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IT 발주 `제값주기`역행

"저가책정 수익성없다" 외면… 4월 120여건중 절반 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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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IT산업 발전을 위해 공공IT사업 조기 발주를 하고 있지만, 현실성 없는 예산 삭감으로 업계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2일 디지털타임스가 조달청 나라장터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월 한달 동안 입찰이 이뤄진 공공 사업 중 `시스템 구축'이라는 키워드로 개찰결과를 검색해 본 결과 총 120여건의 사업 중 절반 이상의 사업이 단독응찰이나 무응찰로 인해 유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사업 중에는 50억원이 넘는 비교적 규모가 큰 사업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잦은 유찰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 사업이 제때 진행되지 않아 시스템 구축미비에 따른 행정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공공IT사업이 제안업체 부족으로 입찰이 유찰되는 것은 무엇보다 턱없이 낮은 예산 때문이다. 사업을 수주하더라도 수익은커녕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업계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 IT서비스기업의 공공사업 담당자는 "발주되는 공공사업 중 상당수가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런 사업에 무리해서 참여할 경우 사업후 품질 저하로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공IT사업의 예산은 해당 공공기관이 책정하고 기획재정부가 이를 평가해 최종 확정한다.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사업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일괄적으로 예산을 삭감해 대부분의 공공IT사업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IT전문성이 없는 발주기관의 담당자와 일부 IT업체들의 지나친 저가 경쟁도 전체적인 예산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IT업체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IT사업에 대한 예산을 책정할 때 사전에 장비공급 업체 등 IT업체를 불러 가격을 제시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일부 IT업체들이 당장의 수주를 위해 무리하게 저가 제안을 하면, 담당 공무원은 그 가격을 정상 가격으로 인식하고 예산을 책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책정된 예산은 향후 진행되는 유사 사업에 대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는 사후 감사시 아무리 적정한 예산을 책정했다 하더라도 선행 유사 사업과 비교해 예산이 많으면 감사에서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이부 공공기관들이 특정 IT업체에게 종속되는 경향도 문제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정 업체가 오랫동안 시스템 개발 및 유지보수를 담당하다 보니 신규 업체가 제안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사업은 단독응찰로 인한 유찰을 거쳐 2차에서 수의계약형태로 사업자를 선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대응이 없는 상황이다. 나라장터를 운영하는 조달청은 사업 발주를 위한 채널만 제공하고 있을 뿐 공공사업 내용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고, 공공 사업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는 지나치게 잦은 담당공무원 교체로 대응 방안 마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행안부 한 관계자는 "현재 수발주 제도 관련해 전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공공IT사업이 유찰 실태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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