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년월일ㆍ집주소에 캡처 화면까지 요구
지난 18일 회사원 강모(31)씨는 장기간 자신에게 홍보 문자메시지를 보내던 도박 사이트를 신고하려다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신고를 받는 인터넷 사이트(사진)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실명 인증을 시작으로 주소와 전화번호, e메일 주소와 생년월일, 성별과 나이대 등 개인정보 상당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신고를 위해 자신의 개인정보를 적어야 하는지를 놓고 20여분을 고민하던 강씨는 결국 신고를 포기하고 말았다.
청소년 유해 사이트나 불법 사이트 등에 대한 신고 접수를 받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와 까다로운 신고 절차로 신고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신고자들의 연령대와 생년월일은 물론 집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요구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을 꺼리는 네티즌들이 신고를 포기하는 것이다. 강씨는 "사이트의 주소 정도만 알려 주면 관계기관이 해당 웹페이지에 접속해 유해성 판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회사 업무를 보다가 잠깐 시간을 내 신고를 하려고 했는데 이처럼 복잡한 절차에 개인정보까지 요구하면 누가 신고를 할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강씨 외에도 인터넷상에 신고 사이트의 개인정보 요구를 성토하는 게시물이 늘고 있다.
신고를 위한 증거물로 불법 사이트 캡처 사진 등을 제출해야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신고를 위해선 해당 웹페이지의 주소 외에도 1건 이상의 증거 자료를 제출하도록 돼 있는데 인터넷 이용자 상당수가 증거 자료로 제출할 화면 캡처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한 음란물 사이트를 신고하려던 이모(여ㆍ59)씨는 "아이들이 보지 못하도록 사이트를 신고하려는데 캡처 화면이 필요해 되레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은 "신고된 사이트에 대한 차단 절차 등의 조치 이후 관련 사실을 신고자에게 다시 통보해 주려면 연락처가 필요해 이를 수집하고 있다"며 "주민등록번호만큼은 확실하게 암호화 처리해 유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민들과 전문가들은 단순한 통보를 위해서라기엔 너무 많은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엄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장은 "국내 관공서의 행정문화가 인터넷상으로도 이어지면서 지나친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같이 번거로운 절차는 시민들의 신고를 저하시키게 된다"며 "이를 간소화해야만 시민들의 신고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일보=박준우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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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를 받는 인터넷 사이트(사진)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실명 인증을 시작으로 주소와 전화번호, e메일 주소와 생년월일, 성별과 나이대 등 개인정보 상당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신고를 위해 자신의 개인정보를 적어야 하는지를 놓고 20여분을 고민하던 강씨는 결국 신고를 포기하고 말았다.
청소년 유해 사이트나 불법 사이트 등에 대한 신고 접수를 받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와 까다로운 신고 절차로 신고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신고자들의 연령대와 생년월일은 물론 집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요구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을 꺼리는 네티즌들이 신고를 포기하는 것이다. 강씨는 "사이트의 주소 정도만 알려 주면 관계기관이 해당 웹페이지에 접속해 유해성 판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회사 업무를 보다가 잠깐 시간을 내 신고를 하려고 했는데 이처럼 복잡한 절차에 개인정보까지 요구하면 누가 신고를 할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강씨 외에도 인터넷상에 신고 사이트의 개인정보 요구를 성토하는 게시물이 늘고 있다.
신고를 위한 증거물로 불법 사이트 캡처 사진 등을 제출해야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신고를 위해선 해당 웹페이지의 주소 외에도 1건 이상의 증거 자료를 제출하도록 돼 있는데 인터넷 이용자 상당수가 증거 자료로 제출할 화면 캡처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한 음란물 사이트를 신고하려던 이모(여ㆍ59)씨는 "아이들이 보지 못하도록 사이트를 신고하려는데 캡처 화면이 필요해 되레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은 "신고된 사이트에 대한 차단 절차 등의 조치 이후 관련 사실을 신고자에게 다시 통보해 주려면 연락처가 필요해 이를 수집하고 있다"며 "주민등록번호만큼은 확실하게 암호화 처리해 유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민들과 전문가들은 단순한 통보를 위해서라기엔 너무 많은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엄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장은 "국내 관공서의 행정문화가 인터넷상으로도 이어지면서 지나친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같이 번거로운 절차는 시민들의 신고를 저하시키게 된다"며 "이를 간소화해야만 시민들의 신고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일보=박준우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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