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음악이나 그림, 사진이나 영화 등 우리가 속칭 `작품'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물건으로 포장되고 그 물건에는 주인이 있다. 그 물건을 갖고 싶으면 주인에게 돈을 치른다. 영화표를 사기도 하고 책 한 권을 빌리기도 한다. 내가 산 것은 무엇일까? 그림을 산다고 해서 내가 그 그림을 그렸다고 할 수 있을까? 소설책을 샀다고 소설가가 될 수 있을까?
아파트라면 집주인과 세입자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데 창작물의 세상에서는 `주인' 또는 `권리'라는 개념이 조금 더 복잡하다. 창작물에는 사용하는 주인이 있고 창작한 주인은 따로 있다. 창작물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렇게 복잡한 권리를 저작권이라고 부른다.
아파트 주인은 그 아파트 한 채의 주인이지 아파트를 복사해서 여러 개를 만들 수는 없다. 그렇지만 소설책 주인은 그 책을 더 많이 인쇄해서 더 많은 소유주를 만들 수 있고 돈을 벌 수도 있다. 그림의 주인도 비슷한 복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인쇄한 책을 만들기도 하며 그림을 이용해서 마스코트를 만들어 팔기도 한다. 창작자는 분명 주인으로서 행세하고 돈을 벌 수가 있다.
그런데 저작권자 중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작품을 무료로 나눠주고, 남들이 자신을 흉내 내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이런 일이 더 흔하고 반복된다. 속칭 `퍼가기'라는 일을 해 달라고 광고하기도 한다. 학술 논문은 어떨까. 내 글을 많이 읽어 달라고, 내 논문을 인용해서 더 좋은 논문을 써 달라고 하는 것이 저작권자의 간절한 소망이다. 창작자의 아낌없는 사랑같기도 하고 뭔가 다른 것을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저작권자들 중 일부의 경우 자신의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더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주인치고는 이상한 주인이 저작권자들이다.
저작권자의 이상한 권리 주장을 이해하려면 저작권이 물건의 소유권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좋은 음악을 만든 작곡자와 가수는 음반을 팔기도 하지만 라디오나 TV에 더 많이 방영되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듣고 즐기고 따라 불러주기를 바란다. 교수들은 논문을 써서 학문 발전에 기여하고 많은 사람이 나의 글을 읽고 감동을 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뜻도 모른 채 온갖 규제를 쏟아낸다. 책에는 비싼 가격표를 붙여 남들이 읽지도 못하도록 하고 있고 무료 배포를 하려 해도 절차가 너무나 복잡하다. 저작자의 참뜻을 너무 많이 왜곡하고 있다.
더 심각한 일은 따로 있다. 저작권은 자신도 모르게 발생한다. 블로그에 끄적인 글, 여행 중 찍어 올린 풍경사진, 음악파일, 동영상 파일까지 저작권이 저절로 생성되어 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자신의 블로그에 퍼 나르면 저작권법 위반이 된다. 내가 만든 콘텐츠를 널리 알리고 싶어서 웹에 올렸다가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경우이지만 나 역시 같은 이유로 범법자가 되는 일이 허다하다.
저작권법은 창작자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 만들었을 텐데 오히려 창작에 방해를 하고 있다. 왜 그럴까?
법이 잘못 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법을 너무 무시해서 생기는 일이다. 우리가 창작자로서의 의사를 분명히 밝혀 주기만 한다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가 조금만 배려한다면 좋은 법을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쓸 수 있다.
저작자의 권리 중 돈을 벌 수 있는 권리는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돈을 벌 수 있는 권리는 부분적으로 사고 팔 수 있다. 그렇지만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에 자신의 이름을 표시하고, 타인이 작품을 이용해서 새로운 창작을 하려고 할 때 허락하는 권리도 매우 중요한 주인의 권리이다. 저작권에 포함되는 여러 가지 권리 중에서 자신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권리는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창작자가 할 일은 이들 서로 다른 권리들을 구분해서 밝히는 일이다. 이렇게 저작권을 구분해서 표시하게 된다면 창작물의 특성에 맞추어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고 저작권자와 이용자가 모두 만족하는 창작과 나눔의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창작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저작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CCL(Creative Commons Licence) 제도이다. 저작자표시(BY)는 인격권이며 기본적인 권리이다. 돈을 벌 수 있는 상업 이용 권리는 독점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비영리 조건(NC, Non-commercial)으로 허용할 수도 있다. 내용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허용할 수도 있고 금지(ND, No derivative work)할 수도 있지만 동일조건이라면 되도록 허락(SA, Share alike)하겠노라고 선택할 수 있다. 창작자의 참뜻을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이 CCL이다. 창작자가 조금만 배려한다면 이용자에게 창작의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다. 그 손쉬운 방법이 CC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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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라면 집주인과 세입자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데 창작물의 세상에서는 `주인' 또는 `권리'라는 개념이 조금 더 복잡하다. 창작물에는 사용하는 주인이 있고 창작한 주인은 따로 있다. 창작물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렇게 복잡한 권리를 저작권이라고 부른다.
