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시론] `따라하기` 보다 `다르게`하자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정보통신정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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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10-1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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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시론] `따라하기` 보다 `다르게`하자
알베르토 사보이아 (Albert Savoia)는 구글의 엔지니어링 디렉터(Engineering Director)이면서 혁신 챔피언(Innovation Champion)이다. 내가 그를 만난 건 지난 9월 20일 APEC 행사의 일환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혁신, 무역 그리고 기술 (Innovation, Trade and Technology)'에 관한 콘퍼런스에서였다. 그는 마지막 강연자로 나서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에 대해 얘기했다.

우리는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보통 시제품, 즉 프로토타입(prototype)을 만들어 내놓는다. 대량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마켓테스트를 해서 시장반응을 보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을 경영학에서는 `프로토타이핑 (prototyping)'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프리토타이핑은 무엇인가? 알베르토 사보이아는 우리가 통념으로 가지고 있는 가장 보편적인 생각을 부정하는 것으로 프리토타이핑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올바른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시장성과가 나타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다'라고 생각합니다. 즉 자신은 잘 하고 있지만, 아직 환경탓에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인 셈이지요. 그러나 진실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

"진실은 확신에 찬 많은 아이디어가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절대 실패할 수 없다'는 아이디어는 큰 손실을 내고 망하고, `누가 그런 것을 좋아하나'라는 엉뚱하고 현실성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가 대성공을 거둡니다. 웹밴(WebVan)의 실패와 트위터(twitter)의 성공이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일을 올바르게 하기에 앞서, 자신이 과연 올바른 일을 하고 있는지를 철저히 점검해야 합니다.(Make sure you are building the right it before you build it right!)"

프리토타이핑은 그래서 올바른 일, 즉 `the right it'을 찾는 데 주력한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워, 대신 `옳지 않은 일'을 빨리 죽이는 데에 모든 노력을 집중한다. 즉 프리토타이핑은 초기 아이디어를 일찍 싸게 시장기반으로 평가하여 큰 돈이 헛되이 낭비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한다.

우리는 전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반응속도가 빠른 소비자와 시장참여자, 그리고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블로거ㆍ네티즌ㆍ유권자 집단을 가지고 있다. 이는 우리가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프리토타이핑을 시도하기에 가장 유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일찍 죽어야 할 정책이나 연구개발 아이디어는 형식적 평가시스템, 시장과 무관한 판단적 평가, 그리고 때로는 정치적 개입이나 거래에 의해 진입단계에서 차단되지 않으며, 일단 진입한 아이디어는 경직된 정책운용체제하에서 죽지 않고 연명하는 일이 허다하다. 죽이지 못한 사업을 성공한 사업으로 포장해야 하는 압력은 이래서 발생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우리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나라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로 인해 SW 육성 여론이 폭증한 사례에서 보듯, 우리는 문제제기에 매우 능하다. 그러나 제기된 문제에 대한 해법 제시는 간혹 무모하고 아마추어적이며 때로는 기회주의적이기까지 하다. 침묵하는 프로의 전문적 아이디어까지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수집된 아이디어중 시장타당성이 없는 아이디어를 프리토타이핑에 의해 일찍 배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우리는 `따라하기'에 익숙해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따라하기' 정서가 팽배한 환경에서 정책이나 연구개발 사업의 규모는 커질 수 밖에 없고, 실패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따라서 커지기 마련이다. `따라하기'를 배제하고 `달리하기'를 정책적으로 유도하여, 작은 비용으로 프리토타이핑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지금은 연구개발은 물론, 정책시행에 있어서도 불확실성이 점차 커져가는 시기. 수익이나 성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무모한 시도보다는, 손실이나 실패를 최소화하겠다는 진솔하고 겸허한 자세가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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