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광장] 수술로봇, 제2의 다빈치 신화 열어야

[DT 광장] 수술로봇, 제2의 다빈치 신화 열어야
    입력: 2011-03-27 19:55
고경철 선문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1995년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IROS라는 국제 로봇 학회에 참가했다. 그 때 눈에 띄는 연구내용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인터넷 통신망을 이용한 원격수술이었다. 캘리포니아의 한 병원에서 외과의사가 조종간을 들고 지구 반대편의 이라크에서 다친 병사를 수술하는 내용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지역에 위치한 스탠포드대 연구소(SRI)가 최초로 개발한 이 혁신적인 수술방법이 다빈치시스템(daVinci)이란 수술로봇으로 제품화돼 지금 전세계를 누비고 있다. 이를 독점 생산하는 인튜이티브 서지컬사는 매년 50%이상 성장하더니, 지난해 1조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2005년 처음으로 다빈치가 들어와 연세 세브란스 병원에서 첫 로봇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바 있다. 이후 6년간 35대의 수술로봇이 도입돼, 전국의 대학병원, 대형병원이 앞다퉈 수술로봇을 연구하고, 임상에 적용하고 있다. 로봇수술건수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작년 한해만 5000건의 외과수술이 로봇에 의해 시행된 바 있다.

양적으로만 성장한 것이 아니다. 처음에 심장수술용으로 개발된 다빈치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전립선 수술에서 소위 대박을 치며 미국병원에서 자리를 잡게 된다. 한국에서는 위암수술, 산부인과, 갑상샘 수술 등 새로운 영역의 로봇술기가 개척됐고, 이제는 인튜이티브 서지컬사가 표준으로 채택해 역수입할 정도로 우리의 로봇수술 수준은 세계최고가 돼 여러 나라에서 배우러 오는 상황이다.

로봇수술 비용은 수술에 따라 700만원에서 1500만원에 이르는 등 일반인이 감당하기에 막대하다. 복강경수술이라는 대안이 있기에 의료보험 적용대상도 아니다. 일각에서는 병원들의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신기술의 의료기기에 보수적인 일본조차 작년 식약청 승인을 받아, 다빈치 로봇을 사용하기 시작해 연내에 30여대를 도입할 예정이고, 가까운 중국도 이 신의료 기술을 받아들이데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바로 국산 수술로봇의 필요성이다. 수술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도 다빈치를 상대하는 경쟁제품이 있어야 하지만, 새로운 수술방법을 개발하기 위해서도 수술로봇 자체기술 확보가 절실하다. 더구나 로봇수술에 관한한 세계최고 수준의 의사들과 함께 개발한다면, 국산 수술로봇이 다빈치를 넘어 세계를 넘 볼 날도 머지않아 올 것이 분명하다.

물론 우리나라도 가만있지 않았다. 지식경제부 지원으로 몇 건의 수술로봇 개발과제가 3년전부터 진행된 바 있다. 문제는 투자 규모다. 전체적으로는 1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통계가 잡히지만, 개별과제로 내려가면, 연간 20억 미만의 중규모 과제로 진행된다. 따라서 참여하는 연구진도 20여명 남짓한 실정이다. 수술로봇은 멀티포트에 싱글포트, 다시 NOTES라는 자연 개구부 수술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는 멀티포트형에 머물고 있지만, 2~3년 내에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최소 침습 수술이 제품화되어 임상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수술영역도 복강경분야 머물지 않고, 뇌, 척추, 이비인후과 등 새로운 영역으로 발전할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된다면, 수술로봇 시장은 5년 내에 10조원 이상의 거대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사는 매년 4000억원의 이익을 내고, 이 중 1300억원 정도를 다시 R&D에 투자하고 있다. 참여하는 연구진만 5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쩌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너무 늦어 미국의 수술로봇을 이기기 어렵다는 논리로 국산수술로봇개발 시도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필자는 작년 싱글포트 수술로봇에 이어 올해 의료영상 기반 수술로봇 과제기획에 참여해, 지난 5년간 특허분석, FDA 및 CE 인증현황, 수술로봇 관련 해외 연구현황 그리고 국내에 미력하나마 쌓인 초기연구 수준 등을 다수의 전문가들과 함께 분석한 바 있다. 결론은 충분히 `가능하다'이다.

물론 이는 지금까지의 연구개발 정책과는 다른 새로운 틀에서만 가능하다. 국내 최고의 의료진과 함께 개발에 참여한 각종 수술로봇들이 세계 의료현장을 누빌 꿈같은 그날을 기대해본다. 수술로봇 다빈치의 성공사례는 우리 로봇산업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젠 정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유망한 분야를 발굴해 전략적인 육성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5년 내지 10년 내에 국산 수술로봇이 제2의 다빈치 신화를 열어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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