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찾은 고객들 "속 터져"
중요 금융거래 놓친 사례 많아 대규모 소송 가능성
농협의 전산장애로 인한 금융서비스 전면 중단이 이틀째로 접어들면서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중요한 금융거래를 놓친 고객들이 피해보상을 요구하면서 소송 등을 벌일 가능성이 있어 농협은 물론 금융권 전반에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 오전 11시30분 농협 서여의도지점. 평소 같으면 점심시간을 틈타 지점을 방문한 고객들로 북적였을 때지만 창구 직원들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뿐 고객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날 고객을 가장 먼저 맞은 것은 지점 입구에 커다랗게 붙여있는 `사과문`이었다. 전날 오후 5시경부터 모든 금융서비스를 `올스톱'시킨 농협 전산망은 계속해서 먹통이었고, 답답한 심정에 지점을 찾은 일부 고객들은 "정상화가 되면 개인적으로 연락을 줄테니 연락처를 남기고 돌아가라"는 말만 듣고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농협은 전산장애가 처음 발생한 12일 오후 5시경부터 야간 작업을 거쳐 13일 영업 개시 전까지 복구작업을 실시했으나 정상가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각 영업점에 긴급 공문을 띠우고 단계적인 복구작업에 재돌입했다. 금융서비스 `올스톱'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어제부터 인터넷뱅킹이 되지 않아 직접 지점을 찾았다는 한 고객은 "급히 돈을 송금해줘야 할 상황인데 답답할 지경"이라며 "언제 다시 오면 정상 업무가 가능한지 시간이라도 정확히 알려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지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근 농협 여의도지점은 직원들이 지점을 찾은 고객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그나마 재개된 현금입금도 첨단 IT 시대에 창구 직원이 직접 손으로 거래 내용을 기록하며 업무를 진행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전산망 복구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농협이 내부 판단에 따라 전 영업지점에 수기작업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농협 양재지점을 찾은 한 고객은 "주거래 은행이 농협이라 모든 금융거래를 농협을 통해 하고 있는데 이틀동안이나 업무를 못 봐 낭패"라며 "은행에 돈이 있는데도 인출이 안돼 주위에 돈을 빌려서 융통해야 할 형편"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이날 전산장애가 생긴지 만 하루가 지난 이날 오후 7시 현재 인터넷뱅킹, 자동화기기는 여전히 먹통이다. 오후 3∼5시경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자동화기기서비스도 여전히 답보상태며 인터넷, 온라인 뱅킹은 오늘 중으로 정상화되기가 힘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오전 10시까지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했던 창구 기본업무는 정오가 넘도록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오후 1시경 기본적인 입출금 거래와 송금 거래가 정상화되는 듯 했지만 오후 2시경 송금거래가 또다시 먹통이 되면서 큰 혼란을 부추겼다.
이날 농협 고객센터에도 고객의 항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고 불편사항과 민원을 제기하는 문의가 쇄도했다. 농협은 민원센터 내에 고객피해접수센터를 설치할 방침이다.
농협 관계자는 "사고 수습 및 복구에 주력하고 있어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다만 유형, 무형의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농협 전산장애로 인한 금융업무 마비로 농협법 개정으로 내년 `5대 금융지주` 편입을 앞둔 농협의 위기관리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고로 농협의 금융거래 신뢰도에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
운용상 문제나 기술적 결함, 해킹 등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인 전산망 장애는 있을 수 있지만 정상복구가 이처럼 상당 시간 소요되는 것은 기본적인 업무능력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2004년 이후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IT 서비스의 상당부분을 아웃소싱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이 부분이 이같은 문제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농협의 전산시스템 복구가 늦어지면서 이번 전산장애가 농협측이 밝힌 대로 서버의 장애가 아닐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농협이 축소ㆍ은폐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농협측은 사고원인에 대해 "중계서버인 IBM서버의 장애로 발생한 것으로 해킹에 의한 사고는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농협측이 시스템 재가동을 위해 운영시스템(OS)을 재설치하고 손상된 주요파일을 복구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의혹은 커져만 가고 있다. 농협의 공식 입장과 달리 해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농협의 전산장애로 고객들의 금융업무가 큰 차질을 빚으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향후 이에 대한 보상문제를 놓고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전산장애로 인한 피해 사실을 고객들이 일일이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피해보상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은 고객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보상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면서 "고객들이 피해를 입증하는 자료를 제시하면 충분하게 보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세정기자 s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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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의 전산장애로 인한 금융서비스 전면 중단이 이틀째로 접어들면서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중요한 금융거래를 놓친 고객들이 피해보상을 요구하면서 소송 등을 벌일 가능성이 있어 농협은 물론 금융권 전반에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 오전 11시30분 농협 서여의도지점. 