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시론] HW-SW 동반성장 하려면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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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10-0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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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시론] HW-SW 동반성장 하려면
얼마 전 반도체 분야에서 종사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 친구는 본인이 반도체 설계 및 공정 등 해당 분야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점점 높아 가는 SW의 비중 때문에 SW 인력이 늘어나게 되고, 그와 관련된 SW를 개발하는데 정말 골치가 아프다고 하였다. 인력을 더 늘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만큼 좋은 인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고, 요구 한대로 프로그램 짜면 될 것 같은데 왜 그렇게 SW 개발이 힘든지 이해도 안 되고 등 등 이러한 문제들이 고민이라고 하면서 필자가 SW를 전공하니 이에 대한 해법이 있겠냐고 물어왔다.

그 회사 SW 개발 관련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여 보니 그들은 나름대로 불만이 많이 있었다. 경영층이 SW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변경시 발생하는 엄청난 복잡도 같은 것들은 파악하지도 않고 HW의 스펙이 바뀌면 무조건 SW를 거기에 맞추라고 하고 SW는 지적 산출물이라 ROI나 측정이 매우 어려운데 수치로 보고하라고 하는 등 HW적 사고방식으로 몰아세우니 본인들도 굉장히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생각해보니 이런 현상은 국내 IT업계에 만연한, SW가 여전히 HW에 종속적인 하나의 부품으로 인식되는 마인드에서 비롯된 필연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나라가 HW에서는 여전히 IT강자일지 모르겠지만 SW가 더욱 중요해지는 지금시대에서는 어쩐지 점차 소외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휴대폰 시장은 노키아, 모토로라 등 HW 제조업체에 의해 좌우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SW 업체인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는 시대가 되었다. IT의 패러다임이 HW에서 SW로 빠르게 전환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급변하는 IT 흐름 속에서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반도체 회사는 반도체 본업의 일에 집중하고 과감하게 SW 조직을 독립시켜서 SW를 하는 사람들이 SW의 개발을 관리하고 SW적 마인드로 필요한 SW를 공급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더 나아가 아예 독립적인 SW 회사를 따로 만드는 것이 해법이라는 판단도 들었다. 물론 해당 SW 회사에는 HW적 마인드와 지식을 가지고 있는 도메인 전문가들이 함께 있어줘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안에서 SW적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경영진들이 반도체 도메인 전문가들과 협력 할 때 SW 개발자들도 만족하고 반도체 기업으로서도 SW 걱정을 덜어 버리고 본연의 업종에만 집중 할 수 있으니 서로 좋은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여 보았다.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된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필자가 본 HW 기업, 즉 제조기반의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생산설비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한 사업에 투자한 경영진들은 본인들이 엔지니어들을 컨트롤하고 싶지 엔지니어들에 의해서 본인들이 영향을 받고싶어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생산설비 기반의 기업들은 사람이 중요하다고는 하나 어느 특정한 한 사람이 나간다고 해서 그리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을 조이고 타이트하게 일을 시킴으로서 원가를 절감하고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며 또 그렇게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SW 기업은 전혀 다르다. 만일 SW 기업의 CEO가 중요한 SW 개발자들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내보낸다면 그들이 빠진 그 기업은 실질적으로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제조기반의 기업에서는 엔지니어를 해고하여도 생산설비는 그대로 있으나 SW 기업에서 SW 엔지니어들이 빠지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 제조기반의 기업에서는 엔지니어 한 두 명이 빠진다고 해서 생산에 큰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SW기업은 그 엔지니어들이 생산설비의 핵심이며 엔지니어가 빠짐으로써 커다란 차질을 가져올 수 있고 엔지니어들 간의 일하는 분위기나 관계들이 조성되어 있지 않으면 좋은 품질이나 생산성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구글이나 애플 등의 유명 SW 기업의 경영진들은 엔지니어들이 어떻게 하면 일을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잘할 수 있을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은 SW 개발자들에게 그들의 업무 시간 중 20%를 SW 개발과는 관계없는 전혀 다른 활동을 하도록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조직이 느슨한 듯한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어 줘서 엔지니어들이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생각하며 SW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제조기반 기업의 경영진들에게는 용납되기 힘들며 그들의 눈에는 이들이 일을 하는 것 같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것이 HW 즉 제조기반의 기업들이 SW를 하기가 어려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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