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원 고려대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
대부분의 IT 제품 및 서비스의 정부 조달에서는 대기업인 주관기업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컨소시엄 형식으로 참가한다. 프로젝트에 따라서는 주관기관의 참여인원이 전체 참여 인원의 과반수도 안 되는 경우가 꽤 많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렇게 여러 기업이 연합군처럼 모여 한 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고객이 만족하는 IT시스템을 계획된 기간과 예산 범위 내에서 개발하여 납품하기 위한 필요한 핵심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요인이 나열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공통 언어가 아닌가 싶다. 즉,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일을 하는데 있어 공통 언어는 절차와 방법의 매뉴얼화, 즉 프로세스의 표준화를 의미한다. 절차와 방법의 표준화는 큰 어려움 없이 쉽게 지식을 획득할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수단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무리 좋은 직원과 기술이 있다고 해도 그 능력과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업무의 표준 프로세스 매뉴얼의 중요성은 여러 사례를 통해서 실증되었다.
최근의 통계를 보면 ISO 9000 인증 기업의 숫자나 CMMI와 SPICE(ISO/IEC 15504)의 프로세스 능력수준을 보면 우리나라의 IT 관련 대기업은 외형적으로는 프로세스의 표준화가 잘된 것으로 국제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대기업과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중소기업의 수준은 어떤가? 겉보기와는 달리 한국 중소기업의 IT프로세스 능력수준은 의외로 열악하다는 것이 공통된 평이다. 미국에서 프로세스 개선을 위하여 누가 먼저 노력해야 하는가를 설명하기 위해서 쓰이는 예시문 중 "프로세스 능력이 100점 짜리 기업과 50점 짜리 기업, 20점 짜리 기업, 30점 짜리 발주자가 모여서 일하면 얼마나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인데 과연 딱 평균 50점 짜리 제품이 만들어질까?
위의 질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이 정답으로 제시될 수 있겠지만 이 문제의 출제가 의도한 정답은 단 두 가지인데, 정부와 대기업의 역할이다. 정부가 IT 조달을 하는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즉 조달관련 베스트 프렉티스(best practices)가 없으면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번째 답이 대기업의 역할인 이유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소기업은 열악한 인프라환경 때문에 자체적으로 표준 프로세스 매뉴얼을 만들고, 심사를 받고, 능력 개선 작업을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기업은 같이 일하는 중소기업이 프로세스를 만들고 개선하는 작업에 도움을 주는 체계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취지이다.
비근한 예로 수 년 전에 포드자동차는 IT 협력업체의 프로세스의 능력수준을 높이지 않고는 자사제품의 품질을 보장하기가 어렵다는 인식에 따라, 전 세계에 100여 개의 주요 협력업체에게 SPICE 심사를 하고 개선작업을 실행하였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중소기업 무료 IT 교육과 일부 교수들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강의가 있지만 이러한 노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미 일정 수준의 프로세스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여겨진다.
이러한 대기업의 중소기업 프로세스 지원 노력은 국내 기업에 한정되어서는 역시 제한적일 효과만 있을 것이다. 일본 동북지방의 지진에 따라 애플을 비롯한 여러 기업에서 부품 조달에 어려움이 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이는 비단 애플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의 기업도 정도는 다르겠지만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포드자동차의 예와 같이 국내 협력업체에 한정해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지원은 국제적 경쟁력을 가지는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어렵다. 즉, 이제는 제품 개발과 생산에서 국가라는 개념보다는 기업의 상표가 우선하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해외에 판매되는 유명 상품은 `Made in Korea' 보다는 제조사의 이름으로 통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과 일맥 상통한다. 따라서 대기업과 정부의 국내 기업 지원은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조건은 될 수 있지만 충분조건은 되기 어렵다.
