. IT산업을 총괄했던 정보통신부는 해체하고, 당초 계획에서 많이 벗어난 방통위를 신설했다. 정보미디어부는 그림에서 지웠다. 정통부의 산업진흥 조직은 타 부처로 산산이 흩어졌다. 그 해 2월 눈물 흩뿌렸던 송별식을 그들은 `2월의 크리스마스`라 했다.
지금 방통위 사람들은 너무나 선명한 조직의 미래 때문에 열정이 없다. 특정사안에 대해서는 냉소적이기도 하다. 산하기관은 대부분 타 부처에 빼앗기고, 고위공무원 자리는 크게 줄었다. 위원회체제아래 차관, 장관도 없으니 큰 꿈 한번 꿔보지도 못한다. 1급 실장자리 둘은 1년이면 후배에게 물려 줘야한다. 그리고 끝. 순식간에 `재야인사'다.
산업을 끌고 갈 정책부처로서 기능을 상실한 점은 치명적이다. 정치적 색채가 강한 조직으로 바뀐 방통위는 산업 관심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위원장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그 시선 밖에서 통신중심의 산업정책을 고민하는 사람은 소외됐다. 방치되는 보고서를 보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미디어분야가 아니면 손놓고 있는 게 차라리 남는 장사라 생각했다.
방통위 설립 이후 4년을 돌이켜보니, 애정 가는 곳이 별로 없다. 방송사 사장 모두 교체해 방송권력을 장악하고, 미디어법 고치고, 최근엔 보수신문 4곳의 종합편성채널을 개국했다. 글로벌 미디어그룹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추진한 방송정책들은 곳곳에 갈등만 키웠다.
통신부문에선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4G LTE로 한 단계 진화한 것 빼곤 달라진 것이 없다. 변화와 경쟁을 만들어야 하는 게 통신 규제기관의 일인데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은 둘째치고 가진 것도 지켜내지 못했다. 질질 끌다 타이밍 놓쳐 제4 이동통신도 무산됐고,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와이브로는 사업을 접을 판이다.
수년동안 축적해온, 자잘했지만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다양한 기술들은 지식경제부로 이관돼 큰 빛을 보지 못했다. 큰 것만 취급해 온 지경부의 욕망을 채우기에 IT는 너무 작게 보였다. 에너지를 비롯한 거대 산업을 주관하고 있는 부처에 IT는 하나의 국, 두 세 개 과에서 처리하면 되는 업무였다. 정통부 해체의 최대 피해는 우리 IT산업이 됐다.
자괴감으로 흘러간 4년, 그래서 다시 꿈틀거린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자각이 야야 모두에서 일고 있다. 그 해 12월 국회의 마지막 아이디어였던 정보미디어부 신설안도 서서히 논의의 중심으로 부상한다.
이제, 낙엽처럼 서러웠던 그 해 겨울을 떠올리면서 2012년 12월을 생각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번개 불에 콩 구워 먹듯 만들어 낸 정부조직개편은 이미 경험해봤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하자. 정치적 논쟁을 최소화하고 국가산업 발전을 위한 개편논의가 이뤄져야 그 겨울이 덜 쓸쓸하고 덜 서러울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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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2007년 12월 정보통신부를 생각했다. 그 해 대선을 앞두고 국회는 통신과 방송, 콘텐츠 영역을 총괄할 IT콘트롤타워를 설립하는데 몰두했다. 특히 방송과 통신을 한 지붕 아래 두는 문제는 첨예했다. 그들의 마지막 결론은 순수 규제업무를 담당할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조직과, 산업진흥을 위한 독임제행정부처인 정보미디어부를 만드는 것이었다. IT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핵심 산업이라는 점에, 진통은 있었지만 동의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상한 정부조직개편안을 확정한다. IT산업을 총괄했던 정보통신부는 해체하고, 당초 계획에서 많이 벗어난 방통위를 신설했다. 정보미디어부는 그림에서 지웠다. 정통부의 산업진흥 조직은 타 부처로 산산이 흩어졌다. 그 해 2월 눈물 흩뿌렸던 송별식을 그들은 `2월의 크리스마스`라 했다.
지금 방통위 사람들은 너무나 선명한 조직의 미래 때문에 열정이 없다. 특정사안에 대해서는 냉소적이기도 하다. 산하기관은 대부분 타 부처에 빼앗기고, 고위공무원 자리는 크게 줄었다. 위원회체제아래 차관, 장관도 없으니 큰 꿈 한번 꿔보지도 못한다. 1급 실장자리 둘은 1년이면 후배에게 물려 줘야한다. 그리고 끝. 순식간에 `재야인사'다.
산업을 끌고 갈 정책부처로서 기능을 상실한 점은 치명적이다. 정치적 색채가 강한 조직으로 바뀐 방통위는 산업 관심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위원장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그 시선 밖에서 통신중심의 산업정책을 고민하는 사람은 소외됐다. 방치되는 보고서를 보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미디어분야가 아니면 손놓고 있는 게 차라리 남는 장사라 생각했다.
방통위 설립 이후 4년을 돌이켜보니, 애정 가는 곳이 별로 없다. 방송사 사장 모두 교체해 방송권력을 장악하고, 미디어법 고치고, 최근엔 보수신문 4곳의 종합편성채널을 개국했다. 글로벌 미디어그룹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추진한 방송정책들은 곳곳에 갈등만 키웠다.
통신부문에선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4G LTE로 한 단계 진화한 것 빼곤 달라진 것이 없다. 변화와 경쟁을 만들어야 하는 게 통신 규제기관의 일인데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은 둘째치고 가진 것도 지켜내지 못했다. 질질 끌다 타이밍 놓쳐 제4 이동통신도 무산됐고,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와이브로는 사업을 접을 판이다.
수년동안 축적해온, 자잘했지만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다양한 기술들은 지식경제부로 이관돼 큰 빛을 보지 못했다. 큰 것만 취급해 온 지경부의 욕망을 채우기에 IT는 너무 작게 보였다. 에너지를 비롯한 거대 산업을 주관하고 있는 부처에 IT는 하나의 국, 두 세 개 과에서 처리하면 되는 업무였다. 정통부 해체의 최대 피해는 우리 IT산업이 됐다.
자괴감으로 흘러간 4년, 그래서 다시 꿈틀거린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자각이 야야 모두에서 일고 있다. 그 해 12월 국회의 마지막 아이디어였던 정보미디어부 신설안도 서서히 논의의 중심으로 부상한다.
이제, 낙엽처럼 서러웠던 그 해 겨울을 떠올리면서 2012년 12월을 생각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번개 불에 콩 구워 먹듯 만들어 낸 정부조직개편은 이미 경험해봤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하자. 정치적 논쟁을 최소화하고 국가산업 발전을 위한 개편논의가 이뤄져야 그 겨울이 덜 쓸쓸하고 덜 서러울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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