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발단 제공 의혹… 곤혹스러운 한국IBM

아웃소싱 입지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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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시스템 마비라는 사상 초유의 농협 사태에 금융IT의 명가로 자리잡은 한국IBM이 한가운데 있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농협은 이번 전산장애가 지난 12일 오후 5시께 농협중앙회 IT본부 내에서 상주하던 한국IBM 직원의 노트북을 통해 IBM 중계서버에서 `시스템 파일 삭제 명령'이 실행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이 명령어 입력이 직원의 단순 실수인지, 고의에 의한 것인지, 외부의 해킹이나 바이러스 침투에 의한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게 농협 측 설명이다.

검찰은 이미 지난주부터 수사에 착수, 한국IBM 직원의 노트북과 사고 당일 전산망 접속 기록 등 전산자료를 확보했다. 또, 전산망에 접근 가능한 직원 수십 명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통화내역 확인 작업을 하는 한편, 농협이 보유한 일부 서버의 운영파일과 접속기록이 반복적으로 삭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내부자 연루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17일 농협 IT본부직원과 농협 서버관리 협력업체인 한국IBM 직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제 정확한 원인 규명은 검찰의 손으로 넘어간 셈이다.

한국IBM은 사건 발생일부터 시스템 복구에 매달리고 있지만 매우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농협의 시스템이 IBM 제품이라 복구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어째됐든 전산장애를 일으킨 문제의 명령이 IBM 직원의 노트북에서 발생함으로써 사건 발단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받고있기 때문이다. 한국IBM측은 사건의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검찰수사와 당국 조사에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결과에 관계없이, 신뢰가 생명인 금융권에서 전산시스템 마비라는 사상초유의 불명예 사건에 관계됐다는 점에서 회사 이미지에 대한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뿐만 아니라 농협 사건을 계기로 자체 IT인력을 키우기보다 외부에 의존하는 아웃소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어, 금융권 IT아웃소싱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한국IBM으로서는 더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IBM은 과거 외환은행과 우리은행의 토털 IT아웃소싱을 수행하기 위해 적극 제안한 바 있으며, 지난 2009년에는 한국투자증권과 10년간 IT인프라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해 금융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농협 전산장애 사태로 인해 향후 금융IT 아웃소싱 시장공략에 한국IBM의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정연기자 j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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