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상황 고려 투자유인ㆍ트래픽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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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중립성 해법 찾아라
(상) 스마트시대, 망공정성 정책 만들어야


국내서 망중립성 논의가 진척되면서 해외 사례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은 우리보다 먼저 망중립성 정책 방향을 발표한 상황이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해외 사례를 국내 정책에 적용하기보다는 한국의 시장 상황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미국 사례의 경우 한국과 시장 상황이 다른 만큼 비판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망중립성 논의는 케이블방송 사업자인 컴캐스트가 2007년 10월 P2P 트래픽을 차단하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망중립성을 지지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해 12월 망중립성 규제를 고시로 결정했다. 이 고시는 지난 9월23일 연방정부 공보에 게시됐으며 오는 11월 20일부터 공식 발효된다.

◇미국 망중립성 원칙, 자국 인터넷 기업 배려=FCC의 망중립성 고시는 흔히 투명성, 차별금지, 차단금지의 3개 원칙으로 요약된다.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자신들의 망관리 방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합법적 콘텐츠를 차단하거나 차별적으로 처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만, 무선 네트워크에 대해서는 합법적인 네트워크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미국의 망중립성 고시는 발표된 후 인터넷 사업자뿐 아니라 통신 사업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미국이 이같은 내용의 망중립성 고시를 발표한 것은 미국의 시장 상황과 정치적 역학 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초고속인터넷 산업이 지역별로 독점 혹은 복점 경쟁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따라 통신망의 고도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며 인터넷 이용 요금이 높고 이용자의 선택권도 제한돼 있다. 미국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는 규제가 거의 없는 `정보 서비스'로 분류돼 있어 트래픽 차단 이슈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들은 트래픽 제어를 통해 망 투자를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미국 정부는 망중립성 법제화를 통해 ISP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보호하려는 목적이 강했다.

미국의 망중립성 논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터넷 산업을 우선적으로 배려하자는 측면도 존재한다. `OECD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 아웃룩 2010'에 따르면 미국은 구글, 아마존, 이베이, 야후 등 등 세계 10대 인터넷 업체 중 8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인터넷 기업들은 각국의 기간통신망을 이용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망중립성 법제화가 득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무엇보다 망중립성 법안은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실리콘밸리의 지지를 받아온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의 사업 기반과 직결되는 망중립성 법안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이같은 미국의 상황은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는 초고속인터넷이 기간통신사업으로 분류돼 정부의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으며 트래픽을 차단한 사례도 없다. 또한, 인터넷은 통신 3사뿐 아니라 지역별로 케이블방송사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다. 한 통신 업계 전문가는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망중립성 논의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애플, 구글 등 글로벌 사업자의 이익 기반만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상황, 경쟁 활성화된 유럽과 유사=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미국보다는 우리처럼 시장 경쟁이 활성화된 유럽의 망중립성 논의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유럽 각국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 상호접속 규제 등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기존 규칙들을 보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럽 내 대부분의 국가들이 망개방성은 인정하면서도 투자유인과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을 수용하는 형태의 망중립성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유럽위원회(EC)는 지난 4월 `EC커뮤니케이션 리포트'를 통해 "통신 시장이 경쟁이 충분하고 소비자 선택권이 강화된다면 망중립성 문제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같은 유럽의 입장은 미국 인터넷 기업들의 유럽 시장 확장을 견제하는 통신사업자들의 입김이 어느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텔레콤(FT)의 스테판 리처드 CEO는 지난해 "구글이 우리 네트워크를 아무 대가없이 사용하는 것은 정상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경제 논리에도 어긋난다"며 "인터넷은 중립적이고 개방적이어야 하는 동시에 공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희종기자 min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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