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CIO 설문조사… "보안사고, 내부관리 소홀 예견된 사태"
최악의 전산사고로 기록되고 있는 농협 사태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재 금융IT의 가장 큰 문제는 부족한 인력과 IT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 부족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그동안 금융권이 보안분야에서 네트워크 보안과 인터넷 뱅킹 이용자 보안에 중점을 둔 반면, 내부 보안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디지털타임스가 지난 22일 농협을 제외한 주요 11개 은행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른 것이다.
이 조사에서 11명의 CIO 중 8명이 농협 전산장애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내부통제관리 소홀'을 꼽았다. 3명은 내부통제와 관련된 `지나친 협력업체 의존'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조사 대상 CIO 모두 이번 사고가 IT인프라의 문제보다는 정보시스템 운영과 관련한 내부통제를 적절하게 못한 `인재(人災)'라는 데 생각을 같이 했다.
실제 이번 농협 전산사고는 장애 발생 1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누가, 왜, 어떻게 전산장애를 일으켰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는 정보시스템 접근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접근권한 제어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농협은 여러 단계의 접근제어시스템을 갖췄음에도 이를 전혀 작동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CIO들은 또 농협 전산장애로 인해 IT감사나 감독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안 등 IT관련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농협 전산장애 사고가 IT관련 부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11명의 CIO 중 10명이 `IT감사나 감독이 강화될 것'이라고 답했다.(2개씩 복수 응답)
현재 은행은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IT부문에 대해 연 1회 금융감독원의 종합감사를 받는다. 또 자체 감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1000개 넘는 IT부문 체크리스트를 모두 점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농협 전산장애로 인해 금융감독원이 IT검사 전문인력을 확충하는 등 대대적인 감독정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은행 내부에서도 전산장애가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평판 리스크를 가져다 준다는 것을 인식함에 따라 내부 IT감사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6명이 `보안 등 IT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이로 인해 정보보안 시장의 활성화도 점쳐진다. 그동안 대부분의 은행은 대규모 차세대 프로젝트가 완료된 이후 IT투자 예산을 큰 폭으로 줄여왔다. 이로 인해 신규 비즈니스 지원이나 규제준수 대응 외에는 IT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보험 성격이 강한 보안 투자가 크게 미흡했다.
반면, 4명의 CIO는 `IT아웃소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해 은행권 내에서 IT아웃소싱 시장은 확대되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졌다. 또 이번 장애로 인해 IT관련 인력이 늘어나거나 IT조직의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보는 CIO는 극소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근본 문제는 IT인력 부족과 경영진 무관심=은행 CIO들은 IT부문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부족한 IT인력과 IT의 중요성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 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11명의 CIO중 6명이 IT부문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적은 IT인력'을 꼽았으며, 3명이 `IT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부족'이라고 답했다.
현재 은행 IT부문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8명의 CIO가 `IT인력 충원'이라고 답했다(2개씩 복수 응답). 대부분의 은행은 차세대 프로젝트 완료 후 IT인력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으며, 일부 은행은 IT자회사로 인력을 이동시키면서 상당수의 인력을 줄였다. 이어 5명이 `내부통제시스템 강화'를, 4명이 `IT조직의 위상제고'를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IT중요성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부족도 지적됐다. 이번 조사에서 IT의 중요성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과 이해도를 묻는 질문에 11명 중 6명이 `낮다'고 답했다. 또 `보통'이 2명, `높다'는 3명으로 나타났다. 실제 대부분의 은행에서 IT가 비핵심 영역으로 인식돼 의사결정 시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CIO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 내 IT조직의 역할에 대해서는 최근 발생된 농협 전산장애가 반영된 듯 11명 중 5명이 `무장애 구현 등 효율적인 전산시스템 운영'을 지목했다.
얼마 전까지 IT조직이 현업의 비즈니스를 이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에 비하면 다소 상반된 결과다. 특히 가트너 등 글로벌 조사기관들이 CIO나 기업 내 IT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이는 은행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CIO나 IT조직에 비즈니스를 리드하는 것보다 무장애 구현 등 정상적인 전산시스템 운영을 더 많이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어 4명이 `현업의 적극적인 업무 지원을 수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IT기반의 신규 비즈니스 창출'과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 혁신 및 비용절감'이라고 답한 CIO는 각각 1명에 불과했다.
