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희 KAIST 경영과학과 교수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 했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천지는 인정사정없어 보인다. 그러나 인간을 포함한 거대한 자연의 입장에서는 자연은 환경변화에 대해 자기조절능력에 기초하여 자기소임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대참사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과연 생태계란 무엇인가?
생태계는 복잡하여 감히 인간이 파악할 수 없는 그 무엇이지만, 지금까지 필자가 이해한 바로는 다음의 몇 가지 일차적 속성을 지닌다. 첫째, 개별성이다. 풍요와 결핍이 공존하는 환경 하에서 스스로의 존재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 즉 스스로 치열하게 뿌리를 내리는 것이 기본이며, 개별성의 출발이다. 둘째, 다양성이다. 흔히 종의 다양성으로 표현되는 생태계의 다양성은 유전적 다양성으로 연결되어 거대한 자연 생태계의 자기조절 메커니즘의 기초를 이룬다. 안타깝게도 매년 지구상의 520만 ha의 숲이 사라지면서 2만5000~5만여 종의 생물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셋째, 상호연결성이다. 모든 생태계를 구성하는 개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개별성들이 서로 내적 필연성으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면서 각자의 개별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시간이 단기에서 장기로, 공간이 미시에서 거시로의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 특정 조건 하에서는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등 생태계의 역동성, 혁신성에 직접적으로 관계된다. 넷째, 공생공존(symbiotic)이다. 앞의 과정들을 통해 각자 전체 생태계를 구성하는 구성원으로 전체의 평형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므로 자연에는 귀천이 없다. 실로 잡초가 없으며, 익충과 해충의 구분이 없다.
혁신생태계라고 얘기되고 있지만, 껄끄러운 두 단어가 합성되어 있다. 재생과 반복적 사이클이라는 생태계의 정상적 풍토와 돌연변이라는 돌출적 혁신이 충돌하고 있다. 지속적 혁신을 위해서는 생태계라는 정상계가 먼저 충족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혼재되어 있다. 생태계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혁신을 외치는 것은 다소 성급하다. 무수한 조연이 있기에 주연의 탄생이 가능하듯이 생태계의 침묵이 혁신이라는 스타를 탄생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혁신은 부분적이고 미시적인 반면, 생태계는 전체적이고 거시적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잘 될 수 있을 것 같은 분야나,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나 조직을 선택하여 밀어주는 방식에 익숙해져 왔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은 남을 좇아가는 단계에서는 상당히 효율적이고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그런 시대는 지나가고, 길을 개척하는 단계에서는 더 이상 기존 방식이 작동되지 않는다. 승자가 시장에서 스스로 드러나는 체제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집을 짓는다고 하면 지금까지 건물 외벽, 골격을 먼저 짓고 내용물을 채워나가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내용물을 채워가면서 외벽, 골격을 만들어가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생태계는 우리에게 이차적 속성을 암시한다. 첫째, 자기조직화로서,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주재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나간다. 둘째, 상향식으로서, 아주 미시적인 부분에서 단계 단계마다 근거를 가지고 차곡차곡 위로 쌓아 올라간다. 셋째는 과정의 주체성과 진실성으로서, 선한 목적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일에 임하는 것이다.
IT 생태계 조성은 그리 간단한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IT가 가지고 있는 수확체증, 승자독식, 다양성 감소의 특징은 반생태계적이기 때문에 어쩌면 중재자의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될지 모른다. 하지만 섣부른 개입은 생태계의 가장 기초적인 내발성을 훼손하여 더 큰 구조적 문제를 잉태시킬 우려가 있다. 더디지만 이러한 문제를 불식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구성원들이 IT 생태계의 속성을 인식하여 이해를 넓히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회자되고 있는 `동반성장'도 그런 면에서 산업 생태계 조성의 화두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대도시적 불인(不仁)한 경쟁 일변도로는 지속적 성장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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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는 복잡하여 감히 인간이 파악할 수 없는 그 무엇이지만, 지금까지 필자가 이해한 바로는 다음의 몇 가지 일차적 속성을 지닌다. 첫째, 개별성이다. 풍요와 결핍이 공존하는 환경 하에서 스스로의 존재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 즉 스스로 치열하게 뿌리를 내리는 것이 기본이며, 개별성의 출발이다. 둘째, 다양성이다. 흔히 종의 다양성으로 표현되는 생태계의 다양성은 유전적 다양성으로 연결되어 거대한 자연 생태계의 자기조절 메커니즘의 기초를 이룬다. 안타깝게도 매년 지구상의 520만 ha의 숲이 사라지면서 2만5000~5만여 종의 생물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셋째, 상호연결성이다. 모든 생태계를 구성하는 개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개별성들이 서로 내적 필연성으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면서 각자의 개별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시간이 단기에서 장기로, 공간이 미시에서 거시로의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 특정 조건 하에서는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등 생태계의 역동성, 혁신성에 직접적으로 관계된다. 넷째, 공생공존(symbiotic)이다. 앞의 과정들을 통해 각자 전체 생태계를 구성하는 구성원으로 전체의 평형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므로 자연에는 귀천이 없다. 실로 잡초가 없으며, 익충과 해충의 구분이 없다.
혁신생태계라고 얘기되고 있지만, 껄끄러운 두 단어가 합성되어 있다. 재생과 반복적 사이클이라는 생태계의 정상적 풍토와 돌연변이라는 돌출적 혁신이 충돌하고 있다. 지속적 혁신을 위해서는 생태계라는 정상계가 먼저 충족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혼재되어 있다. 생태계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혁신을 외치는 것은 다소 성급하다. 무수한 조연이 있기에 주연의 탄생이 가능하듯이 생태계의 침묵이 혁신이라는 스타를 탄생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혁신은 부분적이고 미시적인 반면, 생태계는 전체적이고 거시적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잘 될 수 있을 것 같은 분야나,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나 조직을 선택하여 밀어주는 방식에 익숙해져 왔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은 남을 좇아가는 단계에서는 상당히 효율적이고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그런 시대는 지나가고, 길을 개척하는 단계에서는 더 이상 기존 방식이 작동되지 않는다. 승자가 시장에서 스스로 드러나는 체제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집을 짓는다고 하면 지금까지 건물 외벽, 골격을 먼저 짓고 내용물을 채워나가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내용물을 채워가면서 외벽, 골격을 만들어가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생태계는 우리에게 이차적 속성을 암시한다. 첫째, 자기조직화로서,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주재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나간다. 둘째, 상향식으로서, 아주 미시적인 부분에서 단계 단계마다 근거를 가지고 차곡차곡 위로 쌓아 올라간다. 셋째는 과정의 주체성과 진실성으로서, 선한 목적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일에 임하는 것이다.
IT 생태계 조성은 그리 간단한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IT가 가지고 있는 수확체증, 승자독식, 다양성 감소의 특징은 반생태계적이기 때문에 어쩌면 중재자의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될지 모른다. 하지만 섣부른 개입은 생태계의 가장 기초적인 내발성을 훼손하여 더 큰 구조적 문제를 잉태시킬 우려가 있다. 더디지만 이러한 문제를 불식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구성원들이 IT 생태계의 속성을 인식하여 이해를 넓히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회자되고 있는 `동반성장'도 그런 면에서 산업 생태계 조성의 화두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대도시적 불인(不仁)한 경쟁 일변도로는 지속적 성장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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