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네트워크장비 `역차별` 외산업체 독식 심화

공공기관 등서 기피… 구매땐 '로비설'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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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혁명으로 전 세계 네트워크 장비시장이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지만, 국산 장비업체들은 시간이 갈수록 외산 장비업체들에 뒤 처지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IT 컨트롤 타워라 할 수 있는 정보통신부 해체 이후 정보통신 장비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사각지대로 방치된 데다, 공공기관, 대기업 등의 국산 장비에 대한 역차별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외산장비업체만 `땅집고 헤엄치기'로 주요 프로젝트를 모두 휩쓸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하 KISDI)이 17일 발간한 `국내외 네트워크 장비시장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 혁명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이 새로운 성장기를 맞고 있는데 반해, 국내 업체들은 R&D 지연, 역차별 등으로 인해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시장이 협소하고, △중장기적인 R&D 전략 부재, △공공기관 및 대기업 의 국산 네트워크 제품 터부시 등 때문이다. 오정숙 KISDI 미래융합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무선데이터의 폭발적인 성장, IT컨버전스화에 따른 네트워크 고도화로 전 세계 네트워크 산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 장비업체들은 동반성장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식경제부가 지난해 각 네트워크 부문별 국산화율을 조사한 결과, 공공부문은 6.5%, 통신사업자는 40∼60%, 대기업 및 대학 등 민간부문은 15%로 전체 통신장비시장의 3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도 4G(LTE, 와이브로)를 비롯해 트래픽 폭증에 따른 유무선 통신장비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국산 장비업체들에게는 그림에 떡이 되고 있다.

통신장비업계에서는 이같은 악순환이 이미 10여년 전부터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국산 장비업체 한 임원은 "삼성전자 이외의 국산 장비업체중에 몇 개 업체를 제외하고는 독자적인 연구개발 능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만들어갈 수 있는 회사가 전무한 실정"이라면서 "국내에서는 그저 현상유지만 할 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최근에는 전통적으로 국산 장비업체들이 강세를 보여온 광통신, 이동통신 교환기 및 기지국 분야에서도 중국, 유럽계 장비업체들이 진출하면서 대부분의 시장을 내줄 판이다. 실제 4G 장비시장 구도가 우리나라가 상용화한 와이브로에서 LTE로 집중되면서, 에릭슨, 노키아지멘스, 화웨이 등 외국계 장비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결과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개발 사업의 부재에서 찾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ETRI(전자통신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광통신, 대용량 스위치/라우터 국산화를 위한 R&D 과제가 진행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여기에 삼성, LG 등 대기업들도 네트워크 부문에 대한 R&D를 대폭 축소하거나 중단했다.

특히 대기업, 대학 등 민간 시장은 물론 심지어 공공기관에서의 국산 통신장비 역차별은 더 심하다. 가장 큰 문제는 국산장비를 구매할 경우 각종 로비설에 시달리는 반면, 외산장비를 구매할 경우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은 관행이다. 실제로 공공기관의 경우, 국산 우수 장비 확산을 위해 도입된 신제품인증(NEP)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에서 국산 채택을 꺼리고 있다. 장비업체 관계자는 "NEP 제도가 그나마 시행되면서 국산 제품중에서는 소형 에지나 라우터 등이 공급되고 있는 정도"라면서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대기업 등에서도 중소 장비업체와의 상생협력 기조를 유지하지 않고서는 이마저도 다 외국기업에 내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KISDI 보고서는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기술개발을 통해 고부가가치 시장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면서 "이것이 어렵다면 국내외 통신사업자나 대기업 등과의 동반진출이 모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경섭기자 ks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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