평소 같으면 점심시간을 틈타 지점을 방문한 고객들로 북적였을 때지만 창구 직원들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뿐 고객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날 고객을 가장 먼저 맞은 것은 지점 입구에 커다랗게 붙여있는 `사과문`이었다. 전날 오후 5시경부터 모든 금융서비스를 `올스톱'시킨 농협 전산망은 계속해서 먹통이었고, 답답한 심정에 지점을 찾은 일부 고객들은 "정상화가 되면 개인적으로 연락을 줄테니 연락처를 남기고 돌아가라"는 말만 듣고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농협은 전산장애가 처음 발생한 12일 오후 5시경부터 야간 작업을 거쳐 13일 영업 개시 전까지 복구작업을 실시했으나 정상가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각 영업점에 긴급 공문을 띠우고 단계적인 복구작업에 재돌입했다. 금융서비스 `올스톱'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어제부터 인터넷뱅킹이 되지 않아 직접 지점을 찾았다는 한 고객은 "급히 돈을 송금해줘야 할 상황인데 답답할 지경"이라며 "언제 다시 오면 정상 업무가 가능한지 시간이라도 정확히 알려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지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근 농협 여의도지점은 직원들이 지점을 찾은 고객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그나마 재개된 현금입금도 첨단 IT 시대에 창구 직원이 직접 손으로 거래 내용을 기록하며 업무를 진행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전산망 복구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농협이 내부 판단에 따라 전 영업지점에 수기작업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농협 양재지점을 찾은 한 고객은 "주거래 은행이 농협이라 모든 금융거래를 농협을 통해 하고 있는데 이틀동안이나 업무를 못 봐 낭패"라며 "은행에 돈이 있는데도 인출이 안돼 주위에 돈을 빌려서 융통해야 할 형편"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이날 전산장애가 생긴지 만 하루가 지난 이날 오후 7시 현재 인터넷뱅킹, 자동화기기는 여전히 먹통이다. 오후 3∼5시경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자동화기기서비스도 여전히 답보상태며 인터넷, 온라인 뱅킹은 오늘 중으로 정상화되기가 힘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오전 10시까지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했던 창구 기본업무는 정오가 넘도록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오후 1시경 기본적인 입출금 거래와 송금 거래가 정상화되는 듯 했지만 오후 2시경 송금거래가 또다시 먹통이 되면서 큰 혼란을 부추겼다.
이날 농협 고객센터에도 고객의 항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고 불편사항과 민원을 제기하는 문의가 쇄도했다. 농협은 민원센터 내에 고객피해접수센터를 설치할 방침이다.
농협 관계자는 "사고 수습 및 복구에 주력하고 있어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다만 유형, 무형의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농협 전산장애로 인한 금융업무 마비로 농협법 개정으로 내년 `5대 금융지주` 편입을 앞둔 농협의 위기관리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고로 농협의 금융거래 신뢰도에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
운용상 문제나 기술적 결함, 해킹 등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인 전산망 장애는 있을 수 있지만 정상복구가 이처럼 상당 시간 소요되는 것은 기본적인 업무능력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2004년 이후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IT 서비스의 상당부분을 아웃소싱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이 부분이 이같은 문제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농협의 전산시스템 복구가 늦어지면서 이번 전산장애가 농협측이 밝힌 대로 서버의 장애가 아닐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농협이 축소ㆍ은폐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농협측은 사고원인에 대해 "중계서버인 IBM서버의 장애로 발생한 것으로 해킹에 의한 사고는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농협측이 시스템 재가동을 위해 운영시스템(OS)을 재설치하고 손상된 주요파일을 복구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의혹은 커져만 가고 있다. 농협의 공식 입장과 달리 해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농협의 전산장애로 고객들의 금융업무가 큰 차질을 빚으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향후 이에 대한 보상문제를 놓고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전산장애로 인한 피해 사실을 고객들이 일일이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피해보상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은 고객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보상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면서 "고객들이 피해를 입증하는 자료를 제시하면 충분하게 보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세정기자 s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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