아파트 주인은 그 아파트 한 채의 주인이지 아파트를 복사해서 여러 개를 만들 수는 없다. 그렇지만 소설책 주인은 그 책을 더 많이 인쇄해서 더 많은 소유주를 만들 수 있고 돈을 벌 수도 있다. 그림의 주인도 비슷한 복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인쇄한 책을 만들기도 하며 그림을 이용해서 마스코트를 만들어 팔기도 한다. 창작자는 분명 주인으로서 행세하고 돈을 벌 수가 있다.
그런데 저작권자 중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작품을 무료로 나눠주고, 남들이 자신을 흉내 내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이런 일이 더 흔하고 반복된다. 속칭 `퍼가기'라는 일을 해 달라고 광고하기도 한다. 학술 논문은 어떨까. 내 글을 많이 읽어 달라고, 내 논문을 인용해서 더 좋은 논문을 써 달라고 하는 것이 저작권자의 간절한 소망이다. 창작자의 아낌없는 사랑같기도 하고 뭔가 다른 것을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저작권자들 중 일부의 경우 자신의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더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주인치고는 이상한 주인이 저작권자들이다.
저작권자의 이상한 권리 주장을 이해하려면 저작권이 물건의 소유권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좋은 음악을 만든 작곡자와 가수는 음반을 팔기도 하지만 라디오나 TV에 더 많이 방영되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듣고 즐기고 따라 불러주기를 바란다. 교수들은 논문을 써서 학문 발전에 기여하고 많은 사람이 나의 글을 읽고 감동을 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뜻도 모른 채 온갖 규제를 쏟아낸다. 책에는 비싼 가격표를 붙여 남들이 읽지도 못하도록 하고 있고 무료 배포를 하려 해도 절차가 너무나 복잡하다. 저작자의 참뜻을 너무 많이 왜곡하고 있다.
더 심각한 일은 따로 있다. 저작권은 자신도 모르게 발생한다. 블로그에 끄적인 글, 여행 중 찍어 올린 풍경사진, 음악파일, 동영상 파일까지 저작권이 저절로 생성되어 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자신의 블로그에 퍼 나르면 저작권법 위반이 된다. 내가 만든 콘텐츠를 널리 알리고 싶어서 웹에 올렸다가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경우이지만 나 역시 같은 이유로 범법자가 되는 일이 허다하다.
저작권법은 창작자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 만들었을 텐데 오히려 창작에 방해를 하고 있다. 왜 그럴까?
법이 잘못 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법을 너무 무시해서 생기는 일이다. 우리가 창작자로서의 의사를 분명히 밝혀 주기만 한다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가 조금만 배려한다면 좋은 법을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쓸 수 있다.
저작자의 권리 중 돈을 벌 수 있는 권리는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돈을 벌 수 있는 권리는 부분적으로 사고 팔 수 있다. 그렇지만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에 자신의 이름을 표시하고, 타인이 작품을 이용해서 새로운 창작을 하려고 할 때 허락하는 권리도 매우 중요한 주인의 권리이다. 저작권에 포함되는 여러 가지 권리 중에서 자신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권리는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창작자가 할 일은 이들 서로 다른 권리들을 구분해서 밝히는 일이다. 이렇게 저작권을 구분해서 표시하게 된다면 창작물의 특성에 맞추어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고 저작권자와 이용자가 모두 만족하는 창작과 나눔의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창작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저작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CCL(Creative Commons Licence) 제도이다. 저작자표시(BY)는 인격권이며 기본적인 권리이다. 돈을 벌 수 있는 상업 이용 권리는 독점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비영리 조건(NC, Non-commercial)으로 허용할 수도 있다. 내용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허용할 수도 있고 금지(ND, No derivative work)할 수도 있지만 동일조건이라면 되도록 허락(SA, Share alike)하겠노라고 선택할 수 있다. 창작자의 참뜻을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이 CCL이다. 창작자가 조금만 배려한다면 이용자에게 창작의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다. 그 손쉬운 방법이 CC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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