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정보 저장 과정서 '이용자 동의ㆍ암호화' 없어 법적 제재
세계 각국 조사결과에 영향 미칠듯… 처벌수위 낮아 아쉬움도
세계 각국 조사결과에 영향 미칠듯… 처벌수위 낮아 아쉬움도
■ 애플ㆍ구글 위치정보 수집논란 쟁점과 전망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 내에 이용자 동의나 암호화 절차 없이 위치정보를 저장해온 사실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조사 끝에 최종적으로 위법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세계 최초로 정부가 애플, 구글의 위법성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니며, 미국, 프랑스 등 다른 국가들의 조사결과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3일 전체회의를 열고 애플코리아가 이용자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한 사실에 대해 과태료 300만원을, 애플코리아와 구글코리아가 위치정보 암호화 의무를 위반한 것에 대해 시정 조치를 내렸다. 이로써 지난 4월 미국의 알래스데어 앨런 컴퓨터 프로그래머에 의해 포착된 이후 제기된 스마트폰 위치정보 저장 논란이 국내에서는 일단락된 모양새다.
◇위치정보 논란의 쟁점=애플과 구글의 위치 정보 수집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린 주된 근거는 이용자 동의 없이 정보를 저장했다는 부분과 그 과정에서 암호화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위치정보법 15조는 "누구든지 개인 또는 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당해 개인 또는 이동성이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 이용 또는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위치정보법 16조는 "위치정보의 취급, 관리 지침을 제정하거나 접근권한자를 지정하는 등의 관리적 조치와 방화벽의 설치나 암호화 소프트웨어의 활용 등의 기술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가 애플 아이폰 iOS가 위반했다고 본 것은 15조, 16조 두 사안이다. 앨런 프로그래머의 연구와 방통위 조사 결과 이용자가 위치정보 서비스를 껐는데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주변의 와이파이 또는 기지국 정보인 `위치정보 캐시'를 애플 본사 서버로 전송한 뒤 다시 스마트폰으로 전송 받은 뒤, 암호화 과정을 생략한 채 지속적으로 아이폰에 저장해 뒀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애플은 이를 단순한 소프트웨어 상의 버그였다고 해명하고 지난 5월부터는 위치정보 캐시를 7일 이전 자료까지만 저장하는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방통위는 그 이전 위치정보를 수집한 것에 대해 300만원 과태료를, 암호화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렸다.
iOS가 논란이 되자 전문가들은 구글 안드로이드도 스마트폰에 위치정보 캐시를 저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만 구글의 경우에는 위치정보 캐시를 7일 이전 분량까지만 저장하고 삭제했지만, iOS와 마찬가지로 암호화 조치를 하지 않았다. 방통위는 7일이 지난 자료에 대해서는 삭제를 했으므로 위치정보를 수집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 암호화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만 시정조치를 내렸다. 방통위는 구글의 경우 위치정보 캐시를 서버로 전송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미국 현지 본사 방문 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300만원의 과태료와 시정조치가 지나치게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애플과 구글이 위치정보를 활용해 매출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최초로 위법성을 지적했다는데 의의를 찾아야 했다.
애플은 "위치 정보를 수집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위치정보를 수집하지 않겠다"는 쟁점과는 다소 동떨어진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이면에서는 방통위 측에 시정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역시 "이후 버전인 `아이스크림샌드위치'부터는 위치정보 캐시를 암호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애플과 구글 역시 고의성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위법 여부를 최초로 시인했다는 간접적인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방통위 결정이 가져올 파장=애플과 구글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라는 거대 스마트폰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로, 전 세계 각국에서 사실상 거의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방통위의 조사 결과는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진행 중인 유사한 조사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한국 정부의 발표 직후, 프랑스 정부의 정보보호감독기구인 정보처리자유위원회(CNIL)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한 것과 관련해 애플에 질의서를 보내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상ㆍ하원 국회 정보보호위원회 역시 지난 4월 위치정보 수집 파문 이후 청문회를 실시하는 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기기들을 활용한 위치정보의 활용에 대한 법을 지니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지만, 다른 국가들 역시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들을 지니고 있어 행정명령 등을 통해 한국과 유사한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 수사 기관들의 경우 실제 방통위와 경찰에 위치정보와 관련한 조사 기법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번 방통위의 결정이 최근 창원의 김형석 변호사가 애플코리아 측에 제기한 위치정보 수집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보상 집단 소송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방통위가 위치정보 수집 문제 자체에 대해서는 위법하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가볍고 위치정보 수집 자체보다는 절차상의 실수 문제를 개선하라고 지적한 것이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김승주 교수는 "방통위의 조치는 위치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과 절차가 잘못된 것에 대해 제재를 가한 것에 의의가 있다"며 "해외의 유사한 사례에도 한국 정부의 조치가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
▶박지성기자의 블로그 : http://blog.dt.co.kr/blog/?mb_id=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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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 내에 이용자 동의나 암호화 절차 없이 위치정보를 저장해온 사실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조사 끝에 최종적으로 위법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세계 최초로 정부가 애플, 구글의 위법성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니며, 미국, 프랑스 등 다른 국가들의 조사결과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3일 전체회의를 열고 애플코리아가 이용자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한 사실에 대해 과태료 300만원을, 애플코리아와 구글코리아가 위치정보 암호화 의무를 위반한 것에 대해 시정 조치를 내렸다. 이로써 지난 4월 미국의 알래스데어 앨런 컴퓨터 프로그래머에 의해 포착된 이후 제기된 스마트폰 위치정보 저장 논란이 국내에서는 일단락된 모양새다.