요즘 `동반성장'의 의미에 대해 논란이 많다. 원칙과 논리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나 연착륙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IT 분야에서는 차라리 쉽게 `초과이익공유제'가 금전적인 개념보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프로세스 개선 지원과 같은 공동생존에 기여하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 봄도 좋을 것 같다.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고기를 잡아주는 법보다는 고기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말이 있듯 대기업의 중소기업 프로세스 지원노력이야 말로 상생이 아닐까 한다. 담론과 같이 큰 일 하지말고 작은 일부터 시작했으면 한다.동반성장이 이명박 정부의 한때 패션이 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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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요인이 나열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공통 언어가 아닌가 싶다. 즉,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일을 하는데 있어 공통 언어는 절차와 방법의 매뉴얼화, 즉 프로세스의 표준화를 의미한다. 절차와 방법의 표준화는 큰 어려움 없이 쉽게 지식을 획득할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수단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무리 좋은 직원과 기술이 있다고 해도 그 능력과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업무의 표준 프로세스 매뉴얼의 중요성은 여러 사례를 통해서 실증되었다.
최근의 통계를 보면 ISO 9000 인증 기업의 숫자나 CMMI와 SPICE(ISO/IEC 15504)의 프로세스 능력수준을 보면 우리나라의 IT 관련 대기업은 외형적으로는 프로세스의 표준화가 잘된 것으로 국제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대기업과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중소기업의 수준은 어떤가? 겉보기와는 달리 한국 중소기업의 IT프로세스 능력수준은 의외로 열악하다는 것이 공통된 평이다. 미국에서 프로세스 개선을 위하여 누가 먼저 노력해야 하는가를 설명하기 위해서 쓰이는 예시문 중 "프로세스 능력이 100점 짜리 기업과 50점 짜리 기업, 20점 짜리 기업, 30점 짜리 발주자가 모여서 일하면 얼마나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인데 과연 딱 평균 50점 짜리 제품이 만들어질까?
위의 질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이 정답으로 제시될 수 있겠지만 이 문제의 출제가 의도한 정답은 단 두 가지인데, 정부와 대기업의 역할이다. 정부가 IT 조달을 하는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즉 조달관련 베스트 프렉티스(best practices)가 없으면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번째 답이 대기업의 역할인 이유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소기업은 열악한 인프라환경 때문에 자체적으로 표준 프로세스 매뉴얼을 만들고, 심사를 받고, 능력 개선 작업을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기업은 같이 일하는 중소기업이 프로세스를 만들고 개선하는 작업에 도움을 주는 체계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취지이다.
비근한 예로 수 년 전에 포드자동차는 IT 협력업체의 프로세스의 능력수준을 높이지 않고는 자사제품의 품질을 보장하기가 어렵다는 인식에 따라, 전 세계에 100여 개의 주요 협력업체에게 SPICE 심사를 하고 개선작업을 실행하였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중소기업 무료 IT 교육과 일부 교수들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강의가 있지만 이러한 노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미 일정 수준의 프로세스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여겨진다.
이러한 대기업의 중소기업 프로세스 지원 노력은 국내 기업에 한정되어서는 역시 제한적일 효과만 있을 것이다. 일본 동북지방의 지진에 따라 애플을 비롯한 여러 기업에서 부품 조달에 어려움이 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이는 비단 애플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의 기업도 정도는 다르겠지만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포드자동차의 예와 같이 국내 협력업체에 한정해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지원은 국제적 경쟁력을 가지는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어렵다. 즉, 이제는 제품 개발과 생산에서 국가라는 개념보다는 기업의 상표가 우선하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해외에 판매되는 유명 상품은 `Made in Korea' 보다는 제조사의 이름으로 통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과 일맥 상통한다. 따라서 대기업과 정부의 국내 기업 지원은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조건은 될 수 있지만 충분조건은 되기 어렵다.
요즘 `동반성장'의 의미에 대해 논란이 많다. 원칙과 논리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나 연착륙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IT 분야에서는 차라리 쉽게 `초과이익공유제'가 금전적인 개념보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프로세스 개선 지원과 같은 공동생존에 기여하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 봄도 좋을 것 같다.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고기를 잡아주는 법보다는 고기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말이 있듯 대기업의 중소기업 프로세스 지원노력이야 말로 상생이 아닐까 한다. 담론과 같이 큰 일 하지말고 작은 일부터 시작했으면 한다.동반성장이 이명박 정부의 한때 패션이 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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