농협 전산장애 사고 이후 IT조직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냐는 질문에 대해 11명 중 절반이 넘는 6명이 `바뀌었다'고 답했다. 이들은 과거에 비해 정상적인 시스템 운영이 더 절실하다고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혜권기자 hk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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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디지털타임스가 지난 22일 농협을 제외한 주요 11개 은행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른 것이다.
이 조사에서 11명의 CIO 중 8명이 농협 전산장애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내부통제관리 소홀'을 꼽았다. 3명은 내부통제와 관련된 `지나친 협력업체 의존'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조사 대상 CIO 모두 이번 사고가 IT인프라의 문제보다는 정보시스템 운영과 관련한 내부통제를 적절하게 못한 `인재(人災)'라는 데 생각을 같이 했다.
실제 이번 농협 전산사고는 장애 발생 1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누가, 왜, 어떻게 전산장애를 일으켰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는 정보시스템 접근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접근권한 제어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농협은 여러 단계의 접근제어시스템을 갖췄음에도 이를 전혀 작동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CIO들은 또 농협 전산장애로 인해 IT감사나 감독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안 등 IT관련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농협 전산장애 사고가 IT관련 부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11명의 CIO 중 10명이 `IT감사나 감독이 강화될 것'이라고 답했다.(2개씩 복수 응답)
현재 은행은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IT부문에 대해 연 1회 금융감독원의 종합감사를 받는다. 또 자체 감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1000개 넘는 IT부문 체크리스트를 모두 점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농협 전산장애로 인해 금융감독원이 IT검사 전문인력을 확충하는 등 대대적인 감독정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은행 내부에서도 전산장애가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평판 리스크를 가져다 준다는 것을 인식함에 따라 내부 IT감사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6명이 `보안 등 IT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이로 인해 정보보안 시장의 활성화도 점쳐진다. 그동안 대부분의 은행은 대규모 차세대 프로젝트가 완료된 이후 IT투자 예산을 큰 폭으로 줄여왔다. 이로 인해 신규 비즈니스 지원이나 규제준수 대응 외에는 IT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보험 성격이 강한 보안 투자가 크게 미흡했다.
반면, 4명의 CIO는 `IT아웃소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해 은행권 내에서 IT아웃소싱 시장은 확대되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졌다. 또 이번 장애로 인해 IT관련 인력이 늘어나거나 IT조직의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보는 CIO는 극소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근본 문제는 IT인력 부족과 경영진 무관심=은행 CIO들은 IT부문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부족한 IT인력과 IT의 중요성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 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11명의 CIO중 6명이 IT부문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적은 IT인력'을 꼽았으며, 3명이 `IT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부족'이라고 답했다.
현재 은행 IT부문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8명의 CIO가 `IT인력 충원'이라고 답했다(2개씩 복수 응답). 대부분의 은행은 차세대 프로젝트 완료 후 IT인력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으며, 일부 은행은 IT자회사로 인력을 이동시키면서 상당수의 인력을 줄였다. 이어 5명이 `내부통제시스템 강화'를, 4명이 `IT조직의 위상제고'를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IT중요성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부족도 지적됐다. 이번 조사에서 IT의 중요성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과 이해도를 묻는 질문에 11명 중 6명이 `낮다'고 답했다. 또 `보통'이 2명, `높다'는 3명으로 나타났다. 실제 대부분의 은행에서 IT가 비핵심 영역으로 인식돼 의사결정 시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CIO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 내 IT조직의 역할에 대해서는 최근 발생된 농협 전산장애가 반영된 듯 11명 중 5명이 `무장애 구현 등 효율적인 전산시스템 운영'을 지목했다.
얼마 전까지 IT조직이 현업의 비즈니스를 이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에 비하면 다소 상반된 결과다. 특히 가트너 등 글로벌 조사기관들이 CIO나 기업 내 IT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이는 은행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CIO나 IT조직에 비즈니스를 리드하는 것보다 무장애 구현 등 정상적인 전산시스템 운영을 더 많이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어 4명이 `현업의 적극적인 업무 지원을 수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IT기반의 신규 비즈니스 창출'과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 혁신 및 비용절감'이라고 답한 CIO는 각각 1명에 불과했다.
농협 전산장애 사고 이후 IT조직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냐는 질문에 대해 11명 중 절반이 넘는 6명이 `바뀌었다'고 답했다. 이들은 과거에 비해 정상적인 시스템 운영이 더 절실하다고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혜권기자 hk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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