◇위치정보 논란의 쟁점=애플과 구글의 위치 정보 수집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린 주된 근거는 이용자 동의 없이 정보를 저장했다는 부분과 그 과정에서 암호화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위치정보법 15조는 "누구든지 개인 또는 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당해 개인 또는 이동성이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 이용 또는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위치정보법 16조는 "위치정보의 취급, 관리 지침을 제정하거나 접근권한자를 지정하는 등의 관리적 조치와 방화벽의 설치나 암호화 소프트웨어의 활용 등의 기술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가 애플 아이폰 iOS가 위반했다고 본 것은 15조, 16조 두 사안이다. 앨런 프로그래머의 연구와 방통위 조사 결과 이용자가 위치정보 서비스를 껐는데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주변의 와이파이 또는 기지국 정보인 `위치정보 캐시'를 애플 본사 서버로 전송한 뒤 다시 스마트폰으로 전송 받은 뒤, 암호화 과정을 생략한 채 지속적으로 아이폰에 저장해 뒀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애플은 이를 단순한 소프트웨어 상의 버그였다고 해명하고 지난 5월부터는 위치정보 캐시를 7일 이전 자료까지만 저장하는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방통위는 그 이전 위치정보를 수집한 것에 대해 300만원 과태료를, 암호화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렸다.
iOS가 논란이 되자 전문가들은 구글 안드로이드도 스마트폰에 위치정보 캐시를 저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만 구글의 경우에는 위치정보 캐시를 7일 이전 분량까지만 저장하고 삭제했지만, iOS와 마찬가지로 암호화 조치를 하지 않았다. 방통위는 7일이 지난 자료에 대해서는 삭제를 했으므로 위치정보를 수집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 암호화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만 시정조치를 내렸다. 방통위는 구글의 경우 위치정보 캐시를 서버로 전송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미국 현지 본사 방문 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300만원의 과태료와 시정조치가 지나치게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애플과 구글이 위치정보를 활용해 매출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최초로 위법성을 지적했다는데 의의를 찾아야 했다.
애플은 "위치 정보를 수집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위치정보를 수집하지 않겠다"는 쟁점과는 다소 동떨어진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이면에서는 방통위 측에 시정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역시 "이후 버전인 `아이스크림샌드위치'부터는 위치정보 캐시를 암호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애플과 구글 역시 고의성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위법 여부를 최초로 시인했다는 간접적인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방통위 결정이 가져올 파장=애플과 구글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라는 거대 스마트폰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로, 전 세계 각국에서 사실상 거의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방통위의 조사 결과는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진행 중인 유사한 조사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한국 정부의 발표 직후, 프랑스 정부의 정보보호감독기구인 정보처리자유위원회(CNIL)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한 것과 관련해 애플에 질의서를 보내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상ㆍ하원 국회 정보보호위원회 역시 지난 4월 위치정보 수집 파문 이후 청문회를 실시하는 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기기들을 활용한 위치정보의 활용에 대한 법을 지니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지만, 다른 국가들 역시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들을 지니고 있어 행정명령 등을 통해 한국과 유사한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 수사 기관들의 경우 실제 방통위와 경찰에 위치정보와 관련한 조사 기법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번 방통위의 결정이 최근 창원의 김형석 변호사가 애플코리아 측에 제기한 위치정보 수집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보상 집단 소송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방통위가 위치정보 수집 문제 자체에 대해서는 위법하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가볍고 위치정보 수집 자체보다는 절차상의 실수 문제를 개선하라고 지적한 것이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김승주 교수는 "방통위의 조치는 위치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과 절차가 잘못된 것에 대해 제재를 가한 것에 의의가 있다"며 "해외의 유사한 사례에도 한국 정부의 조치가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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