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모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연구지원실장
흔히들 우리나라를 `IT강국'이라고 한다. 초고속통신망과 광대역통합망(BcN)을 기반으로 초광대역인터넷과 4세대이동통신(4G)을 구현하는 고도화된 네트워크환경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편리한 IT인프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세계 1위의 IT인프라는 KTㆍSKTㆍLGU플러스 등 통신회사의 망 구축사업에 대한 투자가 주된 요인이나, 정부주도로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을 강력히 추진한 것과 함께 공공조달시장에서 LAN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통신설비에 대해 꾸준히 투자함으로써 관련 IT산업의 발전을 유도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IT산업계의 많은 중소기업들은 그간 공공조달시장의 제한적 최저가낙찰제(1999년 8월 이전)와 적격심사 낙찰제(1999년 9월 이후) 등 낙찰자 결정제도에 힘입어 발전하여 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계약제도 정책방향은 2012년부터 100억 원 이상의 모든 공사에 대해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하는 것으로 결정됐으며, IT업계에서는 무한가격경쟁을 통해 생존해야 하는 최저가낙찰제 확대결정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물론 최저가낙찰제가 시장경쟁원리에 가장 부합하는 낙찰제도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이상적인 결론이며 경제적 선진화를 넘어 사회ㆍ문화적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먼저 정부조달시장을 통해 관련산업을 육성하는 순기능이 간과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정부조달시장은 적격심사제를 통해 낙찰업체가 최소한의 기술개발과 인력운용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IT산업의 발전을 선도하는 기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저가낙찰제의 확대는 수요공급의 원칙에 의해서만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를 갖게돼 관련산업의 육성이라는 정부조달시장의 순기능이 유지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둘째, 현재 업체간의 과당경쟁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장구조를 갖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현재 정보통신공사업을 비롯한 건설업, 전기공사업 등 입찰에 참여하는 모든 업종은 등록제를 유지하고 있어 시장진입이 자유로운 반면에 퇴출제도는 규제완화에 대한 감독관청의 부담으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시장 내에 적정 수 이상의 업체가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입찰과정에서 과당경쟁이 필연적이며 이 과정에서 수주를 위한 저가 투찰행위도 발생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저가낙찰제의 확대는 업체간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무리한 저가수주경쟁을 유발하여 고품질의 성과물을 얻을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궁극적으로는 성과물에 대한 유지보수비용을 증가시켜 재정집행의 비효율을 가져오게 된다.
마지막으로 최저가낙찰제는 대ㆍ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라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배치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산업 분야는 하도급이 관행화 돼있다. 최저가낙찰제에서의 원도급 업체의 저가수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그대로 하도급업체에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산업전반의 동반부실화를 초래하며, 특히 대기업보다는 자본력이 미약한 중소기업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 더 많은 중소기업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일부 언론은 현재 우리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인 고통의 체감수준을 나타내는 고통지수(Misery Index)가 최근 10년 만에 최고수준이라고 보도한 바 있으며, 어느 경제학자는 국민의 고통지수를 낮추기 위해서는 정부가 저소득층지원, 물가인하, 재정투입을 통한 일자리창출, 내수산업육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가낙찰제를 확대하지 않는 것만으로 일자리창출과 내수산업육성이라는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조달시장에서의 정부의 역할은 단순한 예산절감만을 추구하는 수요자의 입장이 아니라, 관련산업계에 일정한 기술이나 설비의 기준을 제시하고 관련산업계가 공공조달시장에 참여를 통해 일정한 이윤을 갖도록 함으로써 산업의 발전을 조정하고 유도하는 적극적인 개발자의 입장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공공조달시장의 낙찰제도와 관련한 정부의 정책을 글로벌스탠다드에 대한 맹신보다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러한 세계 1위의 IT인프라는 KTㆍSKTㆍLGU플러스 등 통신회사의 망 구축사업에 대한 투자가 주된 요인이나, 정부주도로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을 강력히 추진한 것과 함께 공공조달시장에서 LAN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통신설비에 대해 꾸준히 투자함으로써 관련 IT산업의 발전을 유도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IT산업계의 많은 중소기업들은 그간 공공조달시장의 제한적 최저가낙찰제(1999년 8월 이전)와 적격심사 낙찰제(1999년 9월 이후) 등 낙찰자 결정제도에 힘입어 발전하여 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계약제도 정책방향은 2012년부터 100억 원 이상의 모든 공사에 대해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하는 것으로 결정됐으며, IT업계에서는 무한가격경쟁을 통해 생존해야 하는 최저가낙찰제 확대결정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물론 최저가낙찰제가 시장경쟁원리에 가장 부합하는 낙찰제도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이상적인 결론이며 경제적 선진화를 넘어 사회ㆍ문화적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먼저 정부조달시장을 통해 관련산업을 육성하는 순기능이 간과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정부조달시장은 적격심사제를 통해 낙찰업체가 최소한의 기술개발과 인력운용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IT산업의 발전을 선도하는 기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저가낙찰제의 확대는 수요공급의 원칙에 의해서만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를 갖게돼 관련산업의 육성이라는 정부조달시장의 순기능이 유지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둘째, 현재 업체간의 과당경쟁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장구조를 갖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현재 정보통신공사업을 비롯한 건설업, 전기공사업 등 입찰에 참여하는 모든 업종은 등록제를 유지하고 있어 시장진입이 자유로운 반면에 퇴출제도는 규제완화에 대한 감독관청의 부담으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시장 내에 적정 수 이상의 업체가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입찰과정에서 과당경쟁이 필연적이며 이 과정에서 수주를 위한 저가 투찰행위도 발생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저가낙찰제의 확대는 업체간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무리한 저가수주경쟁을 유발하여 고품질의 성과물을 얻을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궁극적으로는 성과물에 대한 유지보수비용을 증가시켜 재정집행의 비효율을 가져오게 된다.
마지막으로 최저가낙찰제는 대ㆍ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라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배치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산업 분야는 하도급이 관행화 돼있다. 최저가낙찰제에서의 원도급 업체의 저가수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그대로 하도급업체에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산업전반의 동반부실화를 초래하며, 특히 대기업보다는 자본력이 미약한 중소기업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 더 많은 중소기업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일부 언론은 현재 우리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인 고통의 체감수준을 나타내는 고통지수(Misery Index)가 최근 10년 만에 최고수준이라고 보도한 바 있으며, 어느 경제학자는 국민의 고통지수를 낮추기 위해서는 정부가 저소득층지원, 물가인하, 재정투입을 통한 일자리창출, 내수산업육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가낙찰제를 확대하지 않는 것만으로 일자리창출과 내수산업육성이라는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조달시장에서의 정부의 역할은 단순한 예산절감만을 추구하는 수요자의 입장이 아니라, 관련산업계에 일정한 기술이나 설비의 기준을 제시하고 관련산업계가 공공조달시장에 참여를 통해 일정한 이윤을 갖도록 함으로써 산업의 발전을 조정하고 유도하는 적극적인 개발자의 입장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공공조달시장의 낙찰제도와 관련한 정부의 정책을 글로벌스탠다드에 대한 맹신보다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