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IT-조선 `국가대표 꿈` 이뤄진다"

IT기반 기술혁신 설득 'SAN 탄생'의 계기
무전소통 현장도 '와이브로 조선소'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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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IT-조선 `국가대표 꿈` 이뤄진다"
■ 세계 바다를 호령하는 스마트조선

"IT-조선 국가대표의 꿈은 반드시 이뤄질 것입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김흥남 원장은 지난 25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IT-조선 융합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선박이 인도되는 순간을 보고 2002년 월드컵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우리나라의 4강 신화라는 기적을 일궈낸 축구 국가대표팀처럼 그토록 염원했던 IT-조선 융합연구라는 꿈이 현실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모든 꿈이 결코 쉽게 이뤄지지 않듯이 김 원장이 꿈꿔왔던 IT-조선 융합연구 시대를 ETRI의 손으로 열겠다는 꿈도 한 순간에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IT와 조선의 첫 만남부터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2007년 당시 임베디드소프트웨어연구소장였던 김 원장은 ETRI가 조선에 IT를 접목해야겠다고 계획한 뒤, 처음으로 당시 전무이던 황시영 현 현대중공업 부사장을 찾아갔을 때 일이다. 황 부사장은 당시 ETRI의 계획을 듣고 단순히 국책과제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오해했다. 김 원장은 황 부사장을 설득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차를 운전해 울산까지 직접 내려가는 열정을 보였다. 그만큼 김 원장 입장에서는 IT-조선 융합연구가 절실했던 것이다.

"황 부사장에게 ETRI의 연 예산 규모가 5000억원인데, 뭐가 아쉬워 몇 십억원 짜리 연구프로젝트를 하려고 새벽에 찾아 왔겠느냐고 반문했죠. 그리고 영국과 일본을 뛰어넘어 세계 조선사업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IT를 기반으로 한 기술혁신이 해답이라고 얘기했었는데, 그 부분에서 서로 공감을 형성하게 되면서부터 연구프로젝트가 기획된 것이죠."

스마트 조선의 핵심기술인 SAN이 탄생하기까지에도 사연이 있었다.

김 원장은 현대중공업의 안내로 LNG선을 탔다가 몇 백 가닥의 철물 동선이 배 한가운데 길게 지나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됐다. LNG선은 가스 운반선이기 때문에 3000개의 센서가 가스 누출여부와 온도, 압력 등을 감지해 헤드쿼터로 전달하는데 이것이 모두 유선으로 돼 있었던 것이었다. 김 원장은 굳이 무선으로 하지 않고 유선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왜 무선으로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전파가 선박 철판에 반사돼 무선 솔루션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ETRI가 철판 반사간섭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통신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같이 해결해 보자는 얘기를 하게 되면서 스마트 조선의 핵심인 SAN 기술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개발된 것이 유무선 선박 통합네트워크 SAN(Ship Area Network)이다. ETRI가 개발한 이 용어가 지금은 세계 표준용어가 됐을 정도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또 하나의 핵심 기술인 디지털 조선 야드 기술(YAN)의 탄생도 우연한 기회에 아이디어를 얻어 세상을 빛을 보게 됐다.

"배를 타고 야드를 구경하게 됐는데, 몇 천톤 되는 블록을 대형 트레일러로 도크까지 운반하는데 4∼5명이 한 조가 돼 한손에는 무전기로, 또 한손에는 핸들을 쥐고 `왼쪽으로, 천천히, 비켜 비켜'라고 외치며 의사소통을 하고 있더라구요. 우리나라 최고의 조선기업인 현대중공업이 다소 원시적인 방법으로 블록을 운반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좀 더 스마트하게 이동시킬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게 된 것이 디지털 조선 야드 기술 개발로 이어지게 됐죠."

김 원장이 찾은 해결 방법은 와이브로(WiBro)였다. 200만평에 달하는 야드에 와이브로를 깔아 와이브로 단말기로 통신하는 소프트웨어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YAN(Yard Area Network)이다. 2009년 9월23일 와이브로 개통식을 갖고 세계 최초의 와이브로 기반의 조선소가 만들어진 순간을 김 원장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조선과 IT라는 전혀 다른 분야가 만나다 보니 서로간의 의견 조율이 필요한 순간도 있었다. 그럴 때면 김 원장은 `현장'으로 달려가 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현대중공업 직원들과 ETRI 연구원들은 대전과 울산을 번갈아 가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워크숍과 토론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되니 서로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이견이 있을 때 의견조율이 원활해지더라구요. 서로의 현장 속에 답이 있다고 믿게 된 것이죠."

ETRI와 현대중공업은 각각 우리나라의 `IT 국가대표', `조선 국가대표'라는 자긍심을 갖고 다시금 미래의 `IT-조선 융합 국가대표'로 미래 우리나라 융합기술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기 위해 오늘도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박세정기자